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해협서 대만섬 포위하는 대규모 훈련
美 111억달러 대만 무기 수출 겨냥한 듯
대만 "국제규범 무시한 군사적 도발" 반발
2022년 5월 6일 대만 해협에서 작전 중인 대만 해군 함정을 인민해방군이 망원경으로 관측하는 모습. 중국은 낸시 펠로시 당시 미연방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직후 벌인 대규모 '대만 포위 훈련' 후 관영 신화통신을 통해 이 사진을 공개했다. 신화 연합뉴스 자료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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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8개월여 만에 또다시 대만 해역을 봉쇄하는 대규모 '대만 포위 훈련'을 재개하면서 동북아 역내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대만 문제를 둘러싼 중일 갈등이 장기화하는 와중에 미국 정부가 약 16조 원 상당의 역대 최고 규모 대만 무기 수출을 승인한 데 대한 반발이다. 중국은 훈련 첫날부터 전방위 실탄 사격을 퍼부었다.
29일 중국군 동부전구사령부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날 대만섬 인근 5개 지역에서 '중요 군사 훈련'과 실탄 사격 훈련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육해공군 및 로켓군 병력을 동원해 대만해협과 대만섬 북부, 남서부, 남동부, 동부 해역에서 실시하는 합동 훈련을 위해 해당 해역 및 공역의 선박·항공기 운항이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금지된다. 훈련명은 '정의의 사명 2025'다.
중국군은 이번 훈련을 통해 종합 통제권 탈취, 주요 항만·지역 봉쇄, 외곽 차단에 주력한다. 국영 중국중앙방송(CCTV)은 "전투기, 폭격기, 무인기(드론) 등을 중부 대만해협의 공해 및 해역에 파견해 지상 이동 표적을 겨냥한 훈련을 실시하고 정밀 타격 능력을 시험한다"고 보도했다. 대만섬을 직접 공격하는 무력 충돌보다는 '봉쇄 카드'로 대만을 압박하는 시나리오를 반복적으로 훈련하는 것으로 보인다.
동부전구는 실탄 사격도 진행하는데, 이는 대만해협의 민간 항로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주는 훈련 방식이다. 멍샹칭 중국 국방대 교수는 중국군 홍보 SNS 계정에 "이번 훈련은 시작 즉시 함포의 실탄 사격 훈련이 이뤄졌는데, 이는 일반적으로 훈련 다음 날 실탄 사격이 이뤄지는 과거 훈련에선 없었던 일"이라며 "실탄 사격의 목적은 대만 독립 분열 세력과 외부 간섭 세력에 보내는 경고성 타격으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의 대만 포위 훈련. 그래픽=박종범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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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中의 완전한 통일 막을 수 없어"
중국은 다양한 채널을 동원해 이번 훈련의 목적이 미국의 대만 개입을 견제하고 '대만 독립'을 향한 움직임을 강력하게 경고하는 데 있음을 드러냈다. 중국 외교부 북미대양주사(북미국)는 이날 SNS에 게시한 입장문에서 1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111억 달러(약 16조 원)어치 무기를 대만에 판매하는 방안을 승인한 것을 두고 "미국은 끊임없이 스스로 한 약속을 어기고 대만 무기 판매 규모를 늘리고 있는데, 이는 타인을 해치는 것이자 결국에는 스스로를 해칠 것"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이날 관영 언론과 관변 전문가들도 한목소리로 미국의 대만 무기 수출을 훈련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과거의 중국과 지금의 중국은 다르다'는 메시지도 발신했다. 북미대양주사는 "70여 년 전 미국은 군함을 대만해협에 보내 무력으로 중국 통일을 가로막았고, 미국은 중국이 완전한 통일을 실현하는 문제에서 중국에 빚을 졌다"며 "중국은 이미 70여 년 전의 중국이 아니고, 지금 양안(중국과 대만)의 실력 비중에는 근본적인 변화가 생겼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대만을 아무리 '고슴도치'로 만들어도 중국의 완전한 통일이라는 역사적 흐름은 막을 수 없다"고도 덧붙였다.
중국은 최근 수년간 대만 총통의 발언이나 미국과 대만의 교류를 문제 삼아 '대만 포위' 훈련을 반복해 왔다. 2022년 미연방 의전 서열 3위인 낸시 펠로시 당시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직후 처음으로 대만 전역을 둘러싸는 대규모 군사 훈련을 진행했다. 지난해에는 5월 라이칭더 대만 총통의 취임 연설과 10월 쌍십절 연설을 문제 삼아 '리젠-2024A, 2024B' 훈련을 각각 벌였다. 올해 4월 라이 총통이 중국을 '적대 세력'으로 규정하자 '해협 레이팅 2025A' 훈련을 실시했다. 분석가들은 로이터통신에 "중국이 일상적 훈련과 공격을 위한 사전 준비 사이의 경계를 점점 모호하게 만들고 있다"고 짚었다.
대만은 이를 "국제 규범을 무시한 군사적 도발"로 규정하며 즉각 중단을 촉구했다. 대만 외교부는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중국이 다시 한번 규칙 기반의 국제 질서에 도전하며, 일방적으로 대만해협 및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만 국방부도 이번 훈련을 '비이성적 도발 행위'로 규정하면서 최고 수준의 경계 태세를 유지하고 신속 대응 훈련을 실시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베이징= 이혜미 특파원 herstory@hankookilbo.com
이정혁 기자 dinn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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