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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1.02 (금)

    기부금 그대로, 물가는 급등..."직원 월급 다 못 줬다" 푸드뱅크 이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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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 푸드지원센터를 방문한 조모씨의 스쿠터 짐칸. 그는 "평소에 생활에 도움되는 것들을 가져간다"고 말했다./사진=김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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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경기 속 푸드뱅크를 향한 기부 모금이 정체 국면에 빠졌다.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고 취약계층은 늘어나며 같은 재원으로 더 많은 수요를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취약계층의 식탁을 떠받치는 현장에 부담이 쌓이고 있다.

    지난 18일 오후 조모씨(63)는 스쿠터를 타고 서울 강남구의 한 푸드지원센터를 방문했다. 입구에서 신원을 확인받고 진열대에 가지런히 놓여있는 식료품과 생필품을 3분 정도 둘러본 그는 고민 끝에 섬유유연제 1통, 빵 3개, 3분 짜장카레 1개를 골랐다. 모두 기부로 마련된 물건들이어서 조씨는 값을 치르지 않고 가져갈 수 있었다.

    푸드지원센터를 약 1년간 이용했다는 조씨는 "한 끼가 아쉬운데 이렇게라도 받을 수 있으니 얼마나 좋냐"며 "품목이 조금 더 다양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있다"고 말했다.

    조씨가 찾은 푸드지원센터는 민간 기부를 바탕으로 취약계층에 식품과 생활용품을 지원하는 곳이다. 기업·개인 기부 물품을 복지시설에 배분하는 푸드뱅크와, 이용자가 직접 물품을 고르는 푸드마켓 기능을 통합해 운영된다. 전국푸드뱅크 홈페이지에 따르면 서울에 31곳, 전국에 441곳 푸드뱅크 사업장이 지역 '먹거리 안전망' 역할을 하고 있다.


    "직원 급여 줄여 먹거리 산다"…고물가·기부금 정체에 허덕이는 푸드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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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3년간 서울푸드뱅크 모금액 추이. /그래픽=윤선정 기자.



    이같은 푸드지원센터에 모이는 기부금은 최근 정체 국면에 접어든 모습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푸드뱅크 전체 모금액은 2023년 436억7000만원에서 지난해 421억7000만원으로 3.4% 줄었다. 올해는 10월까지 362억6000만원이 모금됐다. 연말 기부 시즌을 감안하더라도 2023년 수준을 크게 웃돌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기부 규모가 일정 수준에서 멈춰 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기부금 예산은 정체된 반면 식품 물가는 치솟고 있다는 점도 푸드지원센터 운영을 더욱 버겁게 만드는 요인이다.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의 '식료품 및 비주류음료' 물가지수는 127.1로, 기준연도인 2020년(100) 대비 27.1% 상승했다.

    같은 기간 전체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17.2%에 그쳤다. 푸드뱅크와 푸드마켓이 주로 다루는 쌀·빵·가공식품·생활용품 등 필수 품목 가격이 전체 물가보다 더 가파르게 오른 셈이다.

    반면 푸드뱅크 수요는 줄지 않았다. 고물가 상황이 장기화하면서 푸드지원센터를 찾는 취약계층은 오히려 늘어나는 추세다. 강남구의 경우 푸드마켓 이용 대상자가 꾸준히 늘어 현재 약 3000명까지 증가했다.

    직원 급여를 줄여 먹거리를 마련하는 곳도 있다. 대전 지역의 한 푸드마켓 관계자 A씨는 "고물가에 특히 식품류가 비싸졌고 취약계층 먹거리 수요도 늘어나고 있는데 기부금마저 정체라 위험한 상황"이라며 "우리도 여기저기서 후원금을 충당하고 있는데 (먹거리를 사느라) 사업비에 돈을 쏟게 되면 인건비가 줄어서 일부 직원은 급여를 전부 못 받는 경우도 생겼다"고 말했다.

    현장 관계자들은 체감 경기를 가장 큰 원인으로 꼽는다. 기업의 사회공헌(CSR) 예산 축소와 개인 기부 여력 감소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서울시내 한 푸드지원센터 관계자 B씨는 "구에 있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기부·후원 홍보를 하고 있지만 예전만큼 쉽지 않다"며 "거동이 불편한 가구에 주 1회씩 식료품 꾸러미를 배달해주던 외부 대행업체가 최근 폐업하면서 지원 방식에도 차질이 생겼다"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mtjen@mt.co.kr 김미루 기자 mir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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