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이소증 치료에 성공한 박서린양 가족이 12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신관에서 기념촬영했다.(사진=서울아산병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서울아산병원이 국내 최초로 심장이소증을 앓는 신생아의 심장을 흉강 안으로 넣고 가슴 부위를 배양 피부로 덮는 고난도 재건 수술에 성공했다고 17일 밝혔다. 소아청소년심장과, 심장혈관흉부외과, 성형외과, 소아심장외과, 산부인과, 융합의학과 등 각 분야 전문가가 참여한 다학제 협진으로 기적을 이끌었다.
지난 4월 10일 서울아산병원 신관에서 태어난 박서린양은 심장이 몸 밖으로 완전히 노출된 심장이소증을 안고 태어났다. 심장이소증은 원인 불명의 초희귀 선천성 질환으로, 100만명당 5~8명에게 발생한다. 환자 90% 이상은 출생 전 사망하거나 태어나더라도 72시간을 넘기지 못하는 치명적인 병으로 알려졌다.
서울아산병원은 당시 서린이 심장은 몸 밖에서도 힘차게 박동하며 강한 생명력을 보였다. 국내에서는 심장이소증 신생아의 생존 보고 사례가 없고, 참고할 만한 해외 문헌도 극히 제한적인 상황에서도 생존 가능성을 모색했다.
먼저 서울아산병원 태아치료센터 산부인과 이미영 교수는 진료마다 꼼꼼하게 정밀 초음파 검사를 진행하며 심장 구조와 태아 건강 상태 등을 살폈다. 지속적으로 살폈다. 주치의인 소아청소년심장과 백재숙 교수와 소아심장외과 최은석 교수는 치료 계획에 참고할 수 있는 모든 연구 문헌을 찾으며 용기를 건넸다.
4월에 태어난 서린이는 흉골 전체가 없고 흉부·복부 피부와 연부조직이 결손돼 심장 전체가 몸 밖에서 뛰고 있었다. 신생아 심장이 체외에 완전 노출된 경우는 국내에서 처음이고, 세계적으로도 매우 드문 사례였다.
서울아산병원 의료진은 포기하지 않고 소아청소년심장과, 심장혈관흉부외과, 성형외과, 소아심장외과, 산부인과, 융합의학과 등 각 분야 전문가가 뭉쳤다. 수차례 회의를 하며 서린이 생존을 위한 치료 방향을 논의했고, 흉강 내 공간을 확보해 심장을 넣은 뒤 그 위를 배양시킨 피부로 덮어 흉부를 재건하는 과정을 단계적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생후 다음날인 4월 11일 성형외과 김은기 교수는 개방된 흉부와 노출된 심장을 보호하기 위해 임시로 인공피부를 덮는 수술을 시행했다. 심장혈관흉부외과 최세훈 교수는 5월 7일, 14일, 22일 총 세 차례에 걸쳐 심장을 흉강 내에 넣는 수술을 시행했다. 혈압을 유지하면서 주변 장기를 손상시키지 않고 심장이 들어갈 공간을 만들어야 하는 고난도 수술이었다.
최 교수는 간을 아래로 내리면서 조금씩 심장을 안으로 밀어 넣었고 세 번째 수술 만에 심장 전체가 흉강 안쪽에 자리 잡을 수 있었다. 이어 6월 10일에는 김은기 교수가 서린이의 피부를 소량 떼어 배양한 자기유래 배양피부를 흉부에 이식하는 데 성공했다.
생후 두 달 만에 심장이 제자리를 찾았지만, 흉부는 여전히 뼈와 같은 단단한 구조물 없이 피부로만 덮여 있어 외부 충격에 취약했다. 융합의학과 김남국 교수는 3차원(3D) 프린팅을 이용해 흉벽이 벌어지지 않게 양측 흉곽을 모아주는 맞춤형 흉부 보호대를 제작했다. 재활의학과 의료진은 서린이가 또래 아이들처럼 자랄 수 있도록 재활 치료를 진행했다.
이후 서린이는 건강을 점차 회복해 일반병동으로 이동했다. 최근 퇴원해 정기적으로 외래 진료를 다니면서 건강하게 성장하고 있다. 향후 최종 교정을 위해 전흉벽을 단단한 인공 구조물로 재건하고, 그 주변을 서린이의 근피부조직으로 덮어야 하기 때문에 3세 이상까지 성장을 기다린 후에 추가 수술을 진행할 예정이다.
백재숙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심장과 교수는 “진료 순간마다 예상하지 못한 어려움이 있었지만 서린이가 보여주는 작은 변화가 의료진에게 분명한 희망이 됐고, 그 희망이 다음 치료 단계를 결정하는 중요한 바탕이 됐다”고 말했다.
최세훈 서울아산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는 “복합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충분한 임상 경험을 갖춘 각 분야 전문가가 모여 각자 관점에서 본 평가와 치료 방향을 공유했고, 이를 바탕으로 긴밀하게 협진을 진행한 덕분에 서린이를 살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송윤섭 기자 sys@etnews.com
[Copyright © 전자신문.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