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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20 (토)

    "인분 12t 쌓였다더니"···인간들의 '신들의 봉우리' 훼손에 네팔, 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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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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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말라야 고봉에 쌓이는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네팔이 처음으로 등반객 수 제한에 나선다.

    19일 dpa 통신 등에 따르면 네팔 당국은 최근 ‘히말라야 봉우리 청결 유지 5개년 계획(2025∼2029년)’을 공개하고, 에베레스트(해발 8848.86m)를 비롯한 주요 산봉우리의 등반객 수를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당국은 각 봉우리의 환경과 여건을 고려해 과잉 등반을 줄이고 쓰레기 문제를 완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구체적인 제한 기준과 시행 규정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히말라야 등반객 수 제한 논의는 코로나19 대유행 당시 사회적 거리두기 필요성이 제기되며 본격화됐지만,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시행된 적은 없었다. 당시에는 많은 등반대가 중도에 하산하는 사례가 나오기도 했다.

    네팔은 해발 8000m가 넘는 히말라야 14좌를 포함해 수많은 산봉우리에서 발생하는 쓰레기 문제로 오랫동안 어려움을 겪어왔다. 베이스캠프와 이른바 ‘데스존(Death Zone)’으로 불리는 고지대에는 옷가지와 산소통, 플라스틱 쓰레기, 일회용 의료용품, 캔류, 알루미늄 사다리와 로프 등이 방치돼 있다. 온난화로 만년설이 녹으면서 과거 등반객들의 시신이 드러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 7월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의 실태를 담은 영상이 확산되며 논란이 일었다. 영상에는 텐트와 각종 쓰레기, 인간 배설물이 흩어져 있는 모습이 담겼고, 인분 등 폐기물 약 12t(톤)이 산을 뒤덮고 있다는 자막이 삽입됐다. 해당 영상은 공개 직후 빠르게 퍼지며 조회 수 400만 회를 넘겼다.

    네팔 정부와 군, 시민단체는 2000년대 초부터 개별적인 청소 캠페인을 벌여왔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는 못했다. 이번 5개년 계획에는 기존 쓰레기 관리 규정을 보다 철저히 이행하도록 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현재 규정에 따르면 등반객은 하산 시 1인당 최소 8㎏의 쓰레기를 반드시 수거해 내려와야 한다.

    계획에 따라 앞으로 등반객들은 등반 전 히말라야 산맥 청결 유지 캠페인에 대한 설명회에 참석해야 하고, 하산 시 반출하는 쓰레기 양을 기록하도록 했다.

    에베레스트를 31차례 올라 세계 최다 등반 기록을 보유한 셰르파(등반 안내인) 카미 리타는 dpa 인터뷰에서 “과거 히말라야 쓰레기 수거 작업이 네팔 군에 맡겨졌다가 다시 셰르파들에게 위임되는 방식으로 운영됐지만 지속 가능하지 않았다”며 “쓰레기 수거 작업이 셰르파들에게 하나의 일거리로 주어져야 한다. 이것이 히말라야 봉우리들을 청결하게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에베레스트 높이 측정 조사팀을 이끈 키믈랄 가우탐은 “이번 계획은 다소 늦은 감이 있다”면서도 “올바른 방향을 향한 첫 걸음이지만 결국 어떻게 효과적으로 실행되느냐에 성패가 달려있다”고 밝혔다.

    김도연 기자 dorem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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