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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20 (토)

    “모두에게 주얼리 세계 열어주는 게 목표… 보석을 탐구하고 배우며 경이로움을 느껴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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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클리프 아펠

    ‘레꼴 주얼리 스쿨’ 올리비에 세구라 지사장

    조선일보

    올리비에 세구라 레꼴 아시아퍼시픽 지사장. /반클리프 아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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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년 전 파리에서 한 10대 소녀가 부모님이 생일 선물로 마련해 준 레꼴 강좌에 참여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한 체험이었지만 주얼리 세계에 열정을 느끼고 완전히 매료됐습니다. 전혀 관심도 없다가 수업을 듣는 순간 새로운 세계를 발견한 것처럼 큰 깨달음을 얻었다지요. 결국은 파리의 주얼리 학교에 진학해 지금은 주얼리 전문가로 일하고 있습니다.”

    반클리프 아펠이 지원하는 레꼴 주얼리 스쿨의 올리비에 세구라 아시아퍼시픽 지사장과 홍콩 레꼴에서 만난 자리에서 “인상 깊은 수강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던 중 나온 이야기다. 그는 “레꼴이 길을 열어주고 계기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큰 보람을 느낀다”면서 “지금도 몇몇 학생이 10대 시절 레꼴의 수업을 통해 주얼리에 눈을 뜨고 실제 업계에 진출해 있다. 바로 이런 점이야말로 ‘모두에게 주얼리의 세계를 열어주자’는 레꼴의 사명과 맞닿아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 파리를 비롯해 홍콩, 상하이, 두바이 등에 있는 레꼴은 주얼리 및 주얼리의 역사, 장인 기술과 보석학을 중점적으로 다루며, 강의, 토론, 어린이 워크숍, 서적, 동영상, 팟캐스트 등을 제공한다. 또 주얼리에 관한 각종 전시도 무료로 제공한다. 상설 레꼴 공간 외에도 해외를 다니며 레꼴 강좌를 해외에 전수하기도 한다.

    2023년 레꼴 주얼리 스쿨 아시아퍼시픽 지사장으로 부임한 생물학·지질학, 마케팅·커뮤니케이션 석사 학위와, 미국보석학회 및 프랑스 낭트대학교의 인증을 받은 보석 감정사 자격증 등을 보유한 전문가 중의 전문가. 프랑스보석학협회(AFG)의 회장을 지낸 그는, 지난 2011년부터 2018년까지 세계 최초 보석학 기관인 프랑스 보석학 연구소(1929년 설립) 디렉터를 맡으며 보석학자들로 구성된 팀을 관리하는 데 중점을 뒀고, 세계적 수준의 팀과 협력하여 실험실의 전문성과 전문가 기준을 더욱 발전시키는 동시에 자신의 전문 분야인 천연 진주에 대한 연구를 여러 간행물에 싣기도 했다. 자신의 전공과 그동안 그가 밟아왔던 여정을 바탕으로, 보석에 대해 인류의 기원부터 시작해 지구의 변화 같은 각종 생태학적인 관점과 주얼리를 만드는 노하우(SavoirFaire), 그 예술의 역사(Art History of Jewelry) 같은 아름다움에 대한 인류의 헌사 등 휴머니즘까지 촘촘하게 분석해 ‘보석’ 그 이상의 보석의 세계를 탐험하고 대중에 전달하고 있다.

    이번 전시의 주요 축이자 테마이기도 하며, 레꼴 수업의 한 축을 형성하는 ‘구아슈(gouache·프랑스어로 일종의 ‘그림 물감’)’를 비롯해 레꼴 수업의 일부 모습, 보석학 연구에 매진하는 그의 철학에 대해 들었다. 레꼴 수업은 내년 한국에도 일부 일시적으로 도입될 예정이다. 그에게 이번 전시를 비롯해 반클리프아펠이 후원하는 레꼴 수업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5세부터 전문가 과정까지 열린 수업은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꿔놓을 정도의 영향력을 미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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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얼리 드로잉 워크숍. /반클리프 아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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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꼴의 활동과 반클리프 아펠 내에서의 역할은?

    “레꼴 주얼리 스쿨은 반클리프 아펠이라는 메종이 지닌 주얼리에 대한 깊은 열정을 바탕으로 설립한 기관이다. 레꼴 프로그램은 첫째 보석의 세계로, 보석학이나 원석에 관한 프로그램이다. 다음은 장인정신 분야(craftsmanship)로, 주얼러뿐만 아니라 세팅 전문가(setter), 연마 전문가(polisher) 등 주얼리 제작의 모든 단계를 다룬다. 마지막은 주얼리의 역사(art history of jewelry)로, 제품이 탄생하기 이전 시대와 그동안 주얼리에 대해 장인들이 어떻게 생각해왔는지를 탐구하는 영역이다. 학교로서의 ‘강좌’는 전문 장인을 양성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주얼리 세계를 발견할 수 있도록 마련된 프로그램이다. 성인뿐만 아니라 다섯 살부터 참여 가능한 어린이 및 청소년을 위한 수업도 있다. 전시, 강연, 출판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활동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반클리프 아펠은 하이 주얼리 메종으로 유명하지만 또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브랜드이기도 하다. 이런 인문학적 스토리텔링이 브랜드를 이끌어가는 힘이 되는데, 레꼴 또한 그의 또 다른 연장선상으로 보인다. 보석은 지질학, 생태학 등을 비롯한 다양한 과학적 접근이 밑바탕 되면서도 인류의 역사를 이야기해주는데, 이를 어떤 식으로 레꼴 과정 속에 담으려 하는가.

