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경환 특파원의 트럼프 스톡커(Stocker)
오픈AI, '제미나이' 추격에 성능 개선 등 잰걸음
아마존과도 15조원 이상 투자 초기 단계 논의
인재 전방위 영입하지만···여전히 '거품론' 중심
'빚더미' 오라클 악재에 다른 기술주까지 '쇼크'
전용 데이터센터 투자 난항 등 '산타랠리' 없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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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월가에서 ‘인공지능(AI) 거품론’의 본산 취급을 받는 ‘챗GPT’ 개발사 오픈AI가 구글의 추격을 뿌리치기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다. 전략 인재를 영입하고, 새로운 투자를 유치하고, 개선된 서비스를 내놓는 등 적어도 내년 초까지는 ‘코드 레드(중대 경보)’ 상황을 유지할 태세다. 문제는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의 이런 안간힘에도 불구하고 투자 불안 심리는 더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순환 투자 논란, 적자 지속 우려에 더해 오라클이 과도한 빚 때문에 오픈AI용 데이터센터 투자 유치 작업에 차질을 빚었다는 소식이 월가를 다시 한번 충격에 빠트렸다. 오픈AI를 둘러싼 악재가 발생할 때마다 뉴욕 증시의 AI 관련주 전체가 타격을 받으면서 연말 ‘산타 랠리(크리스마스를 전후로 주가 지수가 상승하는 현상)’도 번번이 발목을 잡히는 양상이다. 월가가 연말연초 AI 관련주에 대한 옥석 가리기 작업을 치열하게 진행하는 만큼 오픈AI 생태계에 속한 기업들의 과잉 투자 동향을 한동안 면밀히 살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아마존, 오픈AI에 15조원 이상 투자 초기 논의”…자체 칩 사용, 클라우드 임대 확대 조건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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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오픈AI는 구글의 ‘제미나이 3.0’ 출시 이후 기업과 서비스 체질을 개선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AI 챗봇 플랫폼 시장에서 절대 강자 지위가 흔들리는 데 따른 위기감 때문이다. 구글은 지난달 18일(현지 시간) 자체 텐서처리장치(TPU)를 도입한 제미나이 3.0으로 AI 업계에 새 혁신 방향을 제시했다. 이에 올트먼 CEO는 사내에 코드 레드까지 발령하고 그 어느 때보다 긴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구글이 검색엔진, 클라우드 등 기존 사업을 발판으로 강력한 현금 창출원(캐시카우)을 갖추고 있다는 점도 오픈AI가 명백하게 불리한 부분이다.
이달 16일 블룸버그·로이터통신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오픈AI는 최근 아마존에 100억 달러(약 15조 원) 이상을 투자받는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두 회사는 투자 협상 과정에서 오픈AI의 기업가치를 5000억 달러(약 740조 원) 이상으로 평가하고 있다. 오픈AI는 현재 전 세계 모든 비상장 스타트업 가운데 몸값이 가장 비싼 회사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거래에 오픈AI가 아마존웹서비스(AWS)의 자체 AI 칩 ‘트레이니엄’을 사용하는 내용이 포함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또 FT는 트레이니엄 사용과 AWS 클라우드 임대를 확대하는 방안도 계약 내용에 들어갈 수 있다고 전했다. FT는 현 투자 논의가 초기 단계라면서도 오픈AI가 AI 모델 학습과 운영에 사용하는 칩을 다변화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짚었다.
이번 투자 논의는 오픈AI가 초기 핵심 후원 기업이었던 마이크로소프트(MS)와 기업구조 개편을 골자로 하는 새 협약을 맺은 직후 시작됐다. 오픈AI는 협약을 통해 MS의 클라우드를 2500억 달러 규모로 추가 이용하는 대신 다른 업체의 서비스·제품도 사용하기로 했다. 합의 직후 오픈AI는 클라우드 세계 1위인 AWS와 7년 간 총 380억 달러 규모의 클라우드 이용 계약을 맺었고, 투자 논의도 이 계약의 연장선에서 출발했다. 아마존은 오픈AI의 또 다른 경쟁사 앤스로픽의 최대 후원자이기도 하다. 아마존은 앤스로픽에 지금까지 약 80억 달러를 투자했다.
앞서 오픈AI는 엔비디아, 오라클, AMD, 브로드컴과도 반도체·데이터센터와 관련해 총 1조 5000억 달러 규모의 장기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 가운데에는 엔비디아가 9월 22일 밝힌 최대 1000억 달러 규모의 10기가와트(GW) 데이터센터 구축 계획도 있다. 당시 월가는 이를 두고 ‘닷컴버블(인터넷 산업 거품)’ 시기 통신 장비 업체들이 활용한 순환출자 구조와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닷컴버블은 1990년대 중후반 인터넷이 민간에 빠르게 보급되자 관련 기업에 막대한 자금이 몰렸던 시대를 말한다.
