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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9 (금)

    감사원 정책감사 폐지 법제화…복지부동 결별 출발점 되길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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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사원은 공무원 복지부동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정책감사 여지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사무처리 규칙을 개정했다고 17일 밝혔다. 지난 8월 공직사회 활력 제고를 위해 정책감사를 폐지하겠다고 공언한 데 따른 첫 제도화 작업이다. 개정된 규칙은 감사 가능 대상을 "정책 결정과 관련된 불법·부패행위에 대한 직무감찰"로 제한했다. '주요 정책 결정의 당부(當否)'는 감사 대상에서 제외된다. 정책 결정이나 판단에 대해서는 잘잘못을 따지지 않고 고의적 사익 추구 및 특혜 등 불법·부패 행위를 보겠다는 것이다. 개정 사항은 내년 상반기 감사원법 개정에도 반영될 예정이다.

    전임 정부의 정책 결정을 놓고 이곳저곳 칼을 대는 것이 우리가 익숙한 정책감사 모습이다. 정책 평가보다는 정치 보복에 가깝고 그때마다 감사원 독립성이 도마에 오르곤 한다. 더 큰 문제는 공직 사회를 겁에 질리게 해 될 수 있으면 책임지는 일은 하지 않으려는 풍토를 조장한다는 데 있다. 정권이 바뀌면 감사 대상이 되고 자리보전이 어려워지는 문화에선 소신껏 일하는 공무원이 나오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불법·부패행위에 감사를 집중하는 제도 개편은 바람직하지만 이것만으로 복지부동이 해소된다고 기대하기 어렵다. 감사원은 이날 윤석열 정부의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 도입 감사 결과를 함께 발표하면서 "책임보다는 사실관계 규명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AI교과서 감사는 불법혐의가 아니라 절차적 정당성과 예산 낭비 가능성 등을 이유로 국회가 요구해 진행됐다. 의대 정원 증원에 대해서도 감사가 이뤄졌다. 감사원은 "이런 감사를 안 한다는 게 아니라 공무원 책임 추궁에 주력하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꼭 법적 처벌이 아니더라도 감사 대상이 되고 사소한 문제점이 지적되는 것만으로 공무원은 인사상 피해를 볼 수 있다. 법규 개정보다 감사원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개정 취지를 살리는지가 관건이다. 보다 중요한 것은 감사원을 '전 정권 부정'에 활용하지 않는 정치 문화를 만들어가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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