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부담 완화, 의학 연구 촉진
미국 성인 64% "합법화 지지"
지난해 7월 23일 미국 앨라배마주 파이크 카운티에 위치한 의료용 마리화나(대마) 판매 업체 회사에서 의료용 마리화나가 피어나고 있다. 파이크카운티=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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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마리화나(대마)의 마약류 분류 등급을 1등급에서 3등급으로 완화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헤로인 등과 같은 강력 마약으로 꼽힌 마리화나가 의학적 효용이 인정된 약물과 같은 등급으로 관리되는 셈이다.
3등급 되면 의료용 사용 가능
도널드 트럼프(맨 앞) 미국 대통령이 18일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마리화나(대마)의 약물 등급을 재분류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이후 취재진에게 보여주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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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현재 1등급 약물인 마리화나를 3등급으로 낮추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마리화나는 1970년부터 연방 차원에서 1등급 약물로 분류돼 왔다. 헤로인, LSD, 엑스터시 등 1등급으로 지정된 약물은 오남용 가능성이 크고 의료 목적 사용이 인정되지 않는다. 마리화나가 3등급으로 재분류되면 케타민(마취성 물질)이나 테스토스테론(남성 호르몬)처럼 처방을 받아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수십 년 동안 극심한 고통을 겪어온 많은 사람이 내게 이 조치를 취해달라고 간청해 왔다"며 "이 행정명령은 어떤 형태로든 마리화나를 합법화하는 것이 아니며, 오락용 약물로서의 사용을 결코 승인하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백악관이 이날 공개한 명령문을 보면 트럼프 행정부는 "환자와 의사들에게 더 나은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의료용 마리화나 및 칸나비디올(CBD) 연구를 확대하는 정책"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 식품의약국(FDA)의 특정 질환 관련 식욕 부진, 항암 치료 중 메스꺼움 및 구토를 다루는 데 의료용 마리화나 사용이 과학적으로 도움이 된다는 조사 결과를 제시했다.
"획기적 발전"…공화당 내 반대도
지난해 11월 2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체로키 인디언보호구역 인근에 있는 마리화나(대마) 업체의 매장에 마리화나가 전시돼 있다. 체로키=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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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화나 합법화 지지자들은 이번 조치를 환영했다. 미국의 마리화나 생산 업체 트룰리브 캐너비스의 최고경영자(CEO) 킴 리버스는 "이번 결정은 오늘날 의료용 마리화나에 의지하는 수백만 미국인들에게 희소식"이라며 환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오랜 측근이자 억만장자인 하워드 케슬러는 "의료 시스템에 지각 변동을 일으킬 만한 변화로, 수십 년 만에 가장 획기적인 발전 중 하나"라고 평했다.
반대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테드 버드(노스캐롤라이나), 존 바라소(와이오밍) 등 공화당 소속 상원의원 22명은 17일 "마리화나 산업 성장은 우리 경제와 미국인의 건강한 생활 방식에 반하는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마리화나 재분류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지난해 5월 7일 미국 워싱턴 조지타운에 있는 한 마리화나(대마) 판매점. 워싱턴=권경성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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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행정명령으로 마리화나가 합법화된 주에서 관련 기업들의 세금 부담이 완화되고 의학 연구가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메디케어·메디케이드 서비스국(CMS)이 내년부터 암 환자 등을 위한 CBD 치료 비용 지원 프로그램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8월 트럼프 대통령이 마리화나 업체들로부터 수백만 달러의 정치 자금 모금을 받고 마리화나 재분류를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내년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유권자 다수가 마리화나 합법화를 지지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미 여론조사기관 갤럽이 지난달 5일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 성인의 64%가 마리화나 합법화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손성원 기자 sohns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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