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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24 (수)

    [우보세] '중도변침'이라는 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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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300]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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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및 이재명 정권 독재악법 국민고발회에서 국민의례하고 있다. 2025.12.08. kmn@newsis.com /사진=김명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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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도변침'. 배가 항로를 바꾸듯 정치의 방향을 중도로 조정하는 전략을 말한다. 최근 정치권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는 강성 기조를 유지해온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언제쯤 '중도변침'을 할 것이냐다. 한국 정치에서 선거는 늘 중도 무당층을 누가 더 많이 가져가느냐의 싸움이었고 지금도 이 공식은 유효하기 때문이다.

    중도층은 특정 이념에 강하게 결속되지 않은 대신 정책의 실효성과 정치의 태도를 예민하게 본다.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진보와 보수 모두 이러한 중도층을 향해 몸을 기울인다. 평소 같았으면 기존 지지층이 이해하지 못할 정책과 메시지도 거리낌 없이 등장한다. 이기면 모든 것이 정당화되는 승자독식 선거제도가 만들어낸 풍경이다.

    중도변침은 기존 지지층의 반발로 이어지기도 한다. 정책과 노선의 변화가 충분한 설명 없이 제시될 경우 핵심 지지층에게는 '확장'이 아니라 '배신'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어서다. 이는 장동혁 대표가 당 안팎의 중도변침 요구 속에서도 강성 지지층 결집에 공을 들여온 배경이기도 하다.

    #중도변침이 설득력을 갖기 위해서는 방향을 바꾸는 힘보다 흔들리지 않는 무게중심을 먼저 잡아야한다. 기존 지지층이 단단하게 버텨줄 때 비로소 중도로의 확장은 '후퇴'가 아니라 '확장'으로 읽힐 수 있어서다. 선거를 앞두고 핵심 지지 기반이 흔들리는 순간, 중도 확장은 출발선에 서기도 전에 좌초될 수 있다.

    최근 국민의힘 내부에서 제기되는 중도변침 요구는 이런 고민의 연장선에 있다. 선거공학적 표 계산에 그친 중도변침이 과연 민생 회복과 정치 발전에 어떤 도움이 되는가라는 질문도 뒤따른다.

    유권자들이 보고 싶은 것은 단순한 이미지 변신이 아니다. 말과 행동이 어떻게 달라질 것인지, 그 변화가 일회성인지 지속 가능한지에 대한 설명이다. 고정 지지층만으로는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사실은 이미 여러 차례 선거를 통해 확인했다. 이 때문에 보수는 진보의 언어를 빌리고, 진보는 보수의 메시지를 차용한다.

    #문제는 일관성이다. 정치적 철학과 가치의 정합성 없이 반복되는 변침은 단기적 효과에 그치기 쉽다. 중도층은 방향 전환 그 자체보다 왜 지금, 왜 이 방향인지 묻는다. 반대로 기존 지지층은 '왜 우리를 설득하지 않는가'를 따진다. 중도와 핵심 지지층 사이에서의 균형은 그래서 더욱 어렵다.

    2012년 박근혜·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는 한나라당을 새누리당으로 바꾸는 데 그치지 않고 당헌·당규에 '경제민주화'라는 진보적 어젠다를 담았다. 이는 보수 정당의 정책 지평을 확장하려는 시도였다. 보수의 언어를 넘어 진보적 가치까지 포용했던 이 대담했던 시도는 결국 보수정당의 대선 승리로 이어졌다.

    중도변침은 말이 아니라 기준의 문제다. 간판을 바꾸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고칠 것인지부터 분명해야 한다. 보수의 언어로 설명하되 민생의 언어로 설득해야 한다. 노동·주거·돌봄 같은 생활 의제를 회피하지 말고 보수의 해법으로 재구성해야 한다. 지지층에는 방향을, 중도에는 이유를 설명하는 정치적 노련함이 필요하다. 이러한 일관된 기준을 보일 때 중도변침은 전략이 아니라 신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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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동훈 머니투데이 더300 차장




    민동훈 기자 mdh524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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