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종전안 전달받은 러, 검토 착수
우크라에 유럽군 주축 나토식 안전보장 제시
우크라 동부지역 두고 ‘러·우 모두 물러난다’ 제안
핵심쟁점 이견 여전해 “이번에도 결렬” 관측 우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크렘린 궁에서 러시아 국가평의회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타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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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마련한 새 종전안을 받아들고 검토에 착수했다. 그러나 러시아의 핵심 요구사항인 우크라이나 동부 영토 확보와 서방 국가들의 안보 개입 철수 등이 관철되지 못한 내용이어서, 러시아가 이를 수용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크렘린궁은 25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푸틴 대통령이 종전안 협의 내용을 보고 받았고, 이를 토대로 입장을 정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전날인 24일 미국과 협의한 20개항의 종전안 내용을 공개하며 푸틴 대통령의 입장 표명을 촉구했다. 새 종전안에는 러시아의 재침공을 막기 위해 우크라이나에 유럽 국가들이 주축이 된 다국적국을 파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아니지만 사실상 나토 수준의 안전 보장을 제공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우크라이나 영토에 대해서도 동부지역에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군이 모두 물러나고, 이를 자유경제구역으로 재편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종전안에는 드니프로페트로우스크, 미콜라이우, 수미, 하르키우 지역에서 러시아가 군대를 철수해야 한다고 적시했다. 우크라이나로서는 사실상 동부 영토를 포기하는 셈이지만, 러시아가 이를 차지하거나 합병할 수도 없는 방식이다.
러시아는 줄곧 도네츠크주와 루한스크주를 통칭하는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를 자국에 편입하겠다고 주장해왔다. 우크라이나 안보를 위해 서방이 개입하는 것에도 극렬히 반대해왔다. 푸틴 대통령은 전쟁의 근본 원인이 서방의 동쪽 세력확장이라고 지적하며 우크라이나 내 서방 군사력 개입을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집했다.
러시아의 핵심 요구 두 가지가 모두 관철되지 않은 내용이어서, 이번 종전안도 러시아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는 “전장에서의 진전으로 자신감을 얻은 데다 새 계획이 러시아 국민에게 승리로 포장되기 어렵다는 점 때문에 크렘린궁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러시아는 개전 후 루한스크를 완전히 장악했고 도네츠크도 격전 끝에 4분의 3가량을 차지하게 됐다. 우크라이나는 도네츠크 중서부의 요새를 러시아 추가 침공을 저지할 마지노선으로 삼고, 서부의 주요 도시에서 간신히 통제권을 유지하고 있다.
러시아 내부에서도 벌써 회의론이 나온다. 러시아의 국제정세 전문가 알렉세이 나우모프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텔레그램에 올린 글에서 새 종전안은 “(러시아에 대한) 완전한 조롱”이라며 “의도가 분명하다. (우크라이나가) 미국에 ‘타협안’으로 제시한 다음, 실패하면 러시아 탓으로 돌리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러시아는 새 종전안 거부 입장이 분명한 가운데에서도, 협상의 형식을 이어가며 시간끌기를 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와의 관계 악화를 막고 추가 제재를 피하기 위해 종전안에 대해 고심하는 척 하며 시간을 끌 것이라는 전망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러시아가 종전 협상에 성의를 보이지 않으면 러시아 원유를 수송하는 ‘그림자 선박’(암거래 선박)들을 제재할 것이라 밝힌 바 있다.
우크라이나에 거주 중인 분석가 볼로디미르 페센코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푸틴은 지금 단계에서 전쟁을 끝낼 의지도, 의미 있는 양보를 할 준비도 없다”며 “크렘린궁에 트럼프 평화안 논의는 미국 대통령과 건설적 관계를 유지하는 동시에 미국과 우크라이나 사이의 마찰과 갈등을 유발하기 위한, 순전히 전술적인 게임일 뿐”이라 비판했다.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러시아는 동부전선 등에서 점차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현 속도라면 약 18개월 후에는 러시아가 도네츠크를 완전히 점령하게 될 것이라 추산하기도 했다.
서방 전문가들도 러시아가 한 편으로는 기만적인 협상을 이어가면서 시간을 끌고, 동부 전선에 화력을 집중할 것이라 분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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