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의 한 장면. 사진 JTBC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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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에 있는 한 대기업은 최근 팀원 8명이 함께 송년회로 공방에서 향수 만들기 체험을 진행했다. 사원 A씨(32)는 “‘웬 향수냐’며 처음에는 머쓱했는데 향수를 만들고 나서는 매일 뿌리고 다닐 정도로 만족스러운 행사였다”며 “술 대신 함께 산책하며 도란도란 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것도 이색적이었다”고 전했다. 이 회사에서는 MZ세대 저연차 직원이 ‘소통 반장’을 맡아 행사를 기획하고, 비교적 업무 부담이 적은 금요일을 활용해 쿠키 만들기나 유화 클래스 등 체험형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연말 송년회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술자리를 중심으로 한 전통적 회식 대신 업무시간에 간단한 식사나 체험형 프로그램으로 대체하는 사례가 늘면서다.
오후 4시에 시작, 퇴근 전 끝내는 기업도
이 같은 흐름은 조사 결과에서도 확인된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직장인 회원 888명을 대상으로 ‘송년회 및 연말 회식’에 대해 조사한 결과, 20대는 선호하는 시간대로 ‘업무 시간’(36%) ‘점심 시간’(32.4%) ‘저녁 시간’(31.6%)이라고 답했다. 반면 50대는 ‘업무 시간’(15.7%) ‘점심 시간’(24.1%) ‘저녁 시간’(60.2%)이라고 답했다. 송년회 형태 역시 ‘식사만 하는 송년회’를 선택한 비율이 20대(38.8%), 30대(35.8%) 모두 가장 높았다. 반면에 40대(44.3%)와 50대(60.2%)는 ‘저녁시간’에 열리는 송년회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했고, 음주를 포함한 송년회를 선택한 비율도 35.7%, 47.2%에 달해 세대 간 인식 차이가 분명한 것으로 나타났다.
차준홍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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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시간에 왁자지껄하게 먹고 마시던 모습에도 변화가 뚜렷하다. 실제로 한 배터리 기업은 오후 4시에 송년회를 열어 퇴근시간 전에 행사를 마무리했다. 전자 계열 대기업에 다니는 김모(34·여)씨는 최근 60여 명 규모의 부서 송년회를 서울 시내 한 호텔 뷔페에서 했다. 김씨는 “모두가 저녁 회식을 꺼리다 보니 평소 개인 돈으로는 선뜻 사기 어려운 고급 식사를 제공해 참석을 유도하려는 것 같았다”며 “술도 있었지만 실제로 마시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고 했다. 또 다른 서울시내 건설회사는 저녁 회식에 대한 호응을 높이기 위해 최신 에어팟과 한우 세트 등 고가의 경품을 내걸기도 했다.
‘송년회 불필요’ 이유 1위는 “시간 뺏겨서”
차준홍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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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회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직장인의 58.8%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필요성을 느끼는 비율이 증가했다. 20대(47.5%)와 30대(51%)는 절반 수준에 그친 반면, 40대는 66.5%, 50대 이상은 68.9%로 집계됐다. 송년회가 필요하다고 한 이유로는 ‘유대감 형성 시간이 필요해서’가 46.6%로 가장 많았고,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의미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36.8%로 뒤를 이었다. 대기업 상무 B씨는 “송년회는 고위급과 평사원이 한자리에 모여 한 해를 돌아보고 대화를 나누는 거의 유일한 자리”라며 “아무리 시대가 바뀌어도 조직원들 간에 허심탄회하게 한 해를 정리할 기회는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차준홍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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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에 전체 응답자의 41.2%는 ‘송년회 등 연말 회식이 필요하지 않다’고 답했다. 이유로는 ‘개인 시간을 빼앗긴다고 느껴서’가 52.2%로 가장 많았다. IT기업에 근무하는 팀장급 C씨(34)는 한 달 전 미리 공지된 송년회에 불참을 선택했다. C씨는 “개인적으로 잡아둔 연말 일정이 있고 저녁 회식은 과음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어 부담스럽다”며 “개인 일정과 겹칠 경우 굳이 조정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차준홍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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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기업들이 MZ세대의 요구를 반영해 회식 문화를 선제적으로 재구성하고 있다”며 “중요한 것은 송년회의 형식이 아니라 구성원들이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변화가 세대 간 인식 차이를 완화하고 조직 내 관계를 유연하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면 충분히 긍정적인 변화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김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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