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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20 (토)

    ‘브로치’이자 ‘시계’, 우아하게 시간 확인… 반짝이는 보석은 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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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르메스

    하이 주얼리 워치 컬렉션 ‘마이용 리브르’

    조선일보

    화이트 골드 소재의 케이스에 다이아몬드 세팅, 바게트 컷 다이아몬드 2개와 1개 인디고라이트 투르말린 세팅된 핀, 오닉스 소재의 다이얼. /에르메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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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르메스가 하면 다르다.’

    이젠 이런 문장도 일종의 고유명사화하는 것일까. 제품을 선보이든, 그해 관통하는 주제(theme)를 발표하든 에르메스는 대체로 예상 가능한 방식을 벗어나곤 한다. 에르메스적인 사고(思考)를 탐구하려던 많은 이는 파헤치고 톺아보다 대체로 이런 결론에 이르곤 한다. ‘에르메스잖아.’ ‘에르메스니까.’

    그 실마리는 지난 4월 한국을 찾은 악셀 뒤마 에르메스 회장과의 인터뷰 속에서 일부 발견할 수 있었다. “우리에겐 창작이 모든 것의 중심에 있습니다(Pour nous, la création est au cœur).” 여기서 ‘cœur’는 우리말로 ‘심장’ ‘마음’이라는 단어로, ‘중심’ ‘핵심’으로 번역되기도 한다. 에르메스에 창작(création)은 곧 심장이요, 존재의 동력이라는 얘기다. 뒤마 회장은 “에르메스는 장인 정신을 전시하는 박물관이 아닌 성장해 나가야 하는 기업”이라면서 “변화하고 창조할 수 있는 자유를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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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즈 골드 소재의 케이스에 다이아몬드 세팅, 바게트 컷 다이아몬드 2개와 1개 테라코타 투르말린 세팅된 핀, 로즈 골드 소재의 다이얼. /에르메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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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작’ ‘자유’ ‘보존’ 이 세 단어가 마치 트라이앵글처럼 그의 이야기 속에 공명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혼자 할 수 없는 일. 그는 채용 단계에서부터 회사에 진심이고, 일을 통해 성장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세심하게 알아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19세기 프랑스 시인이자 작가인) 샤를 페기의 소설을 예로 들겠다. 석공 세 명에게 지금 무얼 하고 있는지 묻는 장면이 있다. 석공 한 명은 ‘돌을 깨고 있다’고 답하고, 두 번째는 ‘밥벌이 중’이라 답하는 반면, 세 번째 석공은 ‘대성당을 짓는 중이다’라고 말한다. 세 명 모두 같은 일을 수행 중이지만, 그 누구라도 세 번째 석공처럼 생각하는 직원을 채용하고 싶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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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이트 골드 소재의 케이스에 다이아몬드 세팅, 다이아몬드 세팅된 화이트 골드 소재의 다이얼, 화이트 골드 소재에 4개의 다이아몬드 센터 스톤 그리고 다이아몬드 세팅된 브레이슬릿. /에르메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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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초 세계적인 시계·주얼리 박람회인 워치스&원더스에서 공개된 에르메스의 하이 주얼리 워치 컬렉션 ‘마이용 리브르(Maillon libre)’ 이름을 들었을 때, 악셀 뒤마 회장과의 인터뷰가 떠오른 건 단지 뒤마 회장이 강조했던 단어 중 하나인 ‘자유’(리브르·libre)라는 이름을 지녔기 때문만은 아니다. 여기서 ‘마이용’(maillon)은 사슬·고리라는 뜻. 서로 얽혀 있어야 할 사슬에 자유를 주다니, 지극히 에르메스적인 단어 조합 아닌가. 시계를 어떻게 표현했을지가 관건이었다. 손목에 채우는 브레이슬릿(팔찌)의 사슬이나 고리를 해체하면 형태를 갖출 수가 없고, 시계 핸즈나 부품의 고리를 제대로 꿰지 않는다면 제 기능을 할 수 없을 것이다.