오픈AI는 AMD, 코어위브 같은 협력사에 지분 투자를 단행할 때도 순환 거래 논란을 불렀다. 월가는 이달 1일 오픈AI가 스라이브 홀딩스에 지분 투자를 한다고 발표할 때도 기다렸다는 듯 순환 거래 구조를 문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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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PT-5.2’ 내놓고 구글 이미지 도구에도 도전장···첫 최고매출책임자 등 인재 전방위 영입
기업가치를 유지하기 위한 오픈AI의 노력은 투자 유지에만 머물지 않았다. 구글 제미나이 3.0에 대항하기 위한 각종 새 서비스도 쉬지 않고 쏟아내고 있다.
오픈AI는 16일 이미지 생성·편집 도구 ‘GPT-이미지 1.5’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이는 구글이 비슷한 기능을 가진 이미지 도구 ‘나노바나나 프로’를 선보인 지 불과 26일 만이었다. 새 도구는 기존 이미지를 편집할 때 명령어(프롬프트)를 통해 세부 사항을 유지한 채 정밀 편집할 수 있다는 강점을 지녔다. 또 사진에 등장하는 인물을 캐릭터처럼 활용해 포스터 등 새 작품을 만들 수도 있다. 나노바나나 프로의 장점으로 인식됐던 문자 표현 기능도 강화했다. 올 3월 ‘GPT-4o’ 모델에 지브리 애니메이션 특유의 화풍을 모방한 이미지 생성 기능을 적용해 챗GPT 열풍을 끌어냈던 전략을 재현하겠다는 각오가 느껴지는 도구다.
오픈AI는 지난 11일 기존 즉답(Instant), 사고(Thinking) 모드에 ‘프로(Pro) 모드’를 더한 GPT-5.2 모델 시리즈를 유료 구독자용부터 순차적으로 선보이면서 이미 제미나이 3.0과의 진검승부를 예고했다. 기존 ‘GPT-5.1’ 모델에 비해 전문적인 지식 업무 기능이 대폭 상향됐다.
오픈AI는 같은 날 월트디즈니의 200여 개 캐릭터를 자사 플랫폼 AI 동영상·이미지 제작에 이용할 수 있게 하는 3년짜리 라이선스 계약까지 체결했다. 10일에는 어도비의 포토샵 기능도 챗GPT에 무료로 도입하기로 했다.
오픈AI는 인력 유출을 단속하고 새 인재를 영입하는 데에도 열성을 다하기 시작했다. 14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피지 시모 오픈AI 애플리케이션 부문 CEO는 주식매수선택권을 행사하기 위해 필요했던 의무 재직기간 조건인 ‘베스팅 클리프(스톡옵션 권리를 확정하는 의무 재직 기간)’ 제도를 폐지한다고 최근 사내에 공지했다. 올 4월 재직 기간 조건을 업계 표준인 12개월에서 6개월로 한 차례 완화한 데 이어 이제는 그 조건조차 아예 없애버린 셈이다. 신규 직원들이 주식 보상을 받기 전에 해고될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덜기 위한 조치다. WSJ이 입수한 문서에 따르면 오픈AI는 올해 매출액 추정치의 절반 수준인 60억 달러를 주식 보상으로 지출할 계획이다. WSJ은 “거대 기술기업(빅테크) 간 AI 확보 경쟁이 심화한 상황을 반영하는 결정”이라고 분석했다.
15일 미국 정보기술(IT) 전문 매체 디인포메이션에 따르면 오픈AI는 구글에서 AI·클라우드 관련 기업 인수합병(M&A)을 총괄한 앨버트 리 수석 이사를 부사장으로 영입하기도 했다. 리 부사장은 2011년부터 14년 간 구글에서 기업 개발을 맡아 클라우드 기반을 강화하는 수십억 달러 규모 거래를 주도한 인물이다. 오픈AI는 지난달에도 아마존에서 토번 세버슨 비즈니스 개발 총괄 부사장을, 인텔에서 사친 카티 컴퓨팅 인프라 총괄을 각각 데려왔다. 이달 9일에는 업무용 메신저 ‘슬랙’의 데니스 드레서 CEO를 영입하고 최고매출책임자(CRO)로 임명했다. 오픈AI가 CRO 직책을 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최소 2030년까지 적자만 볼 것이라는 예측이 잇따르자 본격적으로 기업 대상 영업을 펼쳐 수익을 내겠다는 의도다.
