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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28 (일)

    폭탄 협박에 수백명 대피했는데 벌금형... “처벌·배상 강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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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나 지하철역을 넘어 최근 민간 기업을 겨냥한 폭탄 테러 협박이 잇따르고 있다. 실제 폭발물이 발견된 사례는 없지만, 경찰 출동과 직원 대피로 기업 활동에 적지 않은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올해 신설된 공중협박죄로 최대 5년 이하의 징역형이 가능해졌지만, 실제 처벌은 벌금형에 그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경찰과 소방 당국에 따르면 지난 15일부터 닷새간 현대차, 카카오, 삼성전자, 네이버, KT 등 국내 주요 기업 본사에 폭발물이 설치됐다는 신고가 잇따라 접수됐다.

    이날 오전에는 서울 종로구 현대그룹 사옥과 서초구 현대자동차 양재 사옥을 폭파하겠다는 협박 메일이 접수돼 경찰이 출동했다.

    18일에는 제주시 영평동 카카오 본사에 폭발물이 설치됐다는 신고가 들어와 경찰과 소방이 수색을 벌였다. 같은 날 카카오 고객센터 게시판에는 “경기 수원시 영통구 삼성전자 본사를 폭파하고 이재용 회장을 사제총기로 살해하겠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경기 성남시 네이버 본사와 KT 사옥에도 폭발물 설치 신고가 접수됐다.

    지난 15일과 17일에도 경기 성남시에 있는 카카오 판교아지트 건물에 폭발물 설치 협박 신고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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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정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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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제 테러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업무 중단에 따른 피해는 적지 않다. 지난 15일 카카오 판교아지트는 폭발물 설치 협박 신고 이후 재택근무 체제로 전환됐다. 17일에는 야간 근무자들에게 귀가 조치가 내려졌다. 18일 카카오 본사에서는 당시 근무 중이던 직원 110여 명이 건물 밖으로 대피했고, 회사는 임시 재택근무로 전환했다. 삼성전자 역시 협박 글이 게시된 이후 경찰의 수색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테러 협박 행위에 대해 형사 처벌이 가능하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위협 행위는 올해 2월 개정된 형법에 따라 ‘공중협박죄’로 처벌된다. 기존에는 협박죄로 처벌할 수 있는지 여부와 협박의 대상이 특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처벌이 어렵다는 지적이 많았고, 이를 보완하고자 공중협박죄가 신설됐다.

    공중협박죄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 가능하다. 상습범의 경우 7년 6개월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까지 선고할 수 있다.

    형사처벌과 별개로 테러 협박으로 기업이 정상적인 운영을 하지 못해 발생한 손해에 대해 민사상 배상도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 처벌 수위는 낮은 편이다. 지난 3월 서울 영등포구 일대 상점가를 돌아다니며 테러를 예고한 혐의로 기소된 30대 남성은 공중협박죄 첫 판결에서 벌금 600만원을 선고받았다.

    민사 손해배상 역시 실제 사례는 드물다. 곽준호 법무법인 청 변호사는 “가해자들이 대부분 경제력이 없는 경우가 많고, 기업들이 소송 부담을 고려해 민사 절차를 자제하면서 의미 있는 배상 사례는 거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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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10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 체조경기장 내 폭발물이 설치 됐다는 신고가 들어와 시민들이 대피해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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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가들은 사이에서는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도우 경남대학교 경찰학과 교수는 “양형 과정에서 실제 폭발물 설치 여부나 실질적인 위험 발생 여부 등 결과 중심으로 판단하다 보니 처벌이 가볍게 나오는 경향이 있다”며 “무관용 원칙에 가까운 양형 기준을 마련해 하나의 확립된 사법 체계로 자리 잡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사이버상 협박이라 하더라도 완전범죄는 없고, 반드시 검거된다는 인식을 확산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며 “공중협박죄에 대해 무거운 형량이나 벌금이 반복적으로 선고되면 잠재적 범죄자들에게도 경각심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경찰도 허위 협박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크다고 보고 손해배상 청구에 나서고 있다. 경찰은 지난 8월 신세계백화점 본점을 폭파하겠다는 협박 글을 온라인에 올린 20대에게 약 12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9월 경기 성남시 야탑역 칼부림 협박 글을 게시한 남성에게도 5500만원 규모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이호준 기자(hjoon@chosunbiz.com);김관래 기자(ra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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