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21 (일)

    이슈 가상화폐의 미래

    로고프 교수가 말하는 달러·비트코인 운명 [US Report]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암호화폐 회의론자의 진단


    금과 함께 대표 안전자산으로 대우받던 달러화와 트럼프정부 들어 랠리를 이어가던 암호화폐가 최근 극심한 변동성을 나타내고 있다. 올해 들어 달러인덱스(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가 1월 109.81까지 올랐다가 지난 9월에는 96.24까지 떨어지는 롤러코스터를 탔고, 비트코인 가격도 12만달러를 넘었다가 다시 8만달러대로 주저앉는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는 중이다.

    2008년 금융위기를 예측해 세계적 명성을 얻은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는 최근 매경이코노미와의 인터뷰에서 대표 안전, 위험자산인 금과 암호화폐의 미래를 전망했다.

    로고프 교수는 “달러가 기축통화로서 패권을 잃은 것은 아니지만 시장점유율을 급속히 잃어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2000년대와 2010년대 달러 점유율은 크게 늘었고 2015년 정점에 달했다”며 “최근 달러화는 과거 1971년 금본위제(金本位制·Gold Standard) 폐지 이후 점유율이 급격히 하락했던 때를 떠올리게 한다”고 말했다. 금본위제는 미국 달러 가치를 일정량의 금에 고정해 운영했던 제도로, 달러는 실물 금을 담보로 신뢰를 유지했다.

    최근 신간 ‘달러 이후의 질서’를 펴낸 로고프 교수는 “미국의 재정 악화가 달러 매력을 떨어뜨리고 있다”며 “10년 만기 미 국채도 더 이상 안전자산으로 취급받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미국의 부채는 38조달러에 이르고 지난해 재정적자만 해도 1조8000억달러나 된다.

    매경이코노미

    안전자산·위험자산 모두 재평가 국면

    무엇보다 달러 영향권에서 이탈하려는 국가가 늘어난 것도 달러 가치에는 악영향을 준다. 로고프 교수는 “미국이 대외 제재를 남발하면서 많은 나라가 미국에 노출되는 위험을 줄이려 한다”며 “중국이 대표적인데 자체 거래 네트워크를 구축하며 달러 의존도를 낮추려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은 최근 외환 보유고도 줄이고 있다”며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가 달러 블록의 50%를 차지하는데 이탈이 늘어나면 달러 점유율 하락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미국이 전 세계 은행 시스템을 장악하면서 각국의 민감한 정보에 접근하는 특권을 갖는다는 것도 다른 나라의 이탈을 부른다”며 “모든 나라가 이를 싫어하기 때문에 달러를 우회하는 방법을 찾는다”고 말했다.

    로고프 교수는 “물론 미국이 전쟁에서 패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는 이상 달러는 세계에서 가장 강한 통화의 지위를 유지할 것”이라면서도 “다만 점유율이 떨어지면서 미국이 부담해야 할 금리는 높아지고 헤게모니(패권)도 약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표 암호화폐 회의론자인 로고프 교수는 2018년 비트코인 가격이 10년 내 100달러에 가까워질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하지만 올해 들어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하면서 지난 8월 자신의 예측이 틀렸다고 인정했다. 그럼에도 로고프 교수는 여전히 암호화폐에 대한 부정적 전망을 유지했다.

    그는 “암호화폐가 20조~25조달러에 달하는 지하경제에서 활용 사례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이 때문에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 수요가 있지만 이는 서글픈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이 해온 일들이 어리석었다고 생각한다”며 “암호화폐는 강력하게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최근 비트코인 가격은 큰 폭 조정을 반복하고 있다. 10월 한때 12만6000달러까지 치솟았던 가격은 현재 8만달러 수준으로 떨어졌다. 내년 비트코인 가격을 두고 17만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낙관론과 7만달러대로 폭락할 것이라는 비관론이 동시에 제기될 정도로 불확실성이 크다.

    [뉴욕 = 임성현 특파원 lim.sunghyu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39호 (2025.12.17~12.23일자) 기사입니다]

    [Copyright (c) 매경AX.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