    생김새를 보고 나니, 왜 같은 돌을 깨며 ‘대성당을 짓는다’고 말한 이를 채용하겠다고 했는지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익숙함이라는 사고의 사슬에 얽매어 있는 것이 얼마나 스스로를 옥죄고 있는지를 이 ‘마이용 리브르’를 보며 깨닫게 됐다. ‘시계란 건, 손목 위에 올려 있는 것’이라는 데에 너무나도 익숙했던 우리의 일상을 완전히 뒤엎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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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❶화이트 골드 소재의 케이스에 블루 사파이어 세팅, 블루 바게트 컷 사파이어 2개와 1개 임페리얼 토파즈 세팅된 핀, 화이트 골드 소재의 다이얼. ❷로즈 골드 소재의 케이스에 다이아몬드 세팅, 바게트 컷 다이아몬드 2개와 1개 테라코타 투르말린 세팅된 핀, 로즈 골드 소재의 다이얼. ❸화이트 골드 소재의 케이스에 다이아몬드 세팅, 바게트 컷 다이아몬드 2개와 1개 인디고라이트 투르말린 세팅된 핀, 오닉스 소재의 다이얼. /에르메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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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적인 시계 브랜드들이 저마다 각자의 새로운 ‘발명품’과 ‘복잡 시계’ 기술을 들고와 경쟁할 동안, 에르메스는 특유의 상상력과 유머로 그를 뛰어넘어 버렸다. 이번에 처음으로 선보이는 마이용 리브르는 에르메스를 상징하는 쉔 당크르(Chaîne d’Ancre) 체인 모티프를 브레이슬릿과 브로치 워치로 재해석했다. ‘쉔 당크르’의 닻 사슬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한 ‘마이용 리브르 브레이슬릿 워치’는 케이스부터 브레이슬릿(시계줄) 등 모두를 쉔 당크르 체인으로 엮었으며, 다이아몬드 또는 테라코타 투르말린이 세팅된 중앙의 스톤 장식과 곡선 형태가 특징이다.

    ‘마이용 리브르 브로치 워치’가 바로 그랬다. 브로치인데 시계다. 고급 보석이 화려한 빛을 뿜는 동안 시계 바늘은 움직이고 있다. 소매 끝을 장식할 수도 있고, 재킷 라펠에 꽂을 수도 있다. 최고급 복잡 시계든, 스마트 워치든 회의 중에 셔츠 소매를 살짝 걷고는 시간을 확인하는 수고를 할 필요도 없다. 중요한 모임에서 휴대폰에 시선이 팔린다는 이야기를 들을 일도 없다. 우아하게 손목 한 번 올려주면 시간 확인. 그사이 반짝이는 보석은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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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❺로즈 골드 소재의 케이스에 다이아몬드 세팅, 다이아몬드 세팅된 로즈 골드 소재의 다이얼, 로즈 골드 소재에 4개의 테라코타 투르말린 센터 스톤 그리고 다이아몬드 세팅된 브레이슬릿. ❻ 화이트 골드 소재의 케이스에 다이아몬드 세팅, 다이아몬드 세팅된 화이트 골드 소재의 다이얼, 화이트 골드 소재에 4개의 다이아몬드 센터 스톤 그리고 다이아몬드 세팅된 브레이슬릿. ❼화이트 골드 소재의 케이스에 다이아몬드와 블루 사파이어 세팅, 다이아몬드 세팅된 화이트 골드 소재의 다이얼, 화이트 골드 소재에 4개의 라군 투르말린 센터 스톤, 그리고 다이아몬드와 블루 사파이어 세팅된 브레이슬릿. /에르메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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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손목시계라는 건 20세기 들어서야 정착된 매우 현대적인 개념이다. 다이얼을 대놓고 드러내 시간을 확인하는 게 가능한 남성 위주의 사회에서 몸에 착용하는 것은 대체로 회중시계였던 것에서 1900년대 초반 매우 드물지만, 마치 훈장 느낌으로 다이얼이 메달처럼 달린 브로치 시계가 존재하긴 했었다.

    그런데 에르메스는 그 모든 규칙을 깨버렸다. 이것이 바로 창작이란 자유의 힘이다. 시계인데 시계 같지 않고, 브로치라고 말하기엔 목걸이로도 착용할 수 있다. 함께 제공되는 가죽 스트랩이 전통과 혁신을 잇는 다리 역할도 한다. 에르메스의 마구 제조 및 가죽 제품 제작 헤리티지를 반영하는 것은 역시 에르메스적인 해석이다. 에르메스 전통의 장인 정신이 가미된 가죽 스트랩을 활용하는 펜던트 스타일로 연출한 브로치 워치의 느낌은 시계와 목걸이, 브로치 그 모든 경계를 넘어선다. 미국 보그는 2025년 워치스&원더스에서 선보인 ‘가장 아름다운 시계 10선’ 중 하나로 ‘마이용 리브르 컬렉션’을 꼽으면서 “에르메스가 시계 제작에 비교적 뒤늦게 발을 들여 탄생한 ‘비전통적이며 파격적인 사고’가 오히려 매우 전통적인 분야에 대해 메종의 독특하고 색다르며 창의적인 접근을 가능케 한다”면서 “여기에 장인 정신, 품질, 아름다움에 대한 고집이 더해져 성공의 비결이 완성된다”고 꼽았다.

    [최보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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