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격범 1명 등 총 16명 목숨 잃어
혐오 발언 처벌 강화 등 대책 마련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왼쪽)가 지난 16일(현지시간) 시드니 시내에서 과일 가게를 운영하는 아흐메드 알 아흐메드(43)가 입원해 있는 병원을 찾아가 그를 위로하고 있다. 아흐메드는 지난 14일 본다이 해변 총기 난사 당시 범인들 가운데 1명을 몸싸움 끝에 제압해 총기를 빼앗았으나, 이 과정에서 팔에 총상을 입고 병원으로 후송됐다. AP연합뉴스 |
18일(현지시간) BBC 방송에 따르면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호주 정부가 반(反)유대주의를 막기 위해 충분히 노력하지 않았다’는 유대인 공동체의 비난을 받아들인다며 더 많은 조치를 취했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앨버니지는 “호주 총리로서 그 부분에 대한 제 책임을 통감한다”고 덧붙였다.
2023년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해 민간인 등 1200명을 무참히 살해하고 250여명을 인질로 붙잡아 하마스 근거지인 가자 지구로 끌고 갔다. 그 직후 이스라엘은 보복을 선언하고 전투기 등을 동원해 가자 지구를 공습하며 사실상 전쟁을 개시했다. 당시만 해도 국제사회 여론은 “이스라엘이 자위권을 행사한 것”이라고 두둔하며 하마스를 비난하는 쪽에 가까웠다.
하지만 전쟁이 2년 넘게 지속되며 가자 지구에서 팔레스타인 주민이 7만명 넘게 목숨을 잃었다는 보도가 잇따르자 반전이 일어났다. 특히 가자 지구를 사실상 포위한 이스라엘군이 식량, 약품 등 물자 반입을 차단함에 따라 기아와 질병이 만연하면서 이스라엘을 겨냥한 서방의 비난이 거세졌다. 급기야 지난 9월 영국, 프랑스, 캐나다 등은 팔레스타인을 이스라엘과 대등한 독립 주권 국가로 승인했다. 호주도 이들 서방 국가와 보조를 맞춰 똑같은 조치를 취했다. 가자 지구 전쟁은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재로 휴전에 돌입한 상태다.
18일(현지시간) 호주 시드니 본다이 해변에 총기 난사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시민들이 놓고 간 꽃다발이 가득 놓여 있다. AFP연합뉴스 |
지난 14일 시드니 해변 총기 난사 참사 직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호주 정부가 반유대주의를 방치한 결과”라고 맹비난을 퍼부었다. 이날 앨버니지의 발언은 이스라엘 정부를 향해서도 사과의 뜻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호주 정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이른바 ‘헤이트 스피치’(혐오 발언)를 한층 더 엄격하게 단속할 방침이다. 총격범들이 이슬람 극단주의를 신봉하는 테러 조직 ‘이슬람국가’(IS)와 연계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앞으로 호주 정부가 의회와 협의해 만들 새로운 법률은 폭력을 조장하는 설교자와 종교 지도자에 대한 처벌 강화 등 내용이 핵심이다. 여기에 유대인 등에 대한 증오를 퍼뜨리는 외국인들을 겨냥한 비자 발급 취소 또는 거부, 반유대주의 예방·해결·대응을 위한 태스크포스(TF) 구성 및 이를 통한 교육 활성화 등도 포함될 전망이다. 앨버니지는 “새 법률은 혐오와 분열을 조장하는 이들이 타깃”이라고 말했다.
김태훈 논설위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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