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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9 (금)

    "브랜드 못지 않게 구조도 중요"…달라지는 F&B 딜 성사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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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 다사다난 국내 자본시장]⑤

    국내 M&A 시장에 다시 고개드는 F&B 딜

    과거 대비 밸류 현실화…보수적 기조 여전

    현금흐름&브랜드보다 리스크 관리가 중요

    런던베이글로 ESG 책임경영 이슈도 떠올라

    이 기사는 2025년12월18일 17시17분에 마켓인 프리미엄 콘텐츠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이데일리 마켓in 김연지 기자] 올해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식음료(F&B) 업종은 유독 엇갈린 평가를 받았다. 현금창출력이 뚜렷하고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매물이 잇따라 등장했지만 거래 성사로 이어진 사례는 많지 않았다.

    일부 거래가 성사되기는 했지만 이를 시장 회복의 신호로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밸류에이션이 현실적인 수준에 머문 데다가 원가 구조와 인건비 부담, 프랜차이즈를 둘러싼 제도 환경 등 운영 리스크에 대한 점검이 거래의 성사 조건으로 부상하면서다. 자본시장에서 F&B를 바라보는 잣대가 단순 현금흐름이나 브랜드 인지도에서 리스크 관리 역량 전반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데일리

    (사진=구글 이미지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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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한 해 새 주인을 찾았거나 잠재 매물로 거론된 F&B 기업으로는 KFC코리아와 파이브가이즈, 노랑통닭, 피자나라치킨공주, 런던베이글 등이 꼽힌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사모펀드(PEF) 운용사가 최대주주로, 회수를 염두에 둔 매각 작업이 이어졌지만 성과는 엇갈렸다.

    특히 밸류에이션 이견으로 협상이 사실상 중단된 사례가 적지 않았다. 노랑통닭 운영사 노랑푸드는 최대주주인 큐캐피탈파트너스와 코스톤아시아가 지분 100% 매각을 추진하며 필리핀 외식 기업 졸리비그룹과 협상을 벌였지만, 가격 눈높이를 좁히지 못하고 최종 결렬됐다. 현금흐름은 안정적이었지만, F&B 업종 전반에 대한 보수적인 투자 기조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케스트라프라이빗에쿼티가 추진 중인 KFC코리아 매각도 비슷한 선상에 놓여 있다. 유력 원매자로 거론된 투썸플레이스는 매장 리뉴얼과 설비 보강에 따른 추가 투자 부담을 감안할 때 매각 측이 제시한 희망가가 높다는 입장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외식 경기 둔화와 브랜드 노후화 부담이 겹치면서 매도자와 원매자 간 밸류 간극을 좁히기 쉽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사실 현금흐름만 놓고 보면 F&B 매물의 체력은 나쁘지 않다. 맘스터치와 비케이알만 해도 실적 개선 흐름을 이어갔으나, 고물가에 따른 소비 위축과 프랜차이즈 산업을 둘러싼 제도 환경 변화가 겹친데 따른 불확실성이 거래를 제약하고 있다는 시각이 많다.

    이러한 환경 변화가 F&B 업종 전반의 투자 매력 약화로 직결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시장에서는 예전처럼 외형 성장이나 브랜드 스토리에 기대기보다 원가 구조와 인건비 관리, 가맹·직영 혼합 구조의 안정성, 프랜차이즈 관련 규제 리스크 대응 능력 등 '운영의 질'을 검증하는 국면으로 전환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단기 실적보다 중장기적으로 리스크를 통제할 수 있는 구조인지가 거래 성사의 핵심 기준으로 부상한 셈이다.

    실제 올해 모든 거래가 막혔던 것은 아니다. 일부 거래는 성사되면서 대비를 이뤘다. 대표적으로 한화갤러리아는 미국 버거 브랜드 파이브 가이즈를 한국 사모펀드(PEF) 에이치앤큐에쿼티파트너스에 매각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최근 체결했다. 파이브 가이즈의 예상 매각가는 600억~700억원으로, 그간 투자액이 200억원 안팎인 것을 고려하면 가치가 세 배 가까이 뛸 것으로 보인다. 양사는 실사 과정을 거쳐 본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런던베이글뮤지엄 운영사 엘비엠(LBM)은 사모펀드운용사 JKL파트너스를 새 최대주주로 맞았다. 지분 100% 기준 거래 금액은 약 2000억원으로, 지난해 EBITDA 등을 감안하면 기업가치는 1700억원 안팎으로 평가된다.

    다만 런던베이글 거래는 F&B 투자에 내재된 ESG 리스크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기도 했다. 인수 이후 런던베이글 사업장에서 노동자 사망 사고가 발생하면서 외식 프랜차이즈의 노동 환경과 안전 관리 문제가 공론화됐다. 브랜드 파워와 실적과는 별개로 운영 리스크가 밸류에이션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된 셈이다.

    자본시장 한 관계자는 "소비 트렌드 변화 속도가 빨라지고 규제·운영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F&B를 대하는 FI와 SI 모두 신중해진 모습"이라며 "특히 F&B는 이제 얼마나 버느냐보다 어디까지 감내할 수 있느냐를 보는 시장이 됐다. 여기에 운영 리스크까지 반영하면 과거와 같이 후한 멀티플을 적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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