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2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교육부·국가교육위원회·법제처 업무보고에서 발언하는 모습. 왼쪽부터 이재명 대통령, 김용범 정책실장, 봉욱 민정수석.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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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이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이하 쿠팡 사태)와 관련해 25일 범(汎)정부 관계장관 회의를 소집해 경영진 처벌 방안과 소비자 피해 구제책 등을 논의한다. 쿠팡 경영진이 사태 수습에 상당 기간 비협조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데다, 최근 쿠팡 사태가 한·미 간 무역 협상에 부정적 변수가 될 조짐이 나타나자 대통령실이 특단의 대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복수의 당정 관계자에 따르면 김용범 정책실장은 24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국토교통부·외교부 장관에게 성탄일 회의 소집을 통보했다. 회의에는 개인정보보호위원장·방송통신미디어위원장 등 정보 유출 관련 기관장(장관급)과 공정거래위원장·국세청장·경찰청장·국정원장 등 사정기관 수장도 대거 참석할 계획이라고 한다. 대통령실에서는 김 실장과 하준경 경제수석,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 오현주 안보 3차장이 자리한다.
김범석 쿠팡Inc 이사회 의장. 쿠팡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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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당일에 국무위원들을 대거 소집한 데는 쿠팡 사태를 바라보는 이재명 대통령의 문제의식이 작용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부처 업무보고에서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쿠팡을 겨냥했다. 그 전날(11일)엔 “(경제적 불법 행위에는) 그에 합당한 경제적 부담을 지워야 한다”고도 했다. 최근 비공개 내부 회의에서도 이 대통령이 수 차례에 걸쳐 ‘피해에 상응하는 단호한 조치’를 강조했다고 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쿠팡이 한국에서 돈을 벌고 국내에서 성장한 게 분명한데, 주식 상장을 미국에 했다는 이유로 아무 일 아닌 것처럼 안일하게 대응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을 비롯한 여권 핵심부에서는 쿠팡 최고경영진이 최근 회사 정체성을 ‘미국 기업’으로 규정하고, 미국 정부를 일종의 ‘방패막’ 삼아 우리 정부 및 국회의 사고 책임 요구를 회피하는 데 문제의식을 느끼는 기류가 짙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 의원은 “쿠팡이 2021년 미국 상장 후 5년간 쓴 대미 로비 자금이 우리 돈 154억원으로 나타났다”며 “마땅히 져야할 책임을 외교·통상 문제로 끌고 가는 저의가 극도로 불순하다”고 했다.
특히 여권에서는 쿠팡이 현 정부가 총력을 기울인 한·미 관세협상을 사태 대응 지렛대로 삼고 있다고 의심한다. 지난 18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에서는 개최 예정이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공동위원회 비공개 회담이 미 무역대표부(USTR)의 일방적 불참 통보로 전날 취소되는 일이 있었다. 현지 언론들이 ‘디지털 정책’에 대한 견해 차이를 회담 취소의 원인으로 보도했는데, 구체적으로는 쿠팡을 비롯한 디지털 기업 규제를 문제삼았다는 해석이 나온다. 쿠팡이 미국 정부를 통해 한국 정부를 압박하는 방식의 구명 운동을 벌였을 가능성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류제명 과학기술정보통신부부 2차관이 2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쿠팡 사태 범부처 TF 킥오프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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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25일 회의에서는 경제 안보를 담당하는 안보3차장과 외교장관, 국정원장이 참석해 광범위한 대비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정보 유출 범위(이름·연락처·주소·주문내역)와 규모(3370만명) 면에서 역대급 사고라는 점에서 물류 관련 인허가를 관장하는 국토교통부도 규제 등에 개입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지난 22일 조사4국과 국제거래조사국을 동원해 쿠팡을 상대로 한 전격 세무조사를 개시한 국세청의 진행 상황 보고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 앞서 23일 출범한 ‘쿠팡 사태 범부처 태스크포스(TF)’ 참여 부처·기관들이다.
민주당도 국회 차원의 대응으로 발맞추고 있다. 24일 당내 을지로위원장인 민병덕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8명이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에서 경영진을 만나 김범석 쿠팡Inc 의장이 오는 30~31일 국회 연석 청문회에 출석할 것을 요구했다. 민주당은 이달 초 국회 현안질의와 17일 청문회에 “글로벌 기업의 CEO로 공식적인 비즈니스 일정들이 있다”는 이유로 모두 불출석한 김 의장을 국회증언감정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상태다.
하지만 24일에도 쿠팡 측은 민주당 의원들에게 ‘의장에게 출석 요구를 전달하겠다’는 답변만 반복했다고 한다. 민병덕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김범석 의장의 친동생인 김유석씨가 쿠팡 본사에 재직 중이라는 것을 확인했다”며 “이번 청문회에 김범석 의장이 끝내 나오지 않는다면, 친동생인 김유석 부사장이라도 부르겠다”고 예고했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민병덕 위원장(왼쪽 두번째)과 소속 의원들이 24일 오후 3370만 건의 개인정보 유출사고가 발생한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를 항의 방문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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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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