AI 거품론 재점화에 순환매장 돌입
바이오·로봇·뷰티 ‘중소형주’ 강세
美 러셀2000지수, 한달새 6% 상승
바이오·로봇·뷰티 ‘중소형주’ 강세
美 러셀2000지수, 한달새 6% 상승
코스피가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세로 10거래일 만에 4,000선이 무너진 16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종가가 표시되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91.46포인트(2.24%) 내린 3999.13, 코스닥은 22.72포인트(2.42%) 내린 916.11에 장을 마쳤다. [뉴스1]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올해 숨 가쁘게 달리던 인공지능(AI) 관련주들이 버블론이 부상하며 주춤하자 한국과 미국 증시에서 순환매 현상이 두드러졌다. 외국인 매도로 대형 기술주에 불리한 수급이 전개돼 코스피가 4000선 밑까지 주저앉는 국면에서 상대적으로 덜 오른 중소형주나 비AI주로 시선이 옮겨가는 모습이다.
16일 외국인이 반도체 위주로 1조원어치 순매도하며 코스피가 전날보다 2.24% 떨어진 3999.13에 마감했으나, 코스피 소형주 지수는 1.25% 떨어지며 선방했다. 최근 1개월간(11월 17일~12월 16일) 코스피 소형주 지수는 3.07% 오르면서 코스피(-0.31%)보다 좋은 성적을 냈다. 코스피 소형주 지수는 우선주 등을 제외하고 시가총액 300위 아래 종목으로 구성된 지수다. 같은 기간 코스피 시총 100위권 종목으로 구성된 대형주 지수는 오히려 -0.84% 하락했고, 101∼300위로 꾸려진 중형주 지수는 1.04% 상승했다.
반도체와 원전, 전력기기 등 대형 AI 관련 주도주들의 주가 흐름이 정체되자 바이오·로봇·뷰티 업종으로 순환매가 확산된 까닭이다. 코스피 전체 시총의 12% 가까이 차지하는 SK하이닉스는 한 달간 주가가 5.36% 하락했다. 한미반도체도 7.4% 밀렸고 국내 증시에서 시총이 가장 큰 삼성전자는 5.76% 오르는 데 그쳤다. AI 인프라스트럭처 종목 중 원전 대장주로 꼽히는 두산에너빌리티도 1.4% 하락했고, 효성중공업(-10.68%)과 대한전선(-5.01%) 등 전력기기 관련주 역시 약세를 면치 못했다.
반면 지난달 에이비엘바이오의 기술수출 소식을 계기로 비만 치료제 등을 중심으로 한 제약·바이오주 전반이 시장에서 주목받았다. 코스피에서 ‘먹는 비만약’ 테마로 부각된 일동제약은 한 달간 주가가 34.02% 상승했다. 일동제약이 개발 중인 경구형 비만 치료제 후보물질은 임상 1상에서 약 10%의 체중 감소 효과를 확인하며 관련 시장의 선도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두산로보틱스(4.38%)와 클로봇(67.67%) 등 로봇주는 이른바 ‘트럼프 수혜주’로 재조명되며 강세를 보였다. 낙폭 과대 종목이었던 달바글로벌(23.61%)과 코스맥스(8.77%) 등 뷰티주 역시 순환매 국면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미국 증시에서도 중소형주의 선전이 돋보였다. 지난달 17일부터 이달 15일까지 중소형주로 구성된 러셀2000 지수는 5.99%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반면 시총 상위 종목으로 이뤄진 S&P500은 1.22%, 대형 우량주 30개로 구성된 다우존스30산업평균 지수는 2.69% 오르는 데 그쳤다.
다만 AI 관련주의 이익 전망치 개선 흐름이 이어지고 있어 중소형주의 강세가 장기간 지속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SK하이닉스·삼성전기·효성중공업 등 AI 생태계 핵심 종목들이 포함된 코스피 전기전자지수의 내년도 영업이익 전망치는 최근 일주일 새 1.12% 상향 조정됐다.
코스피 상장사 가운데서는 삼성전자(1.19%)와 SK하이닉스(1.25%)를 비롯해 일진전기(6.26%), 한전기술(3.56%) 등 AI 및 인프라 관련 종목들이 실적 전망치 개선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AI 사이클이 본격화된 이후 초대형주의 이익 개선 속도가 두드러진 만큼, 밸류에이션 격차가 일정 부분 해소되면 시장의 관심이 다시 실적 흐름을 따라 대형주로 쏠릴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상장사 규모별로 경기 차별화가 뚜렷한 상황에서 주가의 ‘갭 메우기’ 흐름은 오래가기 어렵다”며 “AI 관련 대형주 중심의 장세가 이어지다 사이클이 마무리될 경우 순환매보다는 시장 전반의 조정 국면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