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나라에서도 우편 수요가 줄고 있다. 영국에서는 지난 7월부터 일주일에 2~3일만 일반 우편을 배달한다. 프랑스는 내년부터 우표 값을 인상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해 40년 만에 우체통 모양을 바꿨다. 편지 넣던 입구를 크게 제작해 의약품과 커피 캡슐도 회수한다.
소식을 전하던 편지는 '디지털'에 밀려났다. 덴마크에서는 정부나 병원 등 각종 행정문서를 디지털화해 97%가 우편물을 받지 않는다.
편지 대신 안부를 물을 다른 수단도 많다. 전방의 군인에게, 태평양 건너 지인에게 연락하는 것은 바로 옆에 앉은 사람에게 연락하기만큼 쉽다. 메시지가 가닿는 데 걸리는 시간은 카카오톡 대화창의 1이 없어지는 수 초, 수 분에 불과하다.
뭐든 초고속 배송하는 시대지만, 느린 편지들은 살아남았다. 원주 박경리문학공원, 파주 임진각 평화누리 등 전국 수백 곳에서 1년 뒤 엽서를 보내주는 '느린우체통'이 운영되고 있다. 스타벅스코리아도 23일 전국 10개 매장에 느린우체통을 설치했다. 수원 행궁 앞 카페, 경복궁이 내려다보이는 서울 광화문 카페에서도 사람들이 앉아 공들여 편지를 쓴다.
수정할 새 없이 도착하는 메신저 대신 손편지에는 여러 번 곱씹은 마음이 담긴다. 편지를 받기까지의 시차 때문에 과거와 현재가 함께 배송된다.
올해 우체국이 발행한 연하우표의 주인공은 설원을 내달리는 붉은 말이다. 연하우표 속 붉은 말의 기운을 올해 감사했던 이에게 전해야겠다. 세밑에는 오랜만에 우체국에 들러보겠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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