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한국 AI 반도체 존재감 無"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1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회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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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엔비디아로부터 공급받을 첨단 그래픽처리장치(GPU) 배분 계획을 18일 공개했다. 내년 2월부터 중소기업, 스타트업 등 산업계와 학계, 연구계를 대상으로 우선 공급한다. 학교, 연구소는 무상으로 제공받고 기업은 시장가격의 5~10%를 부담하게 된다. 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엔비디아로부터 GPU 5만장을 받기로 한 가운데 내년에는 올해 1조4600억원으로 구매한 1만장을 현장에 푸는 것이다.
엔비디아의 첨단 GPU는 인공지능(AI) 연산 속도와 처리량을 대폭 향상시켜 국내 산학연의 AI 연구개발에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는 이를 발판으로 'AI 고속도로'를 구축하고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을 독려하겠다고 밝혔다. 나아가 엔비디아 GPU에 대항할 국내 신경망처리장치(NPU) 개발과 육성에도 박차를 가하겠다고 한다.
AI 대전환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정부는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강구해야 한다. 정부에 할당된 GPU 배분을 최적화해 활용성을 극대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AI 인프라를 튼튼하게 하는 것은 정부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AI 3대 강국은 이 과정을 거쳐 도달할 수 있는 목표다. 여기서 놓치지 말아야 하는 것이 또 있다. 국내 첨단산업의 체력과 경쟁력이 충분한가를 돌아보는 일이다.
우리 경제는 반도체와 첨단제품을 빼면 성장도 수출도 힘든 구조다. 국내 주력 제조업 태반이 중국의 추격전에 밀려났다. 지금은 반도체도 안심할 수준이 아니어서 더욱 비상이다. 한국 반도체가 미래 시장에서도 확고한 위치를 점할 수 있는가에 대해 반도체 석학·전문가들도 우려를 표하고 있다. 한국공학한림원 반도체특별위원회는 최근 포럼을 열고 "한국 AI 반도체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빼고 존재감이 없다"고 쓴소리를 했다.
AI 반도체 시장은 급속히 팽창하고 있다. 가트너에 따르면 GPU 시장은 올해 700억달러, 2030년 1800억달러로 커진다. 주문형반도체(ASIC)는 210억달러 시장에서 700억달러로, HBM은 200억달러에서 600억달러로 확대될 것이라고 한다. 우리의 경쟁력은 HBM을 제외하면 미미한 수준이라는 평가인데, 민관이 같이 역량을 끌어올릴 수밖에 없다. 한림원은 국내 AI 생태계가 분절돼 있고 각개약진하는 상황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메모리 등 하드웨어 기업과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협업하는 국가 단위 'K빅테크 연합'을 제안했다. 충분히 검토해볼 만한 문제라고 본다.
정부 주도의 강력한 AI 생태계가 구축돼야 글로벌 투자자금도 유치할 수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벤처투자 통계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들어 3·4분기까지 한국이 확보한 AI 벤처투자 규모는 전체 자금의 1%에 불과했다. 주요국과 비교하면 미국의 73분의 1, 영국의 7분의 1, 중국의 6분의 1 수준이다. 순위를 보면 세계 9위 정도다.
까다롭고 예측하기 어려운 규제환경이 글로벌 큰손들의 투자를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시장 환경에 맞게 유연한 정책을 펴는 것과 달리 한국의 노동·산업정책은 불통 이미지가 강하다. 첨단 연구직에 한해서만 근로시간을 유연하게 해달라는 요구도 노조 반대에 전혀 진전이 없다. 첨단 GPU도 중요하지만 기업과 산업 경쟁력을 키울 혁신적 마인드도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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