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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1.01 (목)

    10개월째 고공농성 요리사 두고…식당 ‘재오픈’ 홍보한 세종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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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조 “해고자 놔두고 외주화라니…고객 연락처 업체에 넘긴 것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한겨레21

    2025년 11월26일 서울 중구 명동역 10번 출구 앞 세종호텔 농성장에 ‘복직 없이 끝나지 않는다’는 플랜카드가 붙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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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동안 영업을 중단했던 세종호텔 은하수 뷔페가 이제 ‘ㅁ뷔페’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문을 열었습니다. 더 맛있고 품격 있는 뷔페로 돌아온 ㅁ에서 고객님을 다시 만나 뵙기를 기다리겠습니다. 많은 방문 부탁드립니다!”



    2025년 9월 세종호텔 해고 노동자인 고진수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관광레저산업노조 세종호텔지부장은 이런 내용이 담긴 문자 메시지를 지인에게 전달받고 깜짝 놀랐다. 자신이 오래 일했던 식당 은하수 뷔페가 상호명을 바꿔 다시 문을 열었다는 홍보 문자였다. 세종호텔은 2021년 직원들 반대에도 은하수 뷔페를 비롯한 식음료사업부를 일방적으로 폐지했다. “식음료 사업은 수익성이 없어 당분간 하지 않겠다”는 이유였다. 이는 고스란히 정리해고의 명분이 됐다. 쫓겨난 고 지부장과 동료들은 ‘다시 일하게 해 달라’며 4년째 거리에서 싸우고 있다. 2025년 2월부턴 아예 고 지부장이 호텔 앞 지하차도진입시설 위에서 10개월 넘게 고공농성을 하며 복직을 요구하고 있다.(제1552호 참조) 그런데 호텔에 새로운 식음료 사업장이 들어와 ‘영업을 재개한다’고 홍보한 것이다.



    “황당했죠. 밖에서 복직 요구하는 걸 뻔히 알면서 호텔이 외주화로 식음료 사업을 다시 시작한 게요. 어차피 호텔 등급 유지하려면 식음료 사업을 아예 안 할 순 없거든요. 그러면 경력 있는 직원들 고용해서 한식 뷔페도 키우고 손님도 적극 유치하면 되죠. 굳이 식당을 외주화하면서 해고자 복직은 안 하겠다는 건 말이 안 돼요. 호텔은 ‘일자리가 없어서 (복직은 안 된다)’는 이유를 대지만 실상은 ‘노조원은 안 된다’는 입장인 거예요.” 고 지부장이 말했다.



    은하수 뷔페는 고 지부장에게 각별한 곳이다. 그곳에서 7년 간 일하며 초밥을 만들고 죽을 끓였다. “주로 하던 일식 외에 한식도 새로이 경험해 볼 수 있어 보람이 컸다.” 코로나19 위기도 직원들이 다함께 노력하면 넘길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돌아온 건 식음료사업부 폐쇄와 정리해고였다.



    해고 노동자 ㄴ씨도 9월께 가족에게 똑같은 문자 메시지를 전달 받았다. ㄴ씨 역시 식음료사업부 폐쇄로 정리해고 대상이 됐다. “저희가 여기서 이러고(농성) 있는 걸 뻔히 아는데 식당이 다시 오픈했다니까 가족이 놀라서 연락 왔더라고요. 문자를 보고 정말 화가 났죠.”



    한겨레21

    2025년 2월15일 서울 중구 명동역 1번 출구 앞 지하차도 진입 차단시설에 오른 고진수 민주노총 세종호텔지부장이 기자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시설에 걸린 플랜카드엔 ‘복직 없이 절대로 끝나지 않는다’는 문구가 적혀있다. 류우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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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종호텔 노조는 해고 4년 만인 2025년 9월 처음으로 사쪽과 마주앉아 해고자 복직에 관한 교섭을 시작했다. 코로나19가 지나고 다시 업황이 좋아졌으니 해고자를 도로 고용하라는 요구다. 그러나 호텔 경영진이 받아들이지 않아 한동안 교섭이 중단됐다. 노사는 12월16일 복직 교섭을 재개해 두 차례 대화를 나눴으나 여전히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다. 다음 교섭은 12월30일이다.



    해고자들이 소속된 노조는 문자 발송 과정에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소지도 있다고 본다. 호텔 쪽이 4년 전 문을 닫은 식당의 고객 연락처를 계속 보관하다가 당사자 동의 없이 외주업체로 넘겼다는 지적이다. 은하수 뷔페는 호텔 직영이었지만 ㅁ 뷔페는 외주업체다. 세종호텔이 은하수 고객 연락처를 ㅁ 뷔페에 임의로 제공했다면 동의 없는 개인정보 제3자 이전으로 볼 수 있다.



    김하나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디지털정보위원회 위원장은 “고객 정보를 직무상 권한 없이 다른 사람이 사용하게 하는 건 개인정보보호법 제18조(개인정보의 목적 외 이용·제공 제한)와 제59조(금지행위) 위반”이라며 “위법이 아니라면 호텔이 정확히 어떤 법적 근거 하에 개인정보를 제공했는지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겨레21은 이에 대해 ㅁ 뷔페와 세종호텔 쪽 입장을 각각 물었다. ㅁ 뷔페 쪽은 “확인해 보겠다”고, 세종호텔은 “호텔 내부 사정이라 별도로 입장을 밝히지 않는다”고만 답했다.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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