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DMZ 출입을 둘러싼 이견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 시절 남북 철도 현지조사와 민간 행사 장비 반출 등 각종 교류협력 사업을 두고 유엔사가 안전을 이유로 제한 조치를 취해 논란이 벌어지기 일쑤였다. 나아가 올해 7월엔 교황청 장관인 유흥식 추기경의 DMZ 방문 신청이, 얼마 전엔 김현종 국가안보실 1차장의 유해 발굴 현장 방문이 불허되면서 유엔사의 과도한 권한 행사가 도마에 올랐다.
유엔사는 6·25 정전협정 체결의 당사자로서 70년 넘는 정전체제를 관리하며 한반도 평화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맡아왔다. 특히 군사적 충돌 방지를 위한 완충지대로서 DMZ의 출입 통제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해 왔다. 다만 정전협정은 서문에 ‘순전히 군사적인 성질에 속하는 사항’에 적용된다고 규정하고 있어 평화적 목적의 비군사적 상황에도 유엔사가 관할권을 행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국회에 DMZ의 평화적 이용에 관한 법안이 3건이나 발의된 것도 이 같은 문제의식에서다.
다만 이 문제는 정부와 유엔사 간 적절한 협의를 통해 해결할 일이지 드러내 놓고 신경전을 벌일 사안은 아니다. 특히 “주권 국가로서 체면이 말이 아니다”라며 흥분하는 것은 일을 더욱 어렵게 만들 뿐이다. 유엔군사령관은 주한미군사령관이 겸직하고 있어 한미 간 동맹 마찰로 번질 수 있는 데다 정전협정 무효화와 유엔사 해체를 주장해 온 북한에 빌미를 제공할 소지도 있다. 가뜩이나 대북정책 주도권을 놓고 정부 내 엇박자가 불거진 터다. 그런데도 방치인지 조장인지, 이견을 조율하고 정리해야 할 대통령과 국가안보실의 역할은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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