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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1.02 (금)

    ‘쓰러지나 버티나’… 환율·내수·자금에 중기 ‘생존’ 달렸다 [2026 중기 기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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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럴드경제

    손동균 규제조정실장이 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중소기업 규제합리화 현장대화’ 사전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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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말, 외환당국 ‘구두경고’ 등 외환시장 개입 의지
    고환율 계속되면 체력 약한 중기부터 타격 불가피
    내수 활성화 필요… 유동성 공급 역시 중기 과제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손님도 없는데 메뉴값을 올리겠나.” 서울 관악구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A씨(67)의 토로는 2026년을 앞둔 중소기업·소상공인의 체감경기를 압축한다. 고물가·고환율이 원가를 끌어올리고, 내수는 회복이 더딘데, 가격은 마음대로 올릴 수 없는 ‘삼중고’다. ‘쓰러지나 버티나’의 갈림길에서 중소기업의 생존을 가르는 변수는 결국 환율·내수·자금 세 가지다.

    정부는 연말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에 육박하자 특단의 조치들을 잇따라 쏟아냈다. 고환율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혀왔던 ‘서학개미’들의 달러를 국내로 유입시키기 위해 특단의 세제 혜택 당근을 제시하는 한편, “원화의 과도한 약세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외환당국의 구두개입 메시지도 나왔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행동으로 대응하겠다”고도 밝혔다. 덕분에 원달러 환율은 지난 24일 종가 기준, 1449원으로 낮아졌다.

    관건은 앞으로다. 환시장에 당국이 구두개입 등을 단행했고, 개인들이 보유한 달러를 국내로 들어오게 하는 정책도 펴면서 당장의 급한 불은 껐으나 외환 정책의 특성상 꾸준히 유지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환율조작국이 될 가능성을 피해야 하고, 외환보유고 감소 역시 정책 계속성에 제동을 거는 요인이다. 만일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면 당국의 환조정 능력 약화로 해석되고, 투기 세력의 표적이 되기 쉽다.

    내년에도 고환율 상황이 유지될 경우 가장 먼저 피해를 볼 곳은 중소기업들이다. 중소기업중앙회의 ‘환변동 관련 중소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수출입을 병행하는 기업 가운데 고환율로 피해를 봤다(40.7%)는 응답이 이익이 발생했다(13.9%)는 응답을 크게 웃돌았다. 피해의 핵심은 원가다. 수입 원부자재 가격 상승(81.6%)이 피해 원인이다. 환율 충격은 중소기업들의 ‘마진’부터 갉아먹는다. 판가 반영이 어렵기 때문이다. 응답 기업의 55.0%는 원가 상승분을 판매가에 전혀 반영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환율이 ‘기회’가 아니라 ‘부담’이 된 이유다.

    내수 침체가 고착화 될 가능성도 여전하다. 중기중앙회가 생활밀접업종(도·소매, 숙박·음식점)과 제조업 소상공인 8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내년 경영환경이 올해와 비슷하거나(51.3%) 악화될 것(38.0%)이라는 응답은 10곳 중 9곳에 달했다. 소상공인·자영업이 ‘경기 바닥’을 체감하는 가운데 소비 회복이 지연되면, 그 충격은 납품·유통·서비스를 타고 중소기업 전반으로 확산된다. “연말 특수라는 말이 무색하다”는 외식업계 하소연이 업종 전반의 경고음으로 번지는 이유다.

    그렇다고 이재명 정부 첫해 실시했던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또 발행하는 것은 여전히 부담이다. 지난 3분기 쿠폰 발행 등 소비 활성화 정책이 실시되면서 경기 부양 효과가 일시적으로 생겼으나, 반짝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여기에 물가 상승률이 심상치 않고 원화 가치 하락 압력이 높아지는 것 역시 유사 정책의 반복 시행을 어렵게 만드는 원인이다.

    자금 유동성 역시 중소기업들이 내년 경기 전망을 어둡게 하는 원인이다. 금리 수준이 내려가더라도, 중소기업이 체감하는 금융여건은 별개로 움직일 수 있다. 환율과 원가로 손익이 흔들리는 업종은 신용 스프레드가 확대되고, 운전자금 조달 조건이 나빠질 수 있다. 원가를 판매가에 전가하지 못하는 구조(55.0%)가 유지되면 현금흐름이 먼저 무너진다.

    2026년 중소기업의 생존 전략은 ‘성장’보다 ‘방어’가 우선이라는 평가다. 중기중앙회가 실시한 조사에서 2025년의 사자성어로는 ‘고군분투(孤軍奮鬪)’가, 2026년 사자성어로는 ‘자강불식(自强不息)’이 꼽혔다. ‘자강불식’은 스스로 강하게 하며 쉬지 않고 노력한다는 의미로, 내년 역시 경영 환경이 쉽지 않을 것이라 보는 시각이 많다는 점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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