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 유출 차단 집중하던 당국
'유입 확대'로 대응방향 틀어
늑장 논란 속 실효성은 미지수
정부가 18일 원·달러 환율 안정을 위해 전방위적 대책을 내놓은 영향으로 원·달러 환율이 전 거래일보다 1.5원 내린 1478.3원으로 마감했다. 서울 시내 한 환전소에서 외국인들이 환전을 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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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달째 지속되는 1400원대 환율에 대한 외환당국의 대응 방향이 달라졌다. 서학개미와 국민연금 등 외환수급 주체를 타깃으로, 급증한 '달러 유출'에만 초점을 맞추고 압박해 온 조치에서 '달러 유입' 촉진으로 정책 방향을 달리한 것이다. 국내 투자자와 국민연금을 겨냥한 달러 유출 차단대책만으로는 고환율 추세를 꺾기에 역부족이라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달러 늘려라" 자본 유입에 초점
18일 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 등 외환당국은 외환건전성 제도의 탄력적 조정 방안을 내놓으면서 "기존 외환건전성 제도가 외국으로부터의 자본 유입을 제한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내국인 해외투자 등으로 외화 유출이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최근의 구조적 외환수급 불균형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번 외환 규제 완화의 배경을 설명했다.
외환건전성 제도 조정 방안은 크게 네 가지다. △금융기관 외화유동성 규제 완화 △외국계 은행 국내 법인의 선물환 비율 하향 조정 △수출기업 원화 용도 외화대출 허용 △외국인의 한국 주식 직거래 활성화다. 최근 고환율 원인으로 지목된 심각한 달러 수급난을 해소하기 위한 비상 조치들이다.
대책 중 파급력이 가장 큰 것은 금융기관 외화유동성 스트레스 테스트의 외화 기준을 내년 6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낮추는 조치다. 정여진 기재부 외화자금과장은 "관료적인 특성의 은행이 (외화유동성 비율) 규정을 더 엄격하게 지키고 있는데, 이번 조치로 불필요하게 쟁여 놓던 달러가 (더 많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외화유동성 스트레스 테스트는 위기상황을 가정해 각 금융기관의 외화자금 대응 여력을 평가하는 제도다. 금융기관들은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과하기 위해 외화를 평상시 영업에 필요한 수준보다 많이 보유해 왔다.
■'환율 카드' 나올 건 다 나온 듯
기재부를 중심으로 한 외환당국은 고환율 대책에 '당근과 채찍'을 병행하며 환율 잡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러나 속수무책으로 원·달러 환율은 한때 1480원을 넘어서며 연중 최고치를 위협하고 있다. 주요 글로벌 투자기관이 전망하는 내년 1·4분기 원·달러 환율 평균도 1421원 수준으로 낮지 않다.
이에 외환당국은 지난 15일 국내 최대 달러 운용주체인 국민연금과 한국은행의 650억달러 외환스와프와 환헤지 전략을 내년 말까지 1년 연장하기로 했다. 나아가 해외 주식·채권 비중이 운용자산의 50%에 육박하는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틀을 바꾸는 '뉴 프레임워크' 작업에도 착수했다. 이와 동시에 개인투자자들의 해외 주식투자에 대해 증권사 등의 외환 투자·송금 관리 실태를 긴급점검해 달러 과잉유출 행태를 압박했다.
외환당국은 최근 한달 새 달러 유출만 문제 삼아 왔다.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을 높이려는 노력보다 '국민연금 동원론' '서학개미 압박'과 같은 단기 대책에 급급하다는 비판 여론이 컸다.
전문가들은 외환당국의 달러 유출 차단과 유입 확대를 병행하는 환율대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매년 200억달러의 (대미) 외화 유출 압력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일시적인 응급조치만으로는 문제 해결이 어렵다"며 "국내 투자를 유인할 수 있는 제도적 개선이 병행되지 않으면 외환 문제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 입장에서도 미국의 환율조작 시비에 걸리지 않는 선에서 동원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을 상당 부분 꺼낸 만큼 추가 카드가 많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송영관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현재로서는 정부가 활용 가능한 수단을 최대한 동원하고 있는 수준으로 보인다"며 "적어도 시장에 환율 추가 상승 위험에 대한 시그널을 보낸다는 점은 중요하다"고 말했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최용준 김찬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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