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경주 APEC CEO 서밋을 찾은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남도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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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0월 31일, 아침 일찍 경주행 KTX에 몸을 실었다. 한국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기자들과 공식적으로 만난 건 15년 만이었다. 전일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의 '깐부회동'으로 분위기는 한껏 달아올랐다. 한 건 터질 것 같은 분위기가 팽팽했다.
그날 황 CEO는 한국에 최신 GPU 26만장이란 선물을 안겼다. 물론 공짜는 아니었지만, 갖고 싶다고 가질 수 있는 게 아니었기에 의미가 있었다. 그간 GPU 부족으로 AI 강국 대열에서 멀어지는 듯했던 한국은 다시 한 번 도약의 기회를 잡았다. 더 중요한 건 한국이 황 CEO가 그리는 '피지컬 AI'라는 다음 패러다임의 확고한 동반자로 자리매김했다는 점이었다.
이재명 대통령을 만난 황 CEO는 "AI의 미래를 한국과 함께 만들게 돼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새 정부는 출범부터 'AI 3대 강국'을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이 대통령은 취임 후 래리 핑크 블랙록 회장, 샘 올트먼 오픈AI CEO,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등을 차례로 만나며 투자와 협력을 약속받았다. '글로벌 AI 허브'를 꿈꾸는 한국에 아마존 등 빅테크들도 투자를 약속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31일 APEC 정상회의장인 경주화백컨벤션센터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 접견에 앞서 국내 기업 대표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젠슨 황, 이재명 대통령,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사진=대통령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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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는 '2030년 피지컬 AI 1위' 달성을 목표로 98개 과제를 담은 'AI행동계획'을 공개했다. 제조업 등 한국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분야의 AI 전화(AX)을 가속화하고, 국가 AI 역량을 종합적으로 묶은 'AI 풀스택' 수출 전략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한 'AI 고속도로' 구축과 AI·데이터 거버넌스 정립, 노동·복지·교육·의료 등을 포함한 'AI기본사회' 추진계획도 내놨다. 한국의 AI 대전환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른 모습이다.
'챗GPT' 등장 이후 불과 3년 만에 이처럼 AI 시대로의 전환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됐다. AI가 모든 걸 변화시킬 것이란 믿음 아래 전 세계적으로 천문학적인 투자가 빨려들어가고 있다. 전례없는 속도와 규모에 'AI 거품론'이란 경고등이 계속해서 깜빡이고 있지만, 멈추기엔 이미 늦었다는 게 중론이다. AI가 단순히 산업적 측면을 넘어 외교, 통상, 안보 전방위에서 국제 역학관계를 재편할 '키'가 되면서 '멈추면 죽는다'라는 절박함이 우려를 앞지르고 있다.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는 15일 서울 중구 서울스퀘어에서 위원회 출범 100일 기념 기자간담회를 열고 대한민국 인공지능행동계획(안)의 내용을 소개했다. 사진은 임문영 상근 부위원장이 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모습. /사진=임경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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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기업들도 대응 마련에 총력을 기하고 있지만, 기술 변화 속도가 워낙 가파르다. 불과 작년만 해도 엉뚱한 답변을 하거나 기괴한 이미지를 내놓던 AI는 이제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에이전틱 AI'로 진화하고 있다. 선구자 오픈AI가 구글에 추격당하고, 다시 오픈AI가 재추격에 나서는 '장군멍군'이 펼쳐지는 가운데, AI 반도체, 데이터센터, 전력 등 주변 산업의 판도 역시 하루가 멀다하고 출렁거리고 있다. 한국은 아직 파고 한 가운데서 함께 흔들리는 존재다.
멀미 날 정도의 속도전 속에 시민 개인도 시험에 들고 있다. 직업의 미래, 교육의 변화, 관계의 재설정, 그리고 인간으로서의 주체성까지 고민해야 할 일이 너무도 많아졌다. AI의 경제적 가치에 대한 논의가 주를 이루는 가운데, 개인의 대응과 안전망에 대해선 아직 공론장이 충분하지 않다는 불안감도 존재한다. 과거 산업화 시대처럼 경제 발전이 모든 걸 해결해주리란 기대를 하기엔 AI가 가져올 변화는 더 다층적일 공산이 크다.
올해를 시작할 때 무엇도 쉽게 예측하거나 전망하기 어려운 상황이었고, 내년도 마찬가지 상태로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오직 불확실하다는 것만이 확실한 시대, 한국 사회가 현명한 대응과 사례 깊은 배려로 위기를 헤쳐나가며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나가길 기대해본다.
남도영 기자 hyun@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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