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 "習 측근 주도 중국판 '맨해튼 프로젝트' 6년 결실"
美 2018년 제재로 기술 차단했지만 화웨이 등 대거 참여
ASML도 상용화에 18년 걸려···단기간내 추격은 쉽잖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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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미국과 서방의 집중 견제를 뚫고 극자외선(EUV) 노광장비의 시제품 생산에 성공한 것으로 전해졌다. 차세대 메모리와 인공지능(AI) 칩에 이어 서방이 독점한 첨단 반도체 장비까지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17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하에 선전의 한 연구소에서 고도의 보안을 유지한 채 EUV 노광장비 개발이 이뤄졌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측근인 딩쉐샹 국무원 부총리의 주도로 진행된 이 사업은 올해 초 시제품 개발에 성공하며 6년 만에 성과를 냈다는 게 로이터의 보도다. 중국이 만든 시제품이 공장 한 층을 거의 채울 만큼 대형이며 2028년 칩 생산에 활용한다는 목표로 현재 테스트가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소식통은 “EUV 노광장비 개발은 냉전 시기 미국의 원자폭탄 개발 사업인 ‘맨해튼 프로젝트’의 중국판”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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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V 노광장비 개발은 미국의 강력한 제재를 중국이 뚫었다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가 있다. EUV 노광장비는 머리카락보다 수천 배 얇은 회로를 웨이퍼에 새길 수 있는 장비로 스마트폰과 AI 칩, 첨단 무기 등에 필수로 꼽힌다. 이 기술을 독점한 네덜란드 ASML은 발주사도 무시하지 못하는 업계 ‘슈퍼 을’로 불릴 정도다. 미국은 네덜란드 정부를 강하게 압박해 2018년부터 EUV 노광장비가 중국으로 수출되지 못하도록 차단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EUV 장비 국산화에 성과를 올리고 있는 셈이다. 로이터는 “ASML에서 근무했던 중국 출신 엔지니어들이 (장비 개발에) 대거 참여했다”고 전했다. 이 과정에서 중국 화웨이가 설계·장비 개발·생산 시설 운영 등 공급망 전 과정을 총괄했다고 소식통들은 설명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중국의 EUV 시제품이 상용화에 이를 정도의 기술력을 갖추지 못했다고 보고 있다. ASML은 로이터에 “EUV 기술은 수십 년의 연구개발(R&D)과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영역”이라며 “단기간 내 추격은 쉽지 않다”고 밝혔다. 실제로 ASML은 2001년 첫 EUV 시제품을 만든 뒤 2019년에야 상용화에 성공했을 정도다. 그러나 중국의 기술 진척 속도는 예상보다 빠른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이 광학 기술 개발에서 진전을 이룰 경우 서방에 엄청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은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차세대 메모리부터 AI 칩에 이르기까지 반도체 굴기를 가속화하고 있다. 창신메모리는 4세대 HBM 개발을 완료해 내년 본격 양산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미국과 명운을 걸고 맞붙고 있는 AI 칩 분야에서는 미국에서조차 ‘중국이 우리를 이미 따라잡았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백악관은 화웨이가 AI 칩 어센드 910C 384개를 탑재해 만든 서버 시스템 ‘클라우드 매트릭스 384’가 엔비디아의 유사 제품인 ‘NVL 72’와 성능이 거의 동일하다고 판단했으며 이는 엔비디아 AI 칩 H200의 중국 수출을 허용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조양준 기자 mryesandn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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