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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22 (월)

    [우보세]모험자본 공급이 성공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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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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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1) 임세영 기자 =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1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업무보고 사후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5.12.19/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임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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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금융당국이 증권사에 IMA(종합투자계좌)와 발행어음 인가를 대거 내준 데는 모험자본 공급을 확대하라는 메시지가 분명히 담겨있다. 증권사가 단기금융과 투자기능을 결합해 자금을 조달하고 일정 비율을 중소·벤처기업과 혁신기업에 투자하도록 유도하겠다는 구상이다. 정책의 목표는 명확하다. '모험자본 확대→중소·벤처기업 성장→기업가치 상승→증시 활력 회복'이라는 선순환이다. 문제는 이런 선순환이 의도만으로는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부가 모험자본 공급에 개입한 사례를 보면 성패는 민간의 수익성으로 갈렸다. 1990년대 이스라엘 정부가 시작한 요즈마(Yozma) 펀드는 모험자본 정책이 성공한 대표사례로 꼽힌다. 요즈마의 핵심은 정부는 초기 자금만 출자하고 운용은 민간에 맡겼다는 점이다. 투자 결정에 정부가 개입하지 않았고 성과 보상은 민간 기준을 따랐다. 특히 '콜옵션(정부 지분을 싼값에 살 권리)'이라는 인센티브를 통해 "성공하면 민간이 수익을 독식하라"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었다. 그 결과 다수의 글로벌 IPO(기업공개)와 M&A(인수합병)가 이어지면서 요즈마 투자자들은 민간 VC(벤처캐피탈) 못지않은 수익을 냈다. '수익이 나는 곳에 자본이 몰린다'는 시장의 원리를 정확히 꿰뚫은 셈이다.

    반면 대다수 국가의 도전은 실패로 끝났다. 정부가 막대한 재정을 투입한 만큼 정책목표를 우선순위에 둔 결과다. 고용이나 지역경제, 전략산업 같은 기준이 끼어들면서 수익성은 뒷전으로 밀렸다. 손실이 나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었고, 수익성 악화는 민간 자금 이탈이란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국내에서도 정부마다 모험자본 공급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비슷한 이유로 매번 용두사미로 끝났다. 모태펀드, 창조경제펀드, 정책금융 등 이름과 방식은 달랐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결과를 냈다.

    이재명 정부는 자본시장 정책의 성공 열쇠를 여기에서 찾아야 한다. 먼저 민간의 자율성이 보장돼야 한다. 증권사가 적극적으로 '떡잎'을 알아보고 공격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운용의 묘를 살려야 한다. '흥행=수익' 공식도 세워져야 한다. 모험자본은 말 그대로 누군가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자본이다. 세제혜택이나 손실분담제도를 통해 모험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회수시장(EXIT)의 활성화다. IPO(기업공개)나 M&A(인수·합병)를 통해 돈이 돌아오고, 그 돈이 다시 새로운 혁신 기업으로 흘러가는 순환 구조가 완성돼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금융당국이 발표한 '코스닥 시장 신뢰 혁신 제고 방안'은 시의적절하다. 코스피 2군 무대 취급을 받는 코스닥을 AI(인공지능), 우주, 에너지 등 미래산업의 화수분으로 키워 증시에 활력소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144조원 규모의 연기금을 쌈짓돈처럼 여겨서도 안된다. 평가기준을 바꿔 연기금 투자를 유도하는 것이 국민의 미래를 담보로 모험을 강요하는건 아닌지 곱씹어봐야 한다. 수익률을 쫓아 미장에 뛰어드는 개미처럼 연기금이 스스로 매달리는 환경을 만드는 게 먼저다. 모험자본의 성공은 시장의 탐욕이 혁신과 만나는 지점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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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지영호 차장




    지영호 기자 tellm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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