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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23 (화)

    10년새 90% 급감…위기맞은 태화강 연어의 귀향 '무슨일'[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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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일보

    태화강 연어. 사진 태화강생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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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 태화강을 거슬러 오르던 연어의 귀향이 눈에 띄게 줄고 있다. 한때 연간 1800마리를 웃돌던 회귀 연어는 최근 손에 꼽을 정도로 감소했다. 태화강 연어는 울산 산업화의 명암을 상징하는 존재다. 생활하수와 공업폐수로 오염됐던 시절 태화강은 연어가 살 수 없는 강이었기 때문이다.

    23일 울산시와 태화강생태관 등에 따르면 지난해 태화강으로 돌아온 연어는 37마리에 그쳤다. 역대 최다를 기록했던 2014년(1827마리)과 비교하면 10년 사이 90% 이상 급감한 수치다. 올해는 118마리로 다소 늘었지만, 일시적 회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태화강에서 연어가 처음 관측된 것은 2003년이다. 당시 회귀 개체는 5마리에 불과했다. 이후 연어 개체는 꾸준히 증가해 2009년 614마리, 2013년 1788마리를 기록했다. 2014년에는 1827마리로 정점을 찍었다. 그러나 2020년을 기점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2020년 885마리에서 2022년 173마리, 2023년에는 45마리까지 급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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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화강 연어.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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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러한 연어 개체 감소에 대해 울산에서는 수질 악화, 환경 오염이 아닌 자연환경 요인에 무게를 두고 있다. 울산시 관계자는 "태화강 수질이나 하천 환경의 문제라기보다 수온 상승, 태풍 등 자연적인 환경 변화의 영향으로 분석된다"고 했다.

    실제로 2016년 태풍 '차바'가 울산을 강타했을 당시 태화강으로 돌아온 연어는 123마리에 그쳤다. 8년 만의 최저치였다. 당시 태화강은 흙탕물로 변했고, 연어가 거슬러 오르는 구간에 자갈과 돌이 쌓이며 하천 지형이 크게 바뀌었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수온 상승도 태화강 연어 감소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연어는 대표적인 냉수성 어종이다. 귀향 시기인 10~11월 바닷물 표층 수온이 15도 이하일 때 강으로 진입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울산 앞바다의 수온은 이 기준을 지속적으로 웃돌고 있다. 울산 간절곶 앞바다의 11월 평균 표층 수온은 2021년 17.1도에서 지난해 18.7도로 1.6도 상승했다. 회귀량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던 지난해 10월 태화강의 수온은 20도였던 반면, 회귀량이 소폭 늘어난 올해 10월은 16.8도로 3.2도 낮아졌던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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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시는 태화강 국가정원에 조성한 '자연주의정원'이 '2025 우수디자인(Good Design) 상품선정' 공간·환경 디자인 부문에서 산업통상부 장관상(은상, 그린디자인 특별상)을 받았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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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시는 연어 개체 확보에 힘을 쓰고 있다. 국가정원을 품은 태화강의 수질이 최상급 수준임을 입증하기 위해서다.

    이에 2016년부터는 연어를 인공적으로 부화해 방류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태화강으로 돌아온 연어를 포획해 알을 확보한 뒤, 태화강생태관 배양장에서 인공 수정·부화하고 겨울 동안 치어로 키워 이듬해 2~3월 방류하는 방식이다. 지금까지 바다로 방류한 연어는 460만 마리를 넘는다.

    2019년부터는 태화강 방류 연어의 이석(耳石) 무늬와 유전자 정보도 분석하고 있다. 이석은 연어의 아가미 속 귓속뼈로, 나무의 나이테처럼 개체별 고유 무늬가 남는다. 이를 통해 방류 시기와 출생지, 연어의 이동 경로와 활동지를 추적할 수 있다.

    연어가 산란하는 태화강은 한때 '죽음의 강'으로 불렸다. 공장에서 방류된 폐수로 인해 2000년 이전까지 수질 오염 지표인 생화학적 산소요구량(BOD)이 10㎎/L 수준에 달했다. 공업용수로도 사용할 수 없는 사실상 썩은 강이었다. 울산시는 2004년 '생태도시 울산'을 선언하고 태화강 복원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하수 처리 시설 확충과 오염원 관리 등 지속적인 개선 작업 끝에 강물은 맑아졌고, 생태계도 되살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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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화강과 울산 앞바다는 동해안 최초로 국제철새 이동 경로 사이트에 등재되며 주요 철새 서식지로 자리 잡았다. 태화강 십리대숲과 삼호대숲 일대는 2019년 국내 2호 국가정원으로 지정됐다.

    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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