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4일 8,700톤급 '핵동력 전략유도탄 잠수함' 건조 사업을 현지 지도하고 해군의 핵무장화를 계속 강력히 추진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고 조선중앙TV가 25일 보도했다. 평양=조선중앙TV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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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핵추진잠수함 공개는 미국을 향한 비핵화 방침 포기 및 군축협상 압박 등의 의도가 담겼다. 일부 미국과의 대화를 염두에 둔 메시지 관리 흔적은 보이지만, 북한의 과시적 핵잠 노출로 인해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국들의 핵잠 보유 경쟁에 불을 붙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미완성인 핵잠을 공개한 것을 두고 내년에 예상되는 북미 대화 국면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포석으로 평가했다. 미국의 주력 공격용 핵잠인 버지니아급(7,800톤급)보다 큰 8,700톤급 잠수함을 건조하고 있다고 밝힌 것은 대미 경고 성격이 크기 때문이다. 북한의 신형 잠수함탄도미사일(SLBM)인 북극성-6형이 탑재될 경우 사거리가 1만㎞에 육박해 미국 본토나 괌, 하와이에 있는 미군기지를 타격권에 둘 수 있다.
특히 북한이 핵잠을 실제 전력화한다면 2차 타격 능력을 확보할 수 있다. 1차 타격 능력은 핵 선제공격을, 2차 타격 능력은 지상 핵시설이 적의 공격으로 파괴되더라도 잠수함 등에서 발사하는 핵무기로 반격할 수 있는 역량을 의미한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핵잠 공개를 통해) 지상의 핵시설이 파괴되더라도 수중에서 보복타격이 가능한 능력을 갖추게 된다는 점을 과시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내년 4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전후로 미국과의 대화 가능성을 의식해 북한은 메시지 관리에 신경을 쓰기도 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최근 발표한 새 국가안보전략(NSS)에서 북한을 언급하지 않은 것을 긍정 평가하면서 대화 가능성을 열어두었기 때문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의 메시지를 보면 핵무기를 호전적으로 사용하겠다는 표현을 절제한 점이 눈에 띈다"며 "공격 대신 '안전' '핵방패' 등의 표현을 사용해 핵무기가 방어적 성격임을 강조한 것"이라고 봤다.
한일, 핵잠 확보 추진 속도 높일 듯
이재명 대통령이 10월 23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린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나스렉 엑스포센터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비공식 약식 회담을 하고 있다.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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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북한의 핵잠이 '눈앞의 현실'이 됨으로써 한반도 주변국의 핵잠 추진 계획에는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한반도 주변 수중 감시망 재편이 불가피해졌고, 한국과 일본의 핵잠 확보 명분이 더욱 커졌기 때문이다.
임철균 한국 전략문제연구소 전문연구위원은 "한미가 핵추진 잠수함을 당장 건조한다고 해도 (북한 핵잠 진수 예상시기인) 2028년까지 건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내년 한미는 가용한 모든 채널을 동원해 북한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 동향과 연합 대잠계획을 구체적으로 발전시켜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한미도 핵잠 건조 협력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미는 핵잠 건조를 위해 한미원자력협정과 별도의 협정 추진에 합의하고, 내년 초 미국 실무 대표단이 한국을 찾아 한미 정상회담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에 포함된 안보 사안별로 협의를 갖기로 했다. 아울러 내년 중반이나 하반기에 고위급 회담 등을 통해 이행 성과를 점검하는 방식으로 대화를 속도감 있게 추진할 예정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 취임 후 핵잠 추진 의사를 밝혀 온 일본도 속도를 내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24일자 요미우리신문 인터뷰에서 핵잠 도입 가능성에 대해 "모든 선택사항을 배제하지 않고 억지력·대처력 향상에 필요한 방책을 검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북한의 핵잠 공개는 주변국들에 핵잠 추진 명분을 제공하는 역효과를 낼 것"이라며 "한국, 일본은 미국과 협의해 최신형 핵잠 확보에 속도를 내고, 중국은 이런 상황에 대해 불편해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희경 기자 kstar@hankookilbo.com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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