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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2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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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아온 청와대 2.0 시대···‘구중궁궐’ 오명 벗고 ‘일잘알 정부’ 업무 소통 공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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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민1관에 대통령·3실장 집무실

    “대통령 전화 받고 30초면 갈 거리”

    동선 최소화해 업무 효율 극대화

    “국정 효율성, 장소가 결정하지 않아”

    “적극 소통에 대한 실행 의지가 중요”

    경향신문

    용산 대통령실의 청와대 복귀가 임박한 지난 21일 청와대 모습. 성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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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산 대통령실의 청와대 이전 작업이 이번주 내로 마무리된다. 불통과 권위주의의 상징인 용산 대통령실 시대를 뒤로 하고 다시 청와대 시대가 시작된다.

    “국가 정상화의 완결.” 한 대통령실 관계자는 24일 청와대 복귀를 이렇게 정의했다. 김진애 대통령 소속 국가건축정책위원장도 지난 22일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통령 집무실 청와대 복귀에 대해 “우리 사회가 정상으로 완전히 돌아왔다는 상징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대통령실은 대통령과 참모들의 업무공간을 여민관으로 한데 모아 일하는 정부 기조를 이어가는 한편, 국정 생중계를 확대하고 열린 경호·낮은 경호 원칙을 통해 국민 소통을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대통령·3실장, 여민1관 ‘한 지붕 동거체제’


    경향신문

    시민들이 지난 7일 오후 대통령 참모들이 근무할 청와대 여민관 앞을 지나가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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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정부 청와대의 가장 큰 차별점은 대통령과 3실장(비서실장·정책실장·국가안보실장)의 ‘한 지붕 동거체제’다. 청와대는 그간 건물들의 비효율적 배치로 지적받아 왔다. 대통령이 사용하는 본관 집무실은 참모들이 근무하는 여민관까지 500m나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이는 도보로 10분가량 걸리는 거리다. 이에 노무현·문재인 대통령은 여민관에 대통령 집무실을 설치해 참모진과의 소통을 강화하려 했다.

    이 대통령의 주 집무실은 여민1관 3층에 마련되고, 3실장 집무실은 여민1관 2층에 자리한다. 각 실장실의 크기 차등도 없앤 것으로 전해졌다. 문재인 정부 당시 3실장은 여민1관(비서실장)·여민2관(정책실장)·여민3관(국가안보실장)으로 서로 떨어져 있었다. 아울러 우상호 정무수석, 하정우 인공지능(AI)미래기획수석, 하준경 경제성장수석도 여민1관에서 일하게 된다. 여민2관에는 국정상황실과 민정수석실이, 여민3관에는 국가안보실과 홍보소통수석실이 각각 자리를 잡는다.

    대통령실은 대통령과 고위 참모진 간의 동선을 최소화해 소통 효율을 극대화한다는 방침이다.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은 지난 16일 SBS라디오 인터뷰에서 “(대통령은) 업무동인 여민관에 주로 계실 가능성이 높다”며 “대통령의 성격상 (참모들을) 옆에서 이렇게 두고 일을 하고 싶으실 것”이라고 말했다. 노무현·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8년여 일했던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에서 “(여민1관 집무실은) 대통령 전화 받고 30초면 갈 거리”라며 “3실장은 죽어날 것이다.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속은 어쩌나, 그 생각 들 것”이라고 말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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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문·검색 최소화…‘댕댕런’ 러닝코스도 유지


    경향신문

    본격적인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앞둔 지난 7일 경찰 관계자들이 청와대 앞 경비구역을 둘러보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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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통령실은 청와대 이전을 계기로 국민과의 소통의 폭도 넓힌다는 계획이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지난 7일 기자간담회에서 “청와대 이전 후에는 (대통령 일정에 대한) 온라인 생중계 등을 더 확충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 10월 용산 대통령실에 만든 오픈 스튜디오도 청와대 사랑채로 이전해 운영한다. 사랑채는 별도 출입 신청 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는 점에서 언론·유튜버의 접근성이 향상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의 구중궁궐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시민들과의 물리적 거리감도 좁힌다. 이를 위해 대통령 경호처는 청와대 복귀 후에도 열린 경호·낮은 경호 원칙을 유지하기로 했다. 경호 구역 재지정은 필요 범위 내에서 최소화하고 시민 불편을 줄이는 조치를 병행할 계획이다. 청와대 앞을 지나는 차량이나 시민의 목적지를 묻고 소지품을 확인하던 관행을 최소화하고 검문소라는 명칭도 사용하지 않을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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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아지 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댕댕런’으로 불러온 광화문·경복궁·청와대·삼청동 일대 러닝 코스. 네이버지도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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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호처는 또 ‘댕댕런’으로 불러온 광화문·경복궁·청와대·삼청동 일대 러닝 코스는 통제하지 않고 기존대로 환경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주변 등산로도 통제를 최소화해 개방성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용산 시대에 청와대 개방과 함께 운행을 시작한 경복궁역-청와대-국립민속박물관 노선 자율주행 버스도 그대로 운행된다. 청와대 경내 관람은 중단됐지만 일부 견학 프로그램을 계속해서 운영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청와대 앞 집회 제한 우려도…소통 의지가 관건


    경향신문

    본격적인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앞둔 지난 7일 청와대 정문이 굳게 닫혀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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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와대의 폐쇄성에 대한 우려가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청와대 인근 집회·시위에 대한 경비 문제가 대표적이다. 현행법상 대통령 집무실은 관저와 달리 옥외 집회·시위 금지 대상에 포함돼 있지 않다. 이에 여당은 대통령 집무실 100m 이내에서의 집회·시위를 금지하는 내용을 포함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해당 법안은 지난 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해 본회의 표결만을 남겨둔 상태다.

    시민단체들은 집회의 자유를 보장한 헌법에 어긋난다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해당 법안이 통과될 경우 오는 2030년이 완공 목표 시점인 세종 집무실 인근 집회·시위까지도 원천 차단될 우려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 대통령은 퇴임을 세종시에서 하겠다고 대선 후보 시절부터 약속해왔다.

    랑희 인권운동공간 활 활동가는 “이재명 정부의 청와대 복귀의 진정한 의미는 윤석열 정부가 보여준 ‘입틀막’ 불통과 다른 행보를 보이는 것”이라며 “집회·시위의 자유도 최대한 존중하는 방향으로 실질적인 소통 강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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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2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대한노인회 초청 오찬 ‘어르신이 걸어온 길, 우리가 이어갈 길’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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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가들은 용산에서 청와대로의 물리적 공간 이동보다 적극적 소통에 대한 실행 의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는 “국정 운영의 효율성은 장소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결국은 대통령이 어떤 기조, 어떤 태도로 국정을 운영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석좌교수는 “이 대통령에게 필요한 건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석좌교수가 얘기한 ‘소프트 파워(상대를 설득하는 힘)’”이라며 “집무 시간의 70%를 야당 의원을 만나는 데 할애했던 로널드 레이건 전 미 대통령처럼 청와대를 협치의 공간으로 만드는 소프트웨어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청와대라는 공간이 주는 물리적·심리적 고립감을 극복하는 것이 과제”라며 “공간의 상징성은 살리는 한편 여민관 근무 일상화, 시민 소통 강화 등의 약속을 제도화해 임기 내내 지킬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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