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경제와 안보의 경계가 흐릿하거나 긴밀히 맞물려 돌아가는 이 시대에, '김양희의 경제안보'는 국내외에서 나타나는 복잡한 문제들을 경제안보라는 독법으로 읽어내 그로부터 우리가 취해야 할 실천적 함의를 끄집어내고자 한다.2018년 3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참여한 11개국 통상 관련 장관들이 새로운 출발을 선언했다. 산티아고=EPA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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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보호주의 체제'에 편입된 한국 경제
'전략적 자율성' 확보 위한 보완책 찾아야
CPTPP의 멕시코는 '이중 교두보'로 가능
'전략적 자율성' 확보 위한 보완책 찾아야
CPTPP의 멕시코는 '이중 교두보'로 가능
최근 정부가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필요성을 다시 강조했다. 미·중 경쟁 격화와 미국발 관세 전쟁의 거센 파고 속에서 메가 자유무역협정(FTA) 참여로 수출 시장을 넓히고 공급망 리스크를 분산하며 신흥 무역 규범을 선제적으로 수용하겠다는 취지다. CPTPP 가입의 당위성은 미국 주도 ‘보호주의 진영화’라는 구조변화 관점에서 재조명하면 더 선명해진다.
미국은 올해 경제안보 협상을 통해 일본·한국·유럽연합(EU)을 ‘상호관세 15%, 자동차·자동차부품 15%’의 공급망·투자 협력 핵심 대상으로 묶었다. 이를 편의상 ‘15클럽’이라 부르자. 미국은 또 ‘2025년 국가안보전략’을 통해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을 서반구 패권의 핵심축으로 규정했다. 2026년 공동 검토를 통해 에너지, 식량, 제조, 첨단기술이 결합된 ‘북미 공장’을 ‘북미 요새’로 재설계하려는 구상이다. ‘15클럽’과 USMCA는 미 보호주의 진영을 지탱하는 양대 축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대전환 속에서 한국은 CPTPP를 미 보호주의 진영 편입에 따른 리스크를 관리하고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하는 보완책으로 활용해야 한다. 첫째, CPTPP를 중견국 간 연대 플랫폼으로 삼아야 한다. 미·중 패권경쟁 속에서 유사한 처지의 일본 등과의 자유무역, 신통상규범, 경제안보 협력을 제도화해야 한다. 공급망·디지털·기후 규범 등을 공동 설계·운영하고, 강대국의 경제적 강압에 집합적 협상력을 발휘할 수 있다면 CPTPP의 전략적 가치는 한층 커진다. 둘째, 멕시코를 통한 ‘이중 교두보’ 확보도 중요하다. 멕시코는 USMCA 생산 네트워크의 핵심이자 50여 개국과 FTA를 맺은 통상 허브다. USMCA가 미국 패권을 떠받치는 제도적 기반으로 재정의된 만큼, 아직 FTA가 없는 멕시코와 CPTPP를 매개로 연결되는 것은 북미 공급망을 파고드는 동시에 글로벌 사우스로 뻗는 관문을 확보하는 일이 된다.
물론 USMCA의 엄격한 원산지규정 등으로 인해 이것이 자동으로 미국 시장의 우회로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더 배타적으로 재편될 USMCA에의 접근성을 높이고 제3국 시장도 겨냥하는 복합 전략을 설계해 볼 여지는 충분하다.
물론 CPTPP 가입까지도 순탄치 않을 것이다. 농수산업 등 민감 산업의 피해와 산업공동화 우려를 직시해야 한다. 가뜩이나 대미 투자 확대로 인해 국내 산업 기반 위축이 걱정되는 상황에서 CPTPP가 이를 가속화할 가능성도 있다. 단 해외 생산 확대가 곧 국내 공동화로 귀결되는 것은 아니다. 관건은 무엇을 국내에서 할 것인가다. 반도체, 핵심 소부장 등 전략 품목과 중핵 기능이 국내에 뿌리내릴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긴요하다. CPTPP 가입 논의는 민감 산업 보완책과 국내 제조혁신 생태계 강화를 위한 산업정책이 결합될 때 실현 가능성이 커진다.
그럼에도 한국이 CPTPP와 같은 전략적 자율 공간을 과감히 창출하는 일은 점차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가 되고 있다. 보호주의 진영화의 파고와 USMCA의 위상 강화를 고려할 때, 미중 경쟁 밖 중견국과의 연대와 멕시코를 매개로 한 북미·글로벌 사우스의 이중 교두보 확보까지 시야에 담는다면 CPTPP 가입이 갖는 전략적 함의는 더욱 입체적으로 다가올 것이다.
김양희 대구대 경제금융통상학과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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