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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1.05 (월)

    [사설] 청와대 복귀, 입지보다 중요한 소통과 겸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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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청와대로 출근한다. 대통령 상징인 봉황기도 용산 대통령실에서 내려가고 청와대에 다시 게양된다. 윤석열 정부가 대통령실을 용산으로 옮긴 지 3년 7개월 만에 청와대로 복귀하는 것이다.

    과거 청와대는 불통과 제왕적 대통령을 상징하는 장소였다. 일제 총독부 관저, 미 군정 사령관 관저 등으로 쓰였던 이곳은 시작부터 일반 국민이 범접하기 어려웠다. 밖에서 내부가 보일 정도로 개방적인 미국·영국·일본 등의 대통령·총리 집무실과는 천양지차였다. 종전엔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본관과 참모들이 근무하는 여민관 사이 거리가 500m가 넘어 급하게 대면 보고를 하려면 차를 타야 할 정도였다. 청와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국민은 물론 출입 기자도 알기 어려웠다. 그래서 ‘구중궁궐’이란 말이 나왔다.

    역대 대통령들은 당선 직후엔 소통을 강조하며 국민 뜻을 겸허히 받들겠다고 했다. 그런데 청와대에 들어가 제왕 대접을 받으면 태도가 달라졌다. 대통령만이 아니라 참모들도 ‘청와대’라는 특별 권력에 취해 세상과 동떨어졌다. 여론에 귀를 막고 폭주하다 불행한 결말을 맞았다.

    이런 문제를 의식해 새 청와대는 대통령과 핵심 참모인 비서실장·정책실장·안보실장이 여민관에서 같이 근무하기로 했다. “대통령 요청”이라고 비서실장이 설명했다. 직접 가본 미국 백악관을 참조해 대통령이 부르면 참모들이 바로 달려와 수시로 현안을 토론할 수 있는 집무실 위치와 구조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용산 대통령실도 건물 하나에 대통령 집무실, 비서실, 기자실 모두 들어가 있었다. 윤 전 대통령은 구중궁궐에서 벗어나 국민과 소통하겠다고 했지만 아집과 불통으로 시대착오적인 계엄 사태를 일으켰다. 결국 중요한 것은 대통령 집무실 입지가 아니다. 낮은 자세로 소통하고 겸허한 태도로 국민을 설득할 때 청와대의 어두웠던 역사를 끊어낼 수 있다.

    이 대통령은 소통과 협치를 내세운다. 하지만 나라의 근본 틀을 바꾸는 법과 정책을 일방적으로 밀어 붙이는 걱정스런 모습을 드러내곤 한다. 대통령이 불쑥 불쑥 내뱉는 말 한마디로 정책 방향이 급변하는 사례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대통령이 “내가 모든 분야를 다 안다”는 자신감에서 독주가 시작된다. 역대 정권의 불행이 시작된 대목이다.

    이 대통령은 “권력은 잠시 위탁 받아 대리하는 것” “특별한 존재라는 착각에 빠지지 않는 것이 중요”라고 했었다. 청와대에 복귀해도 이 말은 꼭 기억하길 바란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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