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쿠팡 개인정보 침해사고 청문회에 출석한 해롤드 로저스 쿠팡 대표이사가 물을 마시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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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석 쿠팡 아이앤씨(Inc.) 이사회 의장이 직접 개입한 사실이 드러난 2020년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 과로사 사건과 관련해 해롤드 로저스 쿠팡 한국법인 대표가 사건 축소 과정에 깊이 관여한 정황이 확인됐다. 로저스 대표는 국회 청문회 과정에선 해당 사건에 대해 알지 못한다는 취지로 답변한 바 있다.
18일 한겨레가 입수한 2020년 10월 김 의장과 당시 시피오(CPO·개인정보보호 최고책임자) ㄱ씨 간 메신저 프로그램 ‘시그널’ 대화에는 로저스 대표가 등장한다. 이 대화는 2020년 쿠팡 대구 물류센터에서 일하다 과로사로 숨진 장덕준씨 근무 상황이 담긴 폐회로텔레비전(CCTV) 영상 분석 결과와 처리를 주제로 이뤄졌다.
로저스 대표는 김 의장이 “이것(고 장덕준씨 근무 영상)은 내일 국회에서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라고 한 데 대한 ㄱ씨의 답변 과정에서 등장한다. ㄱ씨는 “우리는 금요일 밤부터 쉬지 않고 작업했다. 또 에이치엘(HL)이 검토도 했다. 저는 디제이(DJ)와 그 팀, (중략) 에이치엘에게 우리가 발견한 사항에 대해 매시간 제공했다”고 했다. 여기서 에이치엘은 해롤드 로저스 대표를 가리킨다. 미 증권거래위원회에 보고된 쿠팡 문서를 보면 2020년 당시 로저스 대표는 최고행정 및 법무 담당 책임자를 맡고 있었다. 보안 책임자가 산재 처리 등 인사 업무 책임자와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고 장덕준씨 사망 사고 대응 준비를 했다는 뜻이다. 디제이는 당시 쿠팡 한국법인에서 국회를 상대로 대관 업무를 보던 박대준 전 쿠팡 한국법인 대표다. 이외에도 ㄱ씨가 전자우편으로 보낸 ‘영상 검수 시 주요 체크리스트’를 담은 문건의 수신자 중 한명도 로저스 대표로 확인된다.
하지만 로저스 대표는 전날 국회에서 열린 청문회에서 해당 사건에 대한 질의에 회피성 답변을 내놨다.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겨레 보도 등을 언급하며 “김 의장과 2020년 이 사건(장덕준씨 사망 사건)과 관련해 어떤 논의를 했나”라고 묻자 로저스 대표는 “보도 내용이 무엇인지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없다”며 5년 전 회사를 떠난 임원의 주장이라고 답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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