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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31 (수)

    시리아 독재자 알아사드 도피생활 1년···해외에서 파티하며 ‘호화 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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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YT 알아사드 정권 붕괴 1년 맞아

    알아사드 일가와 자취 감춘 권력자 55명 추적

    알아사드 일가 러시아·UAE에서 호화 생활

    추적한 권력자 가운데 구금 중 ‘단 1명’

    경향신문

    시리아의 악명 높은 독재자 바샤르 알아사드 전 대통령.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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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리아의 악명 높은 독재자 바샤르 알아사드 전 대통령과 그의 가족들, 그의 정권에서 고문과 학살을 저지르는 데 관여했던 권력자들이 해외에서 호화로운 생활을 누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뉴욕타임스(NYT)는 22일(현지시간) 알아사드 전 대통령의 가족들과 알아사드 축출 후 자취를 감춘 전 정권 지도자 55명의 행방을 추적해 보도했다. 이들 중 상당수가 해외에서 호화로운 생활을 누리거나 은둔 생활을 하고 있었으며, 법의 심판을 받고 구금 중인 사람은 1명에 불과했다.

    알아사드 전 대통령은 약 24년간 시리아를 철권 통치했다. 14년간 치러진 시리아 내전 기간 사린·염소가스 등 화학무기를 민간인 거주지에 사용해 학살을 저질렀으며, ‘인간 도살장’으로 불리는 세드나야 교도소에서 2011~2015년 사이 1만3000명을 비밀리에 교수형에 처했다. 또한 정밀 타격 능력이 없는 ‘통폭탄’을 민간인 밀집 지역에 투하해 무차별적 살상을 저질렀다.

    지난해 12월, 알아사드 전 대통령은 아메드 알샤라 시리아 임시 대통령이 이끈 반군에 의해 축출돼 모스크바로 도피했다. NYT는 알아사드 일가의 친구, 친척, 전직 관리 등을 인터뷰해 이들의 지난 1년 행적을 추적했다.

    취재 결과 알아사드 일가는 전용기로 모스크바로 도피한 순간부터 호화로운 망명 생활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포시즌즈 호텔에서 운영하는 주당 최대 1만3000달러(약 1930만원) 비용이 드는 고급 아파트에 머물렀다. 이후 고급 펜트하우스에 잠시 지내다 모스크바 서쪽 교외 지역의 러시아 엘리트층이 주로 거주하는 고급 주택가로 거처를 옮겼다.

    알아사드 전 대통령이 고층빌딩에 위치한 고급 레스토랑에서 식사하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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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샤르 알아사드 전 시리아 대통령의 동생 마헤르 알아샤드. 위키피디아


    알아사드 전 대통령의 동생이자 군부 실세로서 시리아 학살을 주도하고 마약 밀매 조직 운영 혐의 등을 받고 있는 마헤르 알아사드 역시 모스크바에 머무는 모습이 목격됐다. 지난 6월 그가 모스크바 쇼핑 센터에 있는 모습이 소셜미디어에 공유되기도 했다.

    알아사드 전 대통령의 딸과 마헤르의 딸 역시 호화로운 해외 생활을 즐기고 있었다. 지난달 알아사드 전 대통령의 딸 자인은 22살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교외의 한 별장에서 화려한 파티를 열었다. 마헤르의 딸 샴 역시 지난 9월 아랍에미티르(UAE)의 두바이의 고급 레스토랑과 요트에서 이틀 밤 동안 생일 파티를 열었다.

    이들의 소셜미디어 계정은 비공개 상태지만, NYT는 친척과 친구들의 제보를 통해 계정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고, 친구들이 올린 인스타그램 게시물의 이미지와 동영상을 분석했다.

    마헤르의 딸 샴의 생일 파티 모습을 담은 게시물에는 에르메스, 샤넬, 디올 등 명품 브랜드의 선물 가방과 샴페인을 터뜨리며 파티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아사드 일가는 자녀들이 UAE에 머물 수 있도록 현지 관리들과 특별 합의를 맺었다고 NYT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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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211일(현지시간) 64세 팔레스타인 출신 여성 힐랄라 메리예가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의 알모즈타헤드 병원 영안실에서 11년 전 체포된 후 실종된 아들의 시신을 발견한 뒤 울고 있다. 아들 네 명이 모두 체포된 메리예는 나머지 아들 셋의 행방을 찾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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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밖에도 NYT는 알아사드 전 대통령 축출 시 자취를 감췄던 정권 지도자들 55명의 행방을 추적한 결과 이들 중 절반의 행방을 파악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알아사드 정권의 최고 정보 책임자였던 알리 맘루크는 러시아 정부의 지원으로 모스크바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었고, 알아사드 정권의 마약 밀매 사업에서 핵심 역할을 담당했던 가산 빌랄은 모스크바에 머물며 가족들이 스페인과 두바이 등 해외에서 호화로운 생활을 누리도록 지원하고 있었다.

    NYT는 “정권 엘리트층 일부에게 모스크바에서 보낸 첫 몇 달은 일종의 ‘망명 관광’처럼 보였다”고 지적했다. 비무대 시위대에 발포 명령을 내린 자말 유네스가 러시아 국립 경기장 주변에서 전동 킥보드를 타는 영상이 온라인에 게시되기도 했고, 고문과 성폭력 혐의로 기소된 알리 압바스 전 국방부 장관은 모스크바 쇼핑몰에서 목격되기도 했다.

    일부 권력자들은 아랍어를 쓸 수 있으며, 날씨가 따뜻한 UAE를 도피처로 택했다. UAE 당국은 시리아에서 탈출한 권력자들에게 정치적 발언을 하지 않겠다는 합의서에 서명을 받고, 소셜미디어 사용을 금지했다. 시리아에서 대규모 구금과 학살을 총괄한 혐의를 받고 있는 모하마드 알라흐문 전 내무부 장관, 마약 밀매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는 가산 빌랄 전 장군이 UAE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알아사드 정권 관리들은 시리아에 조용히 숨어지내고 있었다. 이삼 할라크 장군은 2010~2012년 시리아 공군을 지휘하며 자국민들 상대로 공습을 벌였다. 그는 현재 무일푼이며 다마스쿠스 아파트에 은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NYT가 조사한 55명 가운데 구금 중인 사람은 단 한 명 뿐이었다. 과거 포병·미사일 사령부 책임자로 화학무기 사용 및 민간인 거주지에 대한 공격을 지휘했던 타히르 칼랄이었다.

    한편 화학무기 개발 프로그램을 담당한 연구센터의 전 소장 암르 알아르마나지는 다마스쿠스의 주택에서 편안한 노후를 누리고 있었다. 그는 시리아가 민간인을 대상으로 사용한 화학무기 생산에 핵심적 역할을 담당했다. 그는 화학무기 사용 금지조약과 관련한 유엔의 조사는 받았지만 전쟁범죄 혐의로는 조사를 받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시리아 정부 관계자 두 명은 청부의 최우선 과제는 공격을 지시하거나 실행한 사람들을 처벌하는 것이지, 과학자들을 처벌하는 것은 아니라고 NYT에 전했다.


    ☞ 감옥문 열리자 드러나는 참상···반군 “고문세력 사면 없어, 범죄자 넘겨라”
    https://www.khan.co.kr/article/202412121502001



    ☞ 알아사드 축출 1년, ‘반군 옷’ 입고 기념한 시리아 대통령···‘대외적 성공’ 이면 불안한 국내
    https://www.khan.co.kr/article/202512091656001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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