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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22 (월)

    "인플레이션 잡았다" 백악관 자화자찬에… 전문가들 "수치 오류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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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셧다운으로 인해 11월 초 데이터 누락
    '공표 부적합' 항목 17개 → 45개로 늘어
    "11월 말 블프 세일 CPI에 과대 반영"


    한국일보

    한 미국 시민이 올해 12월 로스앤젤레스에서 식료품을 구매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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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발표한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를 놓고 전문가들이 통계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백악관은 11월 CPI가 전망치보다 낮자 "인플레이션(물가)을 잡았다"고 자화자찬한 반면, 43일간 이어진 연방정부 셧다운(업무정지)으로 데이터가 제대로 수집되지 않은 오류일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8일(현지시간) "11월 CPI가 전문가 예상치를 하회했지만, 월스트리트는 이 수치에 회의적"이라고 전했다. 이날 미국 노동통계국(BLS)은 11월 미국 CPI의 전년 동기 대비 상승률은 2.7%라고 발표했다. 전문가 예상치(3.1%)를 밑돈 건 물론, 2021년 초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을 보였다.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차기 의장 후보로 알려진 케빈 해싯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은 폭스 비즈니스 네트워크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CPI 보고서가 "놀라울 정도로 좋은 결과"라며 " 미국 경제가 높은 성장률과 낮은 인플레이션을 동시에 달성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CPI 수치에 오류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10월 1일부터 11월 12일까지 이어진 셧다운의 여파로 자료 조사가 제대로 되지 않았을 것이란 추측이다. FT는 "경제학자와 투자자들은 데이터 누락으로 인해 통계의 가치가 훼손됐다고 보고 있다"고 언급했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도 "11월 인플레이션의 완화는 데이터 문제를 반영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 실제 셧다운으로 인해 10월 CPI는 발표되지 않았고, 11월 CPI도 예정일(12월 10일)보다 8일 늦게 공개됐다.

    BLS가 공개한 세부 자료에서도 데이터의 신빙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11월 CPI 보고서에서 '공표 부적합' 단서가 붙은 항목은 45개로, 9월(17개)에 비해 급증했다. CPI는 소비자들이 구매하는 개별 물품의 가격을 조사해 산출하는데, 이 중 표본 부실 등 자료 품질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경우 BLS는 공표 부적합 표시를 한다. 다만 공표 부적합 판정을 받더라도 추정치 등을 이용해 CPI 계산에는 포함되기에 전문가들이 11월 CPI를 신뢰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11월 CPI 자료 조사 시작이 늦어 물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으리라는 지적도 나온다. 셧다운으로 인해 11월 초 가격 조사가 불가능했다는 것이다. FT는 "11월 CPI는 월 후반기 수집 데이터에 의존했는데, 11월 말은 블랙프라이데이 할인으로 가격이 인위적으로 낮아지는 시기"라고 지적했다. 11월 초 데이터는 누락됐고, 여기에 11월 말의 블랙프라이데이 할인 가격은 물가에 대폭 반영돼 CPI를 왜곡했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지적에도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 이후 물가가 하락했다고 강조하고 있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물가 상승 압력이 예상보다 훨씬 낮았다"며 "낮은 물가와 더 큰 급여의 흐름은 새해에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영 기자 jy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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