    “우리가 레꼴을 설립했을 당시에는 아무런 길잡이도, 경쟁자도 없는 미지의 바다에 떠 있는 듯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직접 체험을 한 그 주제에 대한 감정을 느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강좌는 풍부한 실험과 경험으로 채워져 있으며, 다양한 주얼리를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질 수 있는 과정으로 구성돼 있다. 나 역시 과학자로서 보석학 강좌 개발을 맡았다. 처음에는 학생 시절 꿈꾸던 이상적인 수업을 실현했는데, 예를 들어 다이아몬드 과정을 위해서 무려 20개의 다이아몬드를 마련했다. 그것도 작은 사이즈가 아니라 (가격이 상당히 높은) 최소 1캐럿짜리 다이아몬드다. (웃음) 학생들이 직접 다루고 관찰하며 그 다양성을 느낄 수 있도록 준비했다. 반클리프 아펠이 아낌없는 지원과 자원을 제공해주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어린 시절 길가의 돌맹이, 자갈 같은 것들에 매혹돼서 수집하다 보석의 세계까지 오게 됐다고 언급했다. 개인적으로 특별한 의미를 갖는 보석이 있다면?

    “가격이 너무 비싸거나 희소성이 짙은 건 물론 기억에 다 남는다. 작년에 본 레드 다이아몬드인데 정말 특별하고 진귀했는데, 아주 크지는 않은 7㎜의 라운드 컷 다이아몬드였는데 가격이 무려 500만달러(약 73억7750만원)였다. 또 콜롬비아의 에메랄드 광산을 방문했을 때 그곳에서 광부들과 딜러들과 대화를 나누며 스톤을 보았던 경험도 특별했다. 가격이나 가치, 컬러, 혹은 사이즈만은 아니다. 바로 ‘연결의 시작점’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나에게 있어 언제나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그는 지난 10월까지 홍콩대학교 미술박물관에서 열린 ‘주얼리 디자인: 200년을 이어 온 프랑스의 노하우, 1770년부터 1970년까지’ 전시 기획을 대중에게 소개하는 데 주요한 역할을 하기도 했다. 레꼴 주얼리 스쿨이 프랑스 랄리크 박물관과 홍콩의 개인 소유 주얼리 컬렉션에서 대여한 13가지 주얼리 작품과 더불어 100여 점에 달하는 드로잉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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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9월 홍콩대학교 미술박물관에서 열린 전시 '주얼리 디자인: 200년을 이어온 프랑스의 노하우(1770-1970)' 전시장 전경. /반클리프 아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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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로잉은 물론 주얼리 창작의 첫 단계라는 점은 분명하지만, 그것은 단순히 시작일 뿐, 어쩌면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닐 수도 있다. 이후 파리의 레꼴 주얼리 스쿨 연구자들과 함께 드로잉이라는 ‘대상’ 자체, 그 기원과 방법론, 본질이 무엇인지에 대해 탐구하기 시작했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이번 전시를 기획하게 되었다.”

    -주얼리 문화와 노하우를 더 많은 대중에게 소개하는 레꼴 주얼리 스쿨의 사명도 같은 맥락일 것 같은데, 주얼리 역사와 마켓을 지속 가능하게 하기 위해 어떤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레꼴 주얼리 스쿨의 목표는 많은 대중에게 다가가고, 더 넓은 관객을 끌어들이는 것이다. 요즘은 주얼리 디자이너들이 더 많아지고 있는데, 꼭 귀금속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소재에 접근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전시에서 등장한 100여 년 전 랄리크(Lalique)의 사례를 떠올려 보면, 그는 유리라는 재료를 활용했는데 당시에 이는 하나의 혁신이었다. 다이아몬드를 살 수 없었던 새로운 고객층을 확장했는데, 창의성이 가장 핵심이었다. 아시아에서, 한국의 K-컬처뿐만 아니라 다른 문화들이 서로 교류되는 추세가 보여진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열정, 감정, 그리고 전승(passion, emotion, transmission)’이다.”

    -K컬처를 비롯한 한국의 문화적 자산과 레꼴의 교육, 전시 프로그램을 접목하여 새로운 시너지를 만들어낼 계획이 있는가.

    “물론이다. 한국을 찾을 때마다 한국의 장인 정신과 정교함에 대한 깊은 애정을 직접 체감하곤 한다. 현재 한국 고유의 전통 공예와 장인 정신을 유럽 및 홍콩의 주얼리 전문가와 접목할 수 있는 여러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우리가 특히 중시하는 것은 다양한 주제, 서로 다른 전문성, 그리고 서로 다른 비전을 교차시키는 일이다.”

    -한국 독자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레꼴만의 프로그램을 공유해준다면.

    “내년에 한국을 찾을 예정이다. 모든 분들께 열려 있는 행사이니 꼭 참여해주시길 바란다. 이번에는 강좌뿐 아니라 전시, 강연, 출판물 등 다양한 콘텐츠를 함께 선보일 것으로, 전문가들을 모시고 특히 주얼리의 여러 측면을 다루며, ‘에메랄드’를 집중 조명할 계획이다.

    우리의 기본적인 모토는 ‘발견하고, 배우고, 경이로움을 느끼자(발견, 학습, 감동 - Discover, Learn and Wonder)’다. 한 가지를 덧붙이자면, ‘스스로 탐구해 보라’는 것이다. 두려워하지 말고 여러 가지를 시도해보는 것, 그리고 ‘발견, 학습, 감동’이라는 가치는 든든한 자산이다. 이 자산을 통해 우리는 전 세계 어디든지 갈 수 있다."

    [홍콩=최보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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