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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28 (일)

    이슈 경찰과 행정안전부

    女피해자 숨은 모텔 찾아갔다…"잘 잤어요?" 경찰의 충격 만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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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여 년 전, 찬바람이 불던 3월의 어느 휴일.

    잠시 일상을 벗어나 산행을 하던 때, 평온을 깨트리는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 큰일 났습니다. 경찰관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

    수화기 너머의 목소리는 짧고도 날카로웠다. 그 한마디에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산 정상으로 향하던 발걸음을 주차장으로 돌렸고, 그 길은 멀게만 느껴졌다. 운전대를 잡은 손엔 땀이 배었고, 감정은 거칠게 소용돌이쳤다.

    가해자로 지목된 이는 순경 김영호(가명, 32세).

    임용된 지 8개월, 아직 시보(試補)도 끝나지 않은 신임 경찰이었다.

    20대 여성 피해자는 해바라기센터(성폭력 피해자 통합지원센터)로 인계했다.

    사건은 이틀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새벽 1시30분 “동거 중인 남자친구에게 폭행을 당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경기○○경찰서 A파출소에 근무 중이던 김 순경은 즉시 현장으로 출동했다.

    술과 음식으로 어질러진 다세대주택 2층의 좁은 방.

    사소한 말다툼 끝에 30대 남성이 동거 중인 여성을 폭행했다. 하지만, 여성은 처벌을 원치 않았다. 다만 남자친구와 떨어져 머물 수 있는 안전한 곳을 원했다. 김 순경은 여성을 남자친구로부터 분리해 파출소로 데려온 뒤, 맞은편 모텔에 빈방이 있음을 확인하고 방을 잡아주었다.

    중앙일보

    이하 AI 활용 일러스트.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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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의 임무는 거기까지였다.

    하지만 문제는 다음 날 아침, 야간 근무를 마치고 사복으로 갈아입던 순간부터 시작됐다.

    ‘잘 자고 있을까?’

    그녀가 새벽녘 자신에게 건넨 “고맙다”는 말과 미소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결국 그는 퇴근길에 모텔로 향했다. 문 앞에서 잠시 주저하다 초인종을 눌렀다. 문을 연 여성은 놀란 듯 물었다.

    “어쩐 일이세요?”

    “혹시 불편한 건 없나 해서요”

    그는 머쓱하게 웃으며 자연스럽게 방 안으로 들어섰다.

    “잠은 잘 잤어요?”

    김 순경은 첫 조사부터 단호히 말했다.

    “저는 성관계를 하지 않았습니다.”

    조사가 거듭될수록 그는 침묵했고, 그 침묵 속에는 두려움과 망설임이 고스란히 배어 있었다. 형사로서 냉정함을 유지하려 애썼지만, 한 인간으로서 느껴지는 연민을 지울 수 없었다.

    수사팀은 서두르지 않았다. 차갑지 않게, 그러나 집요하게 사실의 조각을 맞춰갔다. 증거를 쌓고, 피해자의 진술을 확인하며, 현장을 재구성하는 시간은 끝없는 외줄 같았다. 그러나 더 힘들었던 건 조직 안팎의 시선이었다.

    사건을 축소하라는 암묵적 신호와 조직의 명예를 지켜야 한다는 명분이 수사팀을 흔들었다. 나 역시 그 무게 앞에서 잠시 흔들렸지만, 결국 스스로 물었다.

    ‘나는 지금, 어디를 향해 가야 하는가….’

    진실을 외면한 정의는 존재하지 않는다. 피해자의 목소리를 덮는 순간, 경찰의 이름은 공허해진다. 그 생각 하나로 마음을 다잡았다.

    긴 밤이 끝나갈 무렵, 김 순경은 결국 입을 열었다.

    (계속)



    폭행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출동한 경찰, 다음 날 그는 성폭행 피의자가 됐다.

    임용 8개월 차 김 순경은 왜 근무가 끝난 뒤 모텔방 초인종을 눌렀을까.

    "잠은 잘 잤어요?" 그 한마디 뒤에 벌어진 끔찍한 이야기, 아래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898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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