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숙' 한동훈도 "노고 많으셨다"
'내홍'빠진 당, 해빙기 들어서
신년 메시지·당게·경선룰·개혁신당
리더십 변화 분기점 '산적'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0회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12·3 윤석열 비상계엄 등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제보자 보호 등에 관한 특별법안(대안)에 대한 수정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마친 후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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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의 '우경화' 우려로 분열됐던 보수 진영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장 대표가 필리버스터(국회법상 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제1야당 대표 최초·24시간 최장 기록을 동시에 세우고 "변화하겠다"는 메시지를 내면서 냉각됐던 보수 분위기가 해빙기에 들어선 조짐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개혁신당은 창당 이후 처음으로 국민의힘에 손을 내밀었고, '앙숙' 한동훈 전 대표도 '하나가 돼야 한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냈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윤어게인' 이미지를 완전히 탈피하기 위해선 말로는 그쳐선 안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26일 야권에 따르면, 장 대표의 12·3 비상계엄 사과 거부와 당원게시판 논란 등으로 내홍에 빠졌던 국민의힘이 '훈풍 모드'에 들어섰다. 특히 지난 3일 "계엄은 의회 폭거 탓"이라는 장 대표의 발언을 둘러싸고 소장파·친한계 사이에서는 '탄핵(당원소환제)'까지 거론됐지만 당장은 '지켜보자'는 분위기로 돌아섰다.
장 대표에 대한 반대파들의 공통된 비판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지 않는다'와 '잘 싸우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당의 '윤어게인' 이미지가 고착화되고 외연 확장을 이루지 못해 지지율이 20%대 박스권에서 헤어나오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한 친한계 의원은 "한동훈 전 대표가 대장동 항소 포기와 론스타 등으로 여당과 싸울 때 장 대표는 헌신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며 "(단식 등) 더 처절하게 싸우는 모습을 보여줬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첫번째 비판은 지난 19일 충북도당 당원교육 연설에서 일부 해소했다. '변화'를 14차례 언급하면서 당 쇄신을 예고한 것이다. 그는 지난해 12월 3일 자신이 계엄 해제 표결에 참여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국민 속으로 들어가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직접적인 계엄 사과와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메시지가 없었고, 변화에 대한 '어떻게'가 생략돼 있다보니 말 뿐에 불과하다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싸우지 못한다'는 비판은 지난 22~23일 이틀에 걸친 '24시간 필리버스터'를 진행하면서 해소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지도부 관계자는 "헌신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호평이 나오고 있다"며 "당 리더십이 흔들림 없이 갈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전망했다. 정치적 앙숙 관계인 한동훈 전 대표도 "노고 많으셨다"며 "(지금은) 모두 함께 싸우고 지켜내야 할 때"라고 밝혔다. 친한계 한지아 의원은 YTN라디오에 출연해 "종지가 될 수 있게 용기를 내자는 의미 아닐까 싶다"고 해석했다. 장 대표를 우회적으로 '최악'에 빗댔던 한 전 대표가 장 대표에게 화해의 손길을 내민 것은 계엄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다음으로는 개혁신당과 '통일교 전선'을 확대하는 연대를 꾸리는 것이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개혁신당과의 연대는 국민의힘에게는 지난 대선때부터 크나큰 숙제였다. 양당 원내대표는 통일교 특검 공동발의를 계기로 회동했지만, 장 대표와 이준석 대표는 아직 공식 회동한 바 없다. 양당 대표가 만나 대여투쟁 공동전선을 확대하는 것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를 계기로 지선 연대까지 이어갈 경우 장 대표에 대한 평가가 더욱 반전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년으로 예정돼 있는 장 대표의 추가 메시지도 관전 포인트다. 소장파·친한계의 장 대표에 대한 우호적 평가가 많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반신반의다. 한 친한계 관계자는 "당 쇄신 방안과 정책 등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하기도 했다. 신년 메시지에서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과 고강도 쇄신책이 공개되지 않으면 이중적 평가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장 대표가 자신을 중심으로 단일대오를 꾸리기 위해서 당장의 남은 과제는 크게 당원게시판 논란과 지방선거 경선룰이 있다. 이호선 위원장이 이끄는 당무감사위는 친한계인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권고를 내렸고, 당원게시판 논란에 대한 발표도 앞두고 있다. 당원게시판 사건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사건인 만큼 한 전 대표 축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사안이다. 징계 여부를 결정하는 윤리위원장은 현재 공석이다. 이 자리에 누구를 임명하는지도 눈길이 쏠리는 대목이다.
나경원 위원장의 지방선거총괄기획단이 권고한 '당심 70%' 경선룰을 최고위에서 어떻게 결정할 것인지도 장 대표의 리더십을 판가름하는 중요한 이벤트가 될 전망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물론 다수의 수도권·소장파 의원들은 당심 70% 확대룰에 반대하고 있다. 장 대표는 의원총회 등 여러 경로를 통해 의견을 듣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장 대표의 '윤어게인' 이미지 탈피가 쉽지 만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급하게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으로 선회한다고 하더라도 그간의 발언과 행동이 남아있는 만큼, 중도 소구력을 갖추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haeram@fnnews.com 이해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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