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5일 연속 매도세에도 4000선 사수
정책 기대에 코스닥 훈풍···거래대금 급증
해외주식 수수료 급증···당국, 증권사 압박
고환율·AI 버블 논란 속 서학개미 매수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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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시를 짓누르던 인공지능(AI) 거품 우려가 마이크론의 깜짝 실적과 미국 물가 상승률 둔화 소식으로 차츰 진정되면서 코스피 지수도 가까스로 4000선을 지킨 채 한 주 거래를 마무리했습니다. 연말 '산타 랠리'에 대한 기대감과 우려가 교차하는 가운데, 정부와 당국의 서학개미 '옥죄기'도 계속되고 있는 상황인데요. 이번 선데이 머니카페에서는 지난 한 주 국내 증시 상황을 돌아보고, 해외 투자를 둘러싼 공방과 투자심리의 변화에 대해 짚어보겠습니다.
AI 버블론 속 코스피 4000 방어…외국인 5일 연속 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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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 주(이달 15~19일) 코스피는 약 3.5% 하락하며 약세를 면치 못했습니다. 특히 외국인이 5거래일 연속 매도 우위를 보이며 대거 ‘팔자’에 나선 점이 두드러졌습니다. 지수는 이달 16일에는 전 거래일 대비 2.24% 급락한 3999.13에 마감해 종가 기준 9거래일 만에 4000선을 내주기도 했습니다. 미국 증시발 AI 버블론이 재부상하며 국내 반도체주를 비롯해 대형주 전반에 악재로 작용한 영향입니다. 실제로 17일(현지 시간) 미국에선 오라클이 추진하던 100억 달러 규모 AI 데이터센터 사업이 자금 조달 문제로 무산 위기에 처했다는 소식에 오라클 주가가 5.4% 폭락하고, 엔비디아를 비롯한 주요 AI 관련주들이 동반 급락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메모리 '풍향계' 마이크론의 실적 발표는 시장 분위기를 일부 반전시키는 계기가 됐습니다. 마이크론은 지난주 발표한 실적에서 시장 기대를 웃도는 매출과 이익을 기록하며,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중심으로 한 AI 반도체 수요가 여전히 견조하다는 점을 재확인시켰습니다. 특히 데이터센터용 메모리 매출이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AI 투자 둔화 우려에 대한 시장의 경계심도 다소 완화됐습니다. 이에 따라 주 후반 들어 국내 증시에서도 반도체 업종을 중심으로 낙폭을 일부 만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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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훈풍 이어가는 코스닥 시장으로 이동한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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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가 숨을 고르는 사이, 정부의 코스닥 활성화 대책 기대감에 코스닥 지수는 같은 기간 2.35% 하락하며 비교적 작은 낙폭을 보였습니다. 실제로 이달 들어(12월 1~19일) 코스닥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약 11조 3953억 원에 달해, 2023년 8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혁신·벤처 기업 성장을 지원하려는 정책 기조에 따라 연기금의 코스닥 투자 확대와 상장·퇴출 제도 손질 등이 추진되면서, 코스닥 시장에 투자자금 유입이 활기를 띠는 모습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 업무보고를 통해 "성장성 높은 기업의 코스닥 진입 문턱을 낮추고 부실 기업은 신속 퇴출하는 시장 구조를 도입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는데요. 이에 따라 기존에 발표한 상장 심사·상장폐지 기준 전면 개편과 함께 세제 인센티브를 통해 연기금·기관의 코스닥 투자 비중 확대를 유도할 계획입니다. 이같은 정책 훈풍에 힘입어 한때 코스닥 지수 940선 가까이 상승했던 코스닥은 비록 주 후반 조정으로 하락 마감했지만, 시장 내부에서는 "이제는 코스닥의 시간"이라는 기대감이 나오는 등 투자 심리가 개선된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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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투자에 칼 빼든 당국...증권사에 가해지는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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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해외주식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서학개미에 대해서는 정부 당국의 견제가 거세지고 있습니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해외투자 실태점검 중간결과를 발표하며, 해외주식 거래 상위 증권사를 대상으로 현장 검사에 착수했다고 밝혔습니다. 공격적 이벤트 마케팅으로 개인들의 무분별한 해외주식 투자를 부추긴 증권사의 영업 관행을 바로잡겠다는 취지인데요. 금감원에 따르면 올해 1~11월 주요 증권사의 해외주식 위탁매매 수수료 수익은 1조 9505억 원으로 이미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이는 지난해 연간 수수료 수익(1조 2458억 원)을 50% 이상 뛰어넘은 규모로, 2023년(5810억 원)의 약 3배 수준에 달합니다. 반면 개인투자자들의 해외주식 계좌 절반 가까이(49.3%)는 손실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계좌당 평균 이익도 지난해 420만 원에서 올해 50만 원 수준으로 급감할 만큼 서학개미 상당수가 수익을 못 내고 손실을 보는 실정입니다
이 때문에 당국은 증권사의 해외주식 영업에 제동을 걸고 있습니다. 금감원은 내년 3월까지 해외주식 관련 현금성 이벤트와 광고 중단을 업계에 요구하고, 내년 1분기 중 거래금액 비례 보상 지급 등을 전면 금지하는 제도 개선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이미 일부 증권사들은 해외주식 신규 마케팅 중단에 나서는 등 당국 방침에 호응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또 원·달러 환율 급등의 배경 중 하나로 해외주식 쏠림 현상을 지목하며, 개인의 무분별한 해외투자 증대를 경계하고 있습니다. 실제 원·달러 환율이 최근 1달러당 1480원 안팎의 고환율을 이어가면서 서학개미들의 투자 부담을 높여 왔는데, 이같은 환율 부담 역시 당국의 해외 투자 경고 강화에 한몫을 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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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되살아난 서학개미 투심...저가매수 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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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의 경고음에도 불구하고 서학개미들의 해외투자 열기는 쉽게 식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고환율과 AI 거품 우려로 한때 움츠러들었던 서학개미들은 이번 주 다시 미국 주식 저가 매수에 나섰습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15~18일 나흘간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순매수액은 약 4억 6890만 달러(약 6940억 원)로, 전주(8~12일)의 2억 2828만 달러에 비해 두 배 이상 급증했습니다. 이는 지난달 말부터 이어진 해외주식 순매수 감소세가 반전된 것으로, 연말을 앞두고 해외주식 투자심리가 회복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특히 서학개미들은 이번 조정장에서 AI 반도체 업종에 집중 투자했는데요. 지난 15~18일 국내 투자자 순매수 1위 종목은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의 3배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로 순매수액이 6억 1907만 달러에 달했고, 2위는 최근 급락했던 브로드컴이 차지했습니다.
서학개미 투심 회복의 배경으로는 앞서 언급한 AI 거품 우려 진정이 꼽힙니다. 황수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브로드컴 실적 발표 이후 재부각됐던 AI 버블 우려가 마이크론 실적과 CPI 발표로 일부 진정되며 투자심리가 개선됐다"고 분석했습니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흔들렸던 AI 기술주 고평가 논란이 이번 주 들어 다소 누그러지자, 그동안 관망세이던 서학개미들이 매수 기회로 판단한 셈입니다. 연말·연초를 맞아 산타랠리 기대감과 맞물려 글로벌 증시가 안정된다면 최근 뜨거웠던 서학개미 공방도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장문항 기자 jm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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