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원 벤처중기부 기자 |
자율주행 로봇이 부품을 갖다준다. 인간은 경험과 암묵지를 요하는 핵심 공정에서 조립을 한다. 인공지능(AI)은 불량을 판정한다. 최근 찾은 경남 창원 태림산업의 스마트팩토리는 한국 중소기업이 나아가야 할 길을 보여주고 있었다.
요새 현장에선 일손을 못 구해 난리다. 숙련공들은 노쇠해 은퇴를 앞두고 있는데 청년들은 대기업 소속이 아닌 생산직은 한사코 기피하는 탓이다. 폼 나지 않는 건 물론이고, 계산기를 두들겨봐도 수지가 안 맞아서다. 돈이 궁하면 차라리 물류센터를 간다. 용접공 작가 천현우는 "지역 청년의 최선 일자리가 쿠팡인 세상"이라고 한탄했다.
사장들은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당분간 최저임금은 가파르게 오르고, 곱게 자란 '요즘 것들'은 더더욱 육체노동을 꺼릴 게 뻔해서다. 빈자리를 메우고 있는 외국인 근로자들은 언어·비자 문제로 언제 떠날지 모른다. 이제 제조업에서 AI 도입은 선택이 아닌 필수로 통한다.
'AI가 사람을 잡아먹는다'는 토머스 모어식 비관론도 있지만 기우에 가깝다. 태림산업은 최신 설비 투자로 라인당 투입 인원이 6명에서 2.5명으로 줄었으나 기술력을 인정받고 주문이 증가한 덕에 라인을 1개에서 5개로 확충했다. 고용도 늘렸다. 제2, 제3의 태림산업을 육성하면 될 일이다.
물론 탈락자는 나오기 마련이다. 산업 '고도화' 과정에선 불가피하다. 중세 말 경작지에서 쫓겨난 잉글랜드 농민들은 맨체스터로 흘러가 산업혁명 역군이 됐다. 결과적으로 인류는 부유해졌다. 'AI 혁명'도 마찬가지다. 단순 노무직이 사라지면 제조 AI 관리직이 생겨난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최신호는 AI발 일자리 종말론이 헛소리라고 꼬집으며 다양한 신직업을 소개했다.
남들 다 하는데 우리만 빠질 수도 없다. 중국은 인건비가 싼데도 스마트화에 열심이다. 완전 자동화가 이뤄진 곳은 작업자 없이 조명도 안 켜고 24시간 돌아가며 '다크 팩토리'로 불린다. 혁신 경쟁에서 뒤처진 대한민국에도 '깜깜한 공장'은 있겠다. 생산이 끊긴 지 오래라 장비는 다 녹슬고 한낮에도 을씨년스러운 폐공장 말이다.
[서정원 벤처중기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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