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 스틸컷.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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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웹툰업계가 애니메이션 제작을 확대하고 있다. 웹소설·웹툰을 기반으로 만든 영화·드라마가 인기를 끌고 있지만, 영상 콘텐츠의 흥행 주기가 갈수록 짧아져 이를 통해 수익을 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는 고정 팬층을 확보하면 생명력이 긴 애니메이션이 지식재산권(IP) 확장 측면에서 잠재력이 크다고 보고, 웹소설·웹툰의 애니메이션화를 본격화한다는 전략이다.
22일 웹툰업계에 따르면 올해 웹소설·웹툰을 기반으로 만든 드라마와 영화가 연달아 흥행에 성공하면서 원작을 찾아보는 독자가 급증하는 이른바 ‘IP 선순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달 말 종영한 JTBC 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이하 김부장 이야기)’다. 드라마가 처음 방영된 직후 2주간 동명의 네이버 웹툰 조회수가 공개 직전과 비교해 30배 뛰었다. 토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의 최고 흥행작이 된 ‘친애하는 X’도 지난달 드라마 공개 이후 원작 네이버 웹툰의 조회수가 17배 증가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자사 인기 웹툰 ‘모범택시’ 시리즈가 드라마 ‘모범택시3’ 방영과 맞물려 조회수가 64배 급증했다고 밝혔다. 디즈니+ 오리지널 드라마 시리즈로 제작돼 지난 7월 공개된 ‘파인: 촌뜨기들’도 원작 웹툰 ‘파인’ 조회수를 58배 끌어올리는 효과를 냈다. 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완결작은 조회수가 감소하지만, 드라마 방영 기간에는 원작을 찾아보는 사람들이 늘면서 웹툰 조회수가 급증하는 흐름이 두드러진다”고 말했다.
다만 이런 선순환 효과가 일시적이라 영상화한 작품의 인기가 회사의 수익성에는 크게 기여하지 못한다는 게 웹툰업계의 설명이다. 넷플릭스, 디즈니+ 등 스트리밍 플랫폼이 영상화 제작비 전액을 지원하고 웹툰 회사가 IP 중개만 하는 계약 구조에서는 수익 대부분이 OTT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매년 신작이 수십개씩 쏟아지면서 영상 콘텐츠의 흥행 주기가 짧아지고, 이에 따라 원작이 누리는 간접적인 수혜도 일시적인 현상에 그친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수익성 확보는 웹툰업계의 오랜 숙제다. 네이버웹툰의 미국 본사인 웹툰엔터테인먼트는 2016년 출범 이래 지난해까지 매년 영업손실을 기록 중이다. 카카오는 콘텐츠 계열사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구체적인 영업이익 규모를 공개하지 않지만, 올 들어 누적 매출은 전년 대비 역성장했다.
업계는 영상화 콘텐츠의 자체 제작을 늘리고, 호흡이 긴 애니메이션 제작을 늘려 수익성을 개선한다는 구상이다. 애니메이션이 흥행에 성공하면 탄탄한 팬층이 유입돼 IP 효과를 보다 길게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국내에서 인기를 끈 일본 애니메이션 ‘귀멸의 칼날’은 올해 극장판이 500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는 저력을 보였다.
나 혼자만 레벨업 애니메이션./카카오엔터테인먼트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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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엔터의 인기 웹툰 ‘나 혼자만 레벨업(나혼렙)’은 지난해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돼 시즌 1과 2 모두 북미, 유럽, 일본 등 글로벌 시장에서 흥행에 성공했다. 나혼렙 애니메이션은 1700만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한 세계 최대 애니메이션 스트리밍 플랫폼 ‘크런치롤’이 선정한 ‘올해의 애니메이션’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나혼렙’은 동명의 인기 웹소설과 웹툰이 누적 조회수 143억회를 기록한 카카오엔터의 대표 IP다. 카카오엔터는 또 다른 인기 IP인 ‘도굴왕’을 애니메이션화해 내년에 선보일 계획이다.
네이버웹툰도 국가별로 웹소설·웹툰의 애니메이션화에 시동을 걸고 있다. 현재 애니메이션으로 제작 중이거나 만들 예정인 작품만 15개에 달한다. 국내에서는 ‘호랑이형님’ ‘전자오락수호대’ ‘미래의 골동품 가게’ ‘덴마’ 등을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하기로 했다. 일본에서는 현지 애니메이션 제작사와 손잡고 인기 웹툰 ‘입학용병’과 ‘일렉시드’ ‘달의제단’ ‘고수’ ‘전지적 독자 시점’을 영상화하는 작업에 돌입했다. 이를 위해 일본 애니메이션제작위원회 참여에도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방침이다.
별을 품은 소드마스터./네이버웹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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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네이버웹툰의 미국 본사 웹툰 엔터테인먼트는 지난달 워너 브러더스 애니메이션과 웹툰 기반 애니메이션 10편을 공동 제작하기 위한 계획을 발표했다. 현재 ‘별을 품은 소드마스터’ ‘열렙전사’ ‘다운 투 어스’ ‘엘프&워리어’ 등 한국 오리지널 웹툰 두 편과 영어 오리지널 웹툰 두 편이 애니메이션화 작품으로 선정됐고, 추가 대상 작품은 향후 공개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OTT를 중심으로 전 세계적으로 애니메이션 시청이 늘고 있는 데다, 애니메이션 팬층이 굿즈 구매 등 작품 관련 소비나 활동을 활발하게 하는 편이라 드라마나 영화에 비해 IP 수명이 길다”고 말했다.
이재은 기자(jaeeunle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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