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대규모 제련소를 설립하는 고려아연이 현지 사업법인 지분을 미국 정부가 인수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고려아연이 투자 구조를 공시를 통해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는 점을 두고 '불성실 공시'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해당 구조가 적법하고 합리적인 투자 방식이라는 반론도 나온다.
17일 투자은행(IB) 업계와 금융당국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미국 정부에 테네시주 제련소 지분을 최대 34.5% 취득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했다. 이는 고려아연의 본사 지분을 미국 전쟁부(국방부)가 최대주주로 있는 합작법인(크루서블JV유한회사)에 넘겨주는 것과는 별개다.
미국 국방부가 현지에서 제련사업을 직접 운영하는 고려아연 사업법인(크루서블메탈스유한회사)의 지분을 취득하는 것이다. 합작법인에는 미국 정부와 고려아연이 각각 19억4000만달러(약 2조8000억원), 5억8000만달러(약 8600억원)를 투입한다. 이후 해당 자금이 사업법인으로 들어가는 구조다. 이와 더불어 사업법인은 미국 정부·은행 등에서의 차입과 보조금 등을 합쳐 총 75억달러(약 11조원)의 투자금을 받는다.
다만 해당 자금은 대출 형태로 사업법인에 투입된다. 사업법인의 최대주주는 고려아연(100%)이다. 대출의 대가로 고려아연은 추후 미국 측 투자자들이 사업법인 지분을 확보할 수 있는 신주인수권을 부여한다. 신주인수권 행사 시 최대 14.5% 지분을 취득할 수 있다. 행사 가격은 주당 1센트(약 14원)다. 이와 함께 제련 사업법인의 시장가치가 150억달러(약 22조원)를 넘으면 지분 20%를 추가로 취득할 수 있는 조항도 삽입했다. 일각에서는 헐값에 제련소 사업법인 운영권을 미국 정부에 넘기는 것 아니냐고 염려한다. 나아가 유상증자 공시에 이 같은 투자 구조를 모두 밝히지 않은 만큼 '불성실 공시'라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고려아연 측은 이 같은 논란을 일축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신주인수권은 미국에서 활발하게 활용되는 금융 기법이며 가격도 적정 수준"이라면서 "추후 제련소 가치가 올라갔을 때 지분 20%를 당시 시가로 팔 수 있는 조건인 만큼 대규모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투자금 납입과 JV 설립 등이 확정되면 추가 공시가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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