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한 CEO "자녀 유튜브 이용 통제"
"가장 좋은 방법은 적당히 하는 것"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도 엄격 통제
호주, 최초 16세 미만 SNS 접속 금지
한국은 40%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
청소년 인권 논란에 대책 논의 더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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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동영상 플랫폼인 유튜브 대표가 자녀들의 스마트폰 사용을 통제한다고 밝히면서 전세계 부모들의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다. 아무리 소셜미디어(SNS) 사용을 확산시키는 것이 유튜브 총책임자의 주요 임무라고 하더라도 자녀의 건전한 생활을 위해서는 아버지로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인 셈이다. 호주가 특정 연령 미만의 청소년들이 SNS에 접속할 수 없도록 법으로 강제하고 나선 가운데 스마트폰 중독이 심각한 한국도 조치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닐 모한 유튜브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지가 공개한 틱톡 영상을 통해 자녀들의 스마트폰 이용을 통제한다는 사실을 털어놨다. 그는 “아이들이 유튜브와 기타 플랫폼, 다른 형태의 미디어를 이용하는 시간을 제한하고 있다”며 “평일에는 더 엄격하게 적용하고 주말에는 좀 더 유연하게 적용한다”고 말했다.
모한 CEO는 “(통제 방식이) 물론 완벽하지는 않다”면서도 “자신과 아내에게 가장 좋은 방법은 모든 것을 적당히 하는 것이며, 이는 다른 온라인 서비스와 플랫폼에도 적용된다”고 강조했다. 모한 CEO는 아들 2명과 딸 1명을 키우고 있다.
모한 CEO는 타임지가 선정한 올해의 CEO에 선정될 만큼 유튜브 경영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회사에서는 구독자를 늘리고 플랫폼을 확장하는 임무를 수행 중이지만 가정에서는 자녀 교육과 인성 함양을 위해 아들·딸의 유튜브 시청 시간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모한 CEO는 타임지 인터뷰에서 “젊은이들에게 중대한 책임감을 느끼며 부모들이 자녀의 플랫폼 이용 방식을 더 잘 통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목표가 “모든 부모가 각자의 가정에 적합한 방식으로 자녀의 유튜브 사용을 관리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며 “부모마다 접근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정보기술(IT) 거물들의 이같은 소신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2014년부터 2023년까지 유튜브 CEO를 지냈고 지난해 세상을 떠난 수잔 워치스키 역시 생전 자녀들의 유튜브 이용을 엄격히 통제했다. 그는 자녀들이 유튜브의 어린이 친화적 플랫폼인 ‘유튜브 키즈’를 이용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앱에서 동영상을 시청하지 못하도록 했으며 자녀들의 유튜브 이용 시간도 제한했다. 그는 2019년 CNBC 인터뷰에서 “어린 자녀들이 유튜브 키즈를 이용하도록 허용하지만 이용 시간을 제한한다”며 ”무엇이든 지나치면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인 빌 게이츠도 젊은층의 과도한 스마트폰 사용을 우려하는 IT 거물 중 한 명이다. 게이츠는 2017년 영국 미러와의 인터뷰에서 자녀들이 14세가 되기 전까지 휴대전화를 쓰지 못하게 했다고 밝혔다. 그는 “자녀들이 친구들은 더 일찍 휴대전화를 갖는다며 불평했지만 사주지 않았다"며 “우리는 식사할 때 식탁에서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억만장자 투자자로 유명한 마크 큐반도 비슷하다. 그는 자녀들이 어떤 애플리케이션(앱)을 사용하는지 모니터링하고 휴대전화 사용을 차단하기 위해 시스코의 라우터를 설치하고 관리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방법까지 썼다.
아이폰으로 스마트폰 시대를 연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조차 자녀가 자사 제품을 쓰지 못하게 했다. 뉴욕타임스(NYT) 칼럼니스트인 닉 빌튼은 2014년 9월 잡스와의 일화를 회고한 기사에서 이같은 사실을 공개했다. 빌튼이 아이패드에 대한 비판적인 글을 싣자 잡스가 그에게 전화를 걸어 따져 물었고, 당황한 빌튼은 화제를 돌리기 위해 “자녀들이 아이패드를 정말 좋아하겠네요?”라고 물었다. 그러자 잡스는 “아직 사용해 본 적이 없다. 집에서는 아이들의 스마트기기 사용량을 제한하고 있다”고 답했다고 한다. 빌튼은 “그의 양육 방식에 당황했다”며 “대부분의 부모는 정반대의 방식을 취하며 아이들이 밤낮으로 태블릿, 스마트폰, 컴퓨터 빛에 흠뻑 빠져 있도록 내버려 두는 것 같았기 때문”이라고 썼다.
청소년 스마트폰·SNS 중독이 전세계적인 골칫거리로 떠오른 가운데 호주는 지난 10일부터 16세 미만 사용자의 SNS 접속을 공식적으로 금지한 최초의 국가가 됐다. 호주는 16세 미만 이용자의 계정 보유를 막기 위해 합리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는 SNS 운영사에 최대 4950만 호주달러(485억 원)의 벌금을 부과한다. 적용 대상은 페이스북·인스타그램·스레드·유튜브·틱톡·엑스(X)·스냅챗·레딧·트위치·킥 등이다.
호주 온라인 안전규제 기관 e세이프티(eSafety)에 따르면 호주 내 16세 미만 청소년의 약 96%인 100만여 명이 소셜미디어 계정을 갖고 있다. ‘불안한 세대(The Anxious Generation)’의 저자인 조너선 하이트 뉴욕대 교수는 “어린이들이 14세 이전에는 스마트폰을 갖지 못하게 하고, 16세 이전에는 소셜미디어에 접속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덴마크 정부는 15세 미만의 SNS 이용을 차단하기로 하고 관련 법안을 마련 중이다. 말레이시아도 내년부터 16세 미만의 소셜미디어 이용을 막기로 했다. 뉴질랜드 역시 16세 미만의 계정 이용을 차단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스페인도 최근 16세 미만은 법적 보호자의 승인을 받아야만 소셜미디어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법을 만들었다. 유럽의회는 최근 유럽연합(EU) 차원에서 16세 이상만 부모 동의와 상관 없이 소셜미디어·AI 챗봇에 접속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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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도 청소년 10명 중 4명이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에 속할 만큼 SNS 중독이 심각하다. 국가데이터처(옛 통계청)가 발표한 ‘아동·청소년 삶의 질 2025’ 보고서에 따르면 10대 아동·청소년의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 비율은 2016년 30.6%에서 지난해 42.6%로 증가했다. 나이별로 중학생의 위험군 비율이 41.7%로 가장 높았고, 이어 고등학생(41.4%), 초등학생(37.3), 유치원생(23.8%) 순으로 나타났다. 초·중·고교에서는 모두 10명 중 4명 꼴이다.
우리나라도 문제 심각성을 인지하고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청소년 인권을 둘러싼 찬반 논란 등으로 진척이 더디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14년 등교 시 휴대전화 일괄 수거를 과잉 제한으로 판단했으나 올해 4월에는 이 조치가 인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결정을 바꿨다. 올해 8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내년 2026년 3월부터 수업 중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으나 시행 과정에서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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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김창영 특파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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