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삼, 북한에 억류된 김정욱 선교사의 형 |
외신간담회에서 NK뉴스 기자가 이재명 대통령에게 “북한에 억류된 한국 국민 10여 명의 송환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할 것인가”라고 질문했을 때 필자는 이목을 집중했다. 중국 단둥에서 탈북민을 위해 인도적 구호 활동을 하던 중에 2013년 10월 북한에 억류된 김정욱 선교사의 가족으로서 이 대통령이 뭔가 대책을 제시할지 기대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대통령은 “처음 듣는 이야기”라고 대답해 크게 실망했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줄 책임이 있는 대통령이 많이 알려진 선교사 피랍 사실조차 모른다는 것을 확인하면서 가족은 낙담했고 마음이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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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몰랐다지만 6명 억류 사실
송환 노력 약속에 다시 희망 생겨
평화 정착돼 가족 품에 돌아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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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다음날 대통령실의 후속 발표를 보면서 우리 가족은 절망 속에 다시 희망이 조금 생겼다. 대통령실은 북한에 억류된 김정욱·최춘길·김국기 선교사 등 우리 국민 6명(탈북민 3명 포함)에 대해 “국민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조속한 남북대화 재개 노력을 통해 해결해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남북 간 대화·교류가 장기간 중단된 상황에서 분단으로 인한 국민 고통은 지속되고 있어서 문제 해결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했다. 안보실 관계자가 직접 전화를 걸어 해명하고 위로의 말을 건네면서 “실질적 노력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기자회견부터 1박 2일 동안 지옥과 천국을 오가는 듯했다. 늦었지만 대통령이 선교사들의 피랍 사실을 이번에 제대로 인식했고, 생방송을 통해 더 많은 국민과 세계 시민들에게 억류 사실이 알려진 것은 불행 중 다행이다. 이렇게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마음을 가다듬고 있다. 정부가 피랍자들의 조속한 석방과 송환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다짐했으니 이참에 대통령실에 억류자와 이산가족을 위한 전담 직속 기구를 설치해주면 좋겠다.
김정욱 선교사는 2008년 중국 단둥으로 가서 방문자 선교 활동에 헌신했다. 북한에서 먹고살기가 어려워 중국으로 넘어온 탈북민 중에 극히 처지가 어려운 사람들이 찾아오면 먹을 것을 주고 쉼터를 제공했다. 그들이 건강을 회복해 북한으로 돌아갈 때가 되면 작은 선물과 국수를 챙겨줬다. 어느 날 중국 당국이 김 선교사를 붙잡았으나 활동 내용을 설명하자 “당신같이 좋은 일을 한다면 큰 문제 없다”며 풀어줬을 정도로 인도적 봉사 활동이었다.
그런데 북한은 이런 김 선교사를 2013년 붙잡더니 2014년 5월 국가전복음모 및 간첩 혐의를 적용해 무기노동교화형을 선고했다. 이후 생사를 가족에게도 알리지 않고 있다. 인도주의에 어긋나는 처사다. 김 선교사가 돌아오지 못하는 동안 아버지가 2년 뒤 별세하셨고, 형님 한 분도 유명을 달리했다. 김 선교사는 8남 1녀 중 일곱째이자 필자의 바로 아래 동생이다. 우리 형제 중에 김 선교사를 포함해 목사가 3명일 정도로 신앙심이 깊은 집안이다.
사실 전 정부에서 김영호 통일부 장관을 비롯해 정부와 민간단체의 송환 노력이 있었다. 동포들과 해외 인권단체의 지지 활동도 있었다. 예컨대 게르다 에를리히 할머니를 비롯해 독일 시민들은 베를린 주재 북한 대사관 앞에서 수년째 집회를 해오고 있다. 미국에서는 통일광장기도회·통일천사기도모임 등이, 영국에서는 탈북민 출신 인권운동가 김규리씨가 함께해 줬다. 한반도 평화와 통일, 그리고 피랍자들의 조속한 송환을 위해 외쳐주고 기도해주는 이런 분들의 노력에 깊이 감사하면서 경의를 표한다.
피랍자 가족들은 정치권이 이념 갈등의 수렁에 더는 빠지지 말고 한반도 평화를 위해 머리를 맞대 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촉구한다. 대북 제재에 위반되지 않는 범위에서 보건의료와 환경보호 관련 지원을 추진하고, 종교계와 민간단체의 비정치적 남북 교류를 재개하면 좋겠다. 북한의 호응은 필수다. 남북한 사이에 불신과 적대감을 극복하고 평화가 정착돼야 피랍자들도 가족 품으로 돌아올 확률이 높아질 것이다.
김 선교사가 피랍된 이후 올해가 열세 번째 성탄절이다. 거리마다 환하게 불을 밝힌 크리스마스트리를 보면서 한반도 평화와 억류 선교사들의 조속한 송환을 기원하며 간절한 마음으로 다시 두 손을 모아본다. ‘지극히 높은 곳에는 하나님께 영광이요, 땅에서는 하나님이 기뻐하신 사람 중에 평화로다 하니라.’(누가복음 2장 14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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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삼, 북한에 억류된 김정욱 선교사의 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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