16일에는 조지 오스본 전 영국 재무부 장관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X(옛 트위터)에 글을 올리고 “오픈AI의 전무이사이자 ‘국가들을 위한 오픈AI’ 계획 사업책임자로 일하게 됐다”고 알렸다. 지난 5월 출범한 국가들을 위한 오픈AI 계획은 미국 내에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5000억 달러(약 740조 원) 규모 프로젝트 ‘스타게이트’의 해외 확장판이다. 한국 정부도 이 계획을 통해 오픈AI와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손정의(일본명 손 마사요시)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은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집중하겠다며 올 10월 58억 달러어치가 넘는 엔비디아 지분 3210만 주를 전부 매각하기도 했다. 손 회장은 1일 도쿄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주도로 열린 국제금융회의 ‘퓨처 인베스트먼트 이니셔티브’에서 “오픈AI 등에 투자하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팔았다”며 “사실은 한 주도 팔고 싶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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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라클 ‘오픈AI용’ 데이터센터 투자 유치 난항, 호재 다 집어삼켜···나스닥, 12월 들어 외려 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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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AI의 이 같은 노력에도 월가의 불안 심리는 점점 더 증폭되고 있다. 17일에는 기업용 소프트웨어·클라우드 서비스 업체 오라클의 투자 차질 소식이 주식시장을 충격으로 몰아 넣었다. 오라클이 오픈AI를 위해 건설하는 100억 달러(약 14조 7000억 원) 규모 데이터센터 투자 관련 사안이다. 오라클 악재는 아마존의 투자 검토 소식까지 단번에 집어삼켰다.
이날 FT에 따르면 오라클의 투자 협력사인 블루아울 캐피털은 미국 미시간주 설린 타운십에 건설하는 1GW급 오픈AI 전용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에 투자하지 않기로 했다. 블루아울은 그간 오라클이 미국 텍사스주, 뉴멕시코주 등에서 추진한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의 핵심 자금줄 역할을 한 회사다. 주로 특수목적법인(SPV)을 설립해 데이터센터를 소유한 다음 오라클에 이를 임대하는 형식으로 투자했다.
이번에 미시간주 투자가 결렬된 것은 대규모 AI 투자로 오라클의 부채가 지나치게 늘어난 탓으로 알려졌다. 대출 기관들이 오라클의 재무 상황을 문제 삼아 더 불리한 금리 조건을 요구하자 블루아울은 결국 발을 뺐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오라클의 부채는 1050억 달러(약 155조 원)에 이른다. 이는 1년 전 780억 달러에서 34.6%나 증가한 수치다. 모건스탠리는 오라클의 부채가 2028년까지 2900억 달러까지 불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오라클이 지불해야 하는 임대차 계약 규모도 8월 말 1000억 달러에서 지난달 말 2480억 달러로 급증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오라클이 블랙스톤 등 다른 잠재적 금융 협력사와 협상을 진행하고 있으나 아직 계약은 이뤄지지 않았다. 미시간주 데이터센터가 제대로 구축되지 않으면 당연히 차세대 모델 학습 등 오픈AI의 핵심 사업도 악영향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오라클 악재에 17일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0.47%),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1.16%), 나스닥종합지수(1.81%) 등 뉴욕 3대 지수가 모두 크게 내렸다. 엔비디아(-3.82%), 애플(-1.01%), 마이크로소프트(-0.06%), 아마존(-0.58%), 구글 모회사 알파벳(-3.21%), 메타(-1.16%), 테슬라(-4.62%), 브로드컴(-4.48%), 오라클(-5.40%) 등 기술주의 낙폭이 특히 컸다.
앞서 오라클은 이달 10일 장 마감 뒤에도 2026 회계연도 2분기(9~11월) 자본지출이 1분기 85억 달러보다 35억 달러 급증한 약 120억 달러에 달한다고 발표해 11일 증시 하락을 유발한 바 있다. 11일에는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이 장 마감 뒤 4분기 실적 발표 때 “AI 제품 판매로 전체 수익이 줄어들고 있다”고 밝혀 12일 기술주를 일제히 끌어내렸다. 브로드컴은 구글 TPU 개발 핵심 협력사라서 최근 뉴욕 증시 전반에 영향력이 큰 상장사다. 당시 호크 탄 브로드컴 CEO는 “AI의 매출은 빠르게 성장하지만 총수익은 그 외 사업보다 작다”며 내년 전망치를 “움직이는 과녁”에 비유했다.
16일에는 해나 웡 최고커뮤니케이션책임자(CCO)가 SNS 링크트인에서 오픈AI를 떠난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녀는 챗GPT가 세상에 나오기 전인 2021년 2월부터 4년 이상 오픈AI의 홍보를 총괄한 인물이다. 그녀는 2023년 올트먼 CEO가 이사회에서 일시적으로 해임됐다가 재선임되는 과정에서도 오픈AI의 기업 이미지를 유지하는 핵심 역할을 했다. 오픈AI의 홍보 조직은 린지 헬드 볼튼 커뮤니케이션 담당 부사장이 새 CCO 채용 전까지 임시로 이끌 예정이다.
AI에 대한 우려로 나스닥지수는 이달의 절반이 지났는데도 12월 수익률이 마이너스에 머물고 있다. 그 중심에는 오픈AI와 거품론이 자리하고 있다. 올 8월 스스로 거품론을 가장 먼저 제기한 올트먼 CEO가 어떤 돌파구를 마련하느냐에 따라 다른 기술주들의 산타 랠리 여부도 판가름 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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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윤경환 특파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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