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 주도권 잡을 기회마다 논란 자초
"친한계 징계, 당 잘되는 방향 가려나"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18일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물을 마시고 있다. 민경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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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한동훈(친한)계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한 중징계 권고를 계기로 촉발된 이른바 '장·한(장동혁 국민의힘 대표·한동훈 전 대표) 갈등'이 갈수록 격화면서 이를 우려하는 국민의힘 내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내년 6·3 지방선거를 목전에 두고 대여 투쟁에 당력을 한데 모아도 모자랄 판에 당 내분으로 전열이 흐트러지자 "지금이 이럴 때냐"는 분노가 터져 나온다. 특히 장 대표가 임명한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 등 친윤(친윤석열) 성향 강경 인사들의 과격한 발언이 연일 이어지면서 외연확장 기회를 제 발로 걷어차고 있다는 불만이 팽배하다.
김문수(왼쪽) 전 고용노동부 장관이 17일 서울 관악구의 한 식당에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를 만나 지지 의사를 밝히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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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로운 응답은 두배"… 내분 불지피는 당무감사위원장
국민의힘 내홍은 악화일로다. 이호선 위원장은 18일 자신의 블로그에 성경 구절을 인용하며 "불법행위에 대한 정의로운 응답은 '두 배'"라고 또 적었다. 지난 15일 사실상 한 전 대표와 김 전 최고위원을 겨냥해 "들이받는 소는 돌로 쳐 죽일 것"이라고 쓴 데 이어 연일 내분에 불을 지피는 모양새다. 전날 "내부의 적 1명이 더 무섭다"며 이 위원장에게 힘을 실었던 장 대표는 이날 별다른 발언 없이 윤리위원장 인선 문제를 숙고했다. 당 관계자는 "(장 대표가 윤리위원장 후보로) 여러 말씀을 듣고 논의 중"이라며 후속 징계 절차가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친한계는 이날도 격앙된 반응을 내놨다. 한 전 대표는 "그냥 원하는 게 저를 찍어내고 싶은 거라면 그렇게 하면 된다"며 "이런 식의 분위기를 만들어 우스운 당을 만들지 말라"고 반발했다. 친한계로 분류되는 박정하 의원도 "(한 전 대표 등을) 도려내야 (당이) 제대로 될 수 있다는 게 합리적인 판단인가"라며 "그냥 특정인과 특정세력에 대한 적개감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15일 국회 본청 앞 천막농성장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민경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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잦아드는 '개혁신당 입법공조' '천막농성' 관심
당내에서는 장·한 갈등이 블랙홀처럼 이슈를 집어삼키는 데 대한 우려가 크다. 통일교 정치권 금품로비 의혹으로 이재명 정부 초대 내각에서 첫 사퇴 장관이 나오는 등 모처럼 정국 주도권을 잡게 됐는데도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통일교 특검법 관철을 고리로 개혁신당과 처음으로 보수 야권 입법 공조를 이루는 성과도 뒷전으로 밀리고 있고, 여당 입법 독주를 겨냥해 지난 15일부터 시작한 천막농성도 여론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사실상 잊혀지고 있다.
중요 국면 마다 '장동혁 리스크'만 부각되고 있다는 불만이 누적되고 있다. 한 재선 의원은 "장 대표는 지난 10월 국정감사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을 면회하고 11월 검찰의 대장동 항소포기 규탄대회 때는 '우리가 황교안' 발언으로 역풍을 일으켰다"며 "12월 여당의 각종 악법 강행처리를 앞두고 또 당무 감사 논란을 만든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수도권 의원은 "지도부가 내부 비판을 빌미로 비민주적인 징계 절차를 강행하고 있는데, 당이 정부·여당을 겨냥해 '민주주의를 무너뜨리고 있다'고 지적하는 게 설득력을 가질지 모르겠다"고 했다.
장 대표 주변 강성 인사들이 불에 기름을 붓고 있다. 이호선 위원장의 잇딴 돌출 발언은 물론, 15일 임명된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도 임명장을 받자마자 "고름을 짜내야 한다"며 한 전 대표를 직격하고, 국민소통위원장을 맡은 김민수 최고위원이 강경 발언을 릴레이로 이어가고 있다. "민심과 괴리된 언행을 자제해야 한다"는 당내 질책이 이어지는 데도 아랑곳않는 모양새다.
송언석 (가운데)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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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리더십 결함 있었지만... 통합이 우선"
당내에서는 결국 장 대표가 결자해지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친윤 성향의 한 의원은 "한 전 대표 리더십에도 여러 가지 결함이 많았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당이 국민의힘을 의식조차 하지 않는 정국에서 '우리끼리만 가겠다'고 하는 건 말이 안 되는 소리"라고 꼬집었다.
대구경북(TK) 지역 한 의원은 "당원게시판 문제를 그냥 묻어버리면 한 전 대표도 당에서 신임을 받지 못할 것"이라며 "징계 논의가 결국 당이 잘되는 방향으로 이어질지에 대해 다들 지켜보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와 관련해 짚을 것은 짚고 넘어가되, 그 방식은 당을 분열이 아닌 통합의 길이 되도록 하는 것이 책임감 있는 당 대표의 모습이라는 뜻이다.
김현종 기자 bel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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