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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23 (화)

    덴마크 ‘400년 우체국 편지’…결국, 역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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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일보

    지난 3월 덴마크 코펜하겐 베스터포트역에 설치된 우체통의 모습.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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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덴마크가 400년 넘게 이어지던 우체국 편지 배달 서비스를 중단한다. 급속한 디지털화로 편지 발송량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2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덴마크 국영 우편회사인 포스트노르드는 오는 30일을 마지막으로 편지 배달 서비스를 중단한다. 포스트노르드는 “덴마크는 세계에서 가장 디지털화된 국가 중 하나로 편지 수요가 급감했다”며 “증가하는 온라인 쇼핑 수요에 발맞춰 소포 배송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디언은 “덴마크는 1624년부터 우체국 편지 배달을 했지만, 지난 25년간 편지 발송이 90% 이상 줄었다”고 전했다.

    빨간색 우체통도 총 1500개가 철거될 예정이다. 이미 철거된 우체통 중 1000여개는 최고 2000덴마크크로네(약 46만원)에 온라인 사이트에서 판매됐는데, 3시간 만에 완판됐다. 포스트노르드는 우편 관련 인력도 약 1500명 줄이기로 했다. 다만 2009년 스웨덴과 덴마크 우체국이 합병해 설립된 이 회사는 스웨덴에선 편지 배달을 계속한다.

    덴마크 정부는 실질적으로 바뀌는 건 없다는 입장이다. 편지 배달 서비스가 완전히 사라지는 건 아니라서다. 앞으로는 민간 배송사 다오(Dao)가 포스트노르드의 역할을 이어받는다. 덴마크 법에 따르면 국민이 편지를 보낼 수 있는 수단이 반드시 존재해야 하며, 이를 위해 정부는 사업자를 지정할 의무가 있다. 다오는 올해 약 3000만 통의 편지를 접수했고 내년엔 8000만 통으로 규모를 늘릴 계획이다. 대신 기존처럼 우체통에 편지를 넣는 게 아닌 고객이 다오 매장을 찾거나 추가 요금을 내고 가정 수거 서비스를 이용해야 한다.

    덴마크는 대표적인 디지털 강국이다. 국민 대부분이 국가 디지털 신원확인 시스템인 ‘미트아이디(MitID)’를 통해 온라인 뱅킹, 전자 문서 서명, 병원 예약 등의 업무를 본다. 15세 이상의 인구 약 97%가 미트아이디에 등록돼 있으며, 각종 행정 업무를 실물 우편물로 보는 사람은 전체 인구의 5%에 불과하다.

    우편 수요 감소는 주요 국가들의 고민거리다. 영국은 지난 7월부터 일반 우편을 기존 월~토 6일에서 평일 2~3일만 배달하고 있다. 프랑스는 2026년부터 이용량 감소 등의 이유를 들어 우표값 인상을 예고했다. 미국도 우정청(USPS)이 비용 절감과 수익 다각화 등 대안 마련에 고심 중이다.

    한국 우정사업본부도 금융·복지·공공서비스 등으로 서비스를 다변화하고 있다. 다만 편지 배달 서비스를 종료하거나 배달 빈도를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한 적은 없다.

    하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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