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정부는 지난 16일(현지시간) 밤부터 17일 아침까지 원유와 석유 부산물을 실은 선박들을 해군으로 호위하며 출항시켰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질소 비료와 석유 코크스 등을 실은 선박 여러 척이 베네수엘라의 주요 항구인 호세항을 떠나 아시아 쪽으로 향했다고 한다.
베네수엘라의 이번 조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재를 위반한 베네수엘라 유조선에 대해 “전면 봉쇄”를 지시하고 베네수엘라 정권을 외국 테러 단체로 지정한 직후 시행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몇 달간 베네수엘라 인근 카리브해에서 마약 운반 추정 선박을 격침하고, 베네수엘라산 원유를 적재한 유조선을 나포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미군은 17일에도 동태평양의 공해상에서 마약 밀수에 관여한 선박을 공격해 4명을 살해했다고도 밝혔다. 미군에 따르면 해당 선박은 동태평양의 마약 밀수 루트를 따라 이동 중이었으며, 마약 밀수 활동에 관여했다고 한다.
미국의 잇따른 조치에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정부를 위협해 석유를 훔치려는 수작”이라고 규정하며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원유 수출을 유지하겠다”고 반발했다.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회사 PDVSA 역시 “원유와 석유 부산물 수출은 정상적으로 유지되고 있으며, 관련 선박들은 완전한 안전과 운영 보장을 받으며 항해 중”이라고 일축했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이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미국의 지속적인 침략 행위”를 논의하기 위한 회의 소집을 요청했다. 회의는 오는 23일 열릴 예정이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미국과 베네수엘라 양측에 국제법과 유엔 헌장 존중과 함께 긴장 완화를 촉구했다. 멕시코와 브라질 등 남미 정상들도 조속한 대화와 외교적 해결을 강조했다. 다만 중국은 “모든 일방적 괴롭힘에 반대하며 각국의 주권·민족 존엄 수호를 지지한다”며 베네수엘라를 두둔했다.
미국의 봉쇄 조치 여파로 베네수엘라의 경제는 요동치고 있다. 17일 기준 베네수엘라의 연간 물가상승률은 556%로 치솟았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이는 6월 말 219%, 2024년 45%와 비교해 급상승한 수치다. 금융시장은 호재를 만난 분위기다. 베네수엘라 국채 가격은 달러당 33센트로 치솟으며 2019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급등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한 글로벌 신흥시장 투자사 대표는 “마두로 정권이 교체될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라고 FT에 설명했다.
한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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