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범도 장군이 말년을 보냈던 고려극장의 원로 배우가 극장 박물관에 걸려 있는 홍범도 장군의 사진을 바라보고 있다. 김상욱 작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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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자흐스탄 교민인 김상욱(58)·이현경(58) 부부 사진작가가 ‘독립군의 후예 고려인이 사는 땅, 중앙아시아’를 주제로 오는 23일부터 닷새간 서울 상계예술마당에서 광복 80주년 기념 특별사진전을 연다.
이 전시는 광복 80주년을 가장 뜨겁고 의미 있게 맞이한 고려인 동포들의 일상과 그들이 뿌리내리고 사는 땅, 중앙아시아의 광활한 대자연의 모습을 동시에 담고 있다.
전시는 고려인, 중앙아시아의 대자연이라는 두개의 소주제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홍범도 장군 유해 봉환 당시의 현장 사진이 출품됐다. 김상욱 작가는 “크즐오르다에서 홍 장군의 유해를 수습하던 현장 분위기와 국군 의장대가 카자흐스탄 의장대로부터 홍 장군의 유해를 최대한의 예우를 갖춰 넘겨받던 그날의 현장 모습을 떠올리면 아직도 감동이 밀려온다”고 말한다.
중앙아시아에 첨단 벼농사 기술을 전수한 고려인들의 벼 수확 모습 등을 담은 사진도 빠뜨리지 않았다. 홍범도의 도시, 크즐오르다는 중앙아시아 최대의 벼생산지로 유명하다.
독립운동가 황운정의 아들 황마이 선생이 알마티 시내 리스쿨로바 공동묘지에 있는 황운정 지사의 묘비에 입을 맞추고 있다. 황마이 선생은 옛 소련 국가대표 빙상감독을 역임했고 카자흐스탄 체육대학 교수로 재직하며 공훈 체육인 칭호를 받았다. 올해 만 95살로 1937년 강제이주 당시 7살이었던 그는 당시를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이현경 작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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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경 작가는 아직도 한식과 설날, 돌잡이와 같은 우리의 풍습과 전통문화를 지켜가고 있는 고려인 동포들의 일상을 렌즈에 담았다. 특히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는 밥을 주식으로 하고 반찬을 곁들여 먹는 우리의 식문화를 주의깊게 관찰하고 카메라에 담았다. 현지에서는 ‘까레이스키 살라트’라고 불리며 큰 인기인데, 이미 현지인들의 음식 속에 스며들어 있을 정도이다.
아울러 장대한 천산산맥과 여기에서 발원한 강줄기들이 만들어낸 신비롭고 아름다운 대자연을 담는 것도 놓치지 않았다. 김 작가는 “사진전을 통해 우리 사회가 고려인의 역사와 문화, 더 나아가 이들이 사는 중앙아시아 지역에 대해 좀 더 깊은 관심을 갖고 한민족의 지평을 넓히고자 한다”며 “이는 고려인 사회에 대한 작은 선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 출발점은 바로 고려인 강제이주에 대한 객관적이고 정확한 이해에 있다고 김 작가는 지적한다. 그는 “1937년 고려인 강제이주는 실제보다 과장된 측면이 있는데, 당시 조선총독부에 의해 조선 민중들에게 유포됐던 수준에서 아직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원인제공자인 일제의 대륙침략과 식민지 분할통치를 빼버리면 이 사건을 제대로 볼 수 없다”고 강조한다.
이현경 작가는 “이번 전시는 그동안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해 준 카자흐스탄 고려인 동포사회와 한국에서 성원해준 많은 분들의 응원 덕분”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전시는 2010년 한국의 ‘카자흐스탄의 해’를 기념해 ‘카자흐의 인간풍경(Humanscape)’ 사진전 이후 한국에서 여는 두번째 사진전이자, 이 부부가 카자흐스탄에서 살아온 지난 30년 동안의 기록이기도 하다.
김상욱 이현경 사진전 포스터. 김상욱 작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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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김상욱·이현경 부부는 1994년 카자흐스탄으로 이주해 31년째 살고 있다. 대학시절 학보사 기자라는 공통점을 가진 이들은 1987년 명동성당에서 서울지역대학신문 보도사진전을 함께 열었고, 이후에도 카메라를 손에서 놓지 않고 꾸준히 사진 작업을 해 왔다.
김상욱 작가는 고려대 국문학과를 졸업한 뒤 대학원에서 북한학과 소련지역 문제를 연구했다. ‘1920~1930년대 소련사회경제사를 통해 본 고려인 강제이주의 원인’이라는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5년부터 한국국제협력단(KOICA) 파견으로 알마티국립대학교 조선어과 교수로 활동했다. 알마티 한글학교 초대 교장을 역임했고, 한글동포신문 ‘한인일보’의 주필로 일하고 있다. 고려인 차세대들의 민족정체성 고양을 위한 우리 민족의 역사 교육이 강조돼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고려문화원을 설립했다. 2023년 카자흐스탄 정부로부터 친선대사로 임명돼 활동하고 있기도 하다.
저서로는 유라시아 골든허브(2010, 평사리, 공저) 중앙아시아의 거인(2008, 궁리, 공저)이 있고, 카자흐스탄 대통령 훈장을 두 차례(2015, 2025)받았다.
이현경 작가는 서울여대를 졸업한 뒤 한국방송(KBS) 작가로 활동했다. 카자흐스탄국립대 한국학과 교수로서 후학을 가르쳤고 현재는 한국방송 통신원으로 일하면서 고려인 동포사회의 소식들을 모국에 전하고 있다. 그녀의 눈과 카메라에 소련 붕괴 뒤 변해가는 카자흐스탄과 동포사회의 모습이 담겨 있다.
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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