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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식 | 한국도시재생학회 부회장·전 경남대 교수
새해부터 인구 소멸 위기 지역을 살리기 위한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이 전국 10개 군 지역에서 시행된다. 이 사업은 청년층 유입과 정주 인구 유지를 통해 지역 소멸의 물길을 돌리려는 정부의 핵심 정책이다.
필자는 오랜 시간 국가 도시재생 정책을 연구하며 현장을 지켜봐 왔다. 도시재생의 본질은 노후한 도시에 공공의 지원을 더해 경제·사회·환경적 활력을 불어넣고, 결과적으로 주민의 삶의 질과 공동체를 회복하는 데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이번 기본소득 시범사업은 단순한 복지 정책을 넘어 ‘도시재생’의 본질적 목적과 맞닿아 있음을 강조하고 싶다.
다만, 여전히 재원 마련의 어려움이나 근로 의욕 저하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우려를 넘어 정책이 성공적으로 안착하려면 반드시 병행해야 할 과제가 있다. 바로 주민 간 신뢰와 협력 네트워크를 뜻하는 ‘사회적 자본’을 정책의 핵심 의제로 삼는 것이다.
기본소득이 개인의 생존권을 보장하는 ‘마중물’이라면, 사회적 자본은 그 물이 흐를 수 있는 ‘수로’와 같다. 단순히 현금을 지급하는 것만으로는 공동체 의식이 저절로 생겨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필자는 기본소득 정책의 긍정적 효과를 극대화할 ‘기본소득 협력 생태계’ 구축을 위해 네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지역화폐와 공동체 활동의 연계다. 기본소득을 지역화폐로 지급하되, 마을 공동체 활동이나 사회적 경제 조직에 참여할 때 추가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소비를 넘어 주민 간 교류를 촉진하고 자연스럽게 ‘지역 순환 경제’의 효과와 함께 사회적 자본을 축적하는 계기가 된다.
둘째, 사회적 경제 주체와의 적극적인 결합이다. 수급자들이 사회적 기업이나 협동조합 등 지역 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조직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이를 통해 개인은 ‘의미 있는 일’에 참여한다는 자부심을 얻고, 지역사회는 공동체 의식을 회복하는 이중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셋째, 숙의 민주주의를 통한 투명성 확보가 필요하다. 정책 결정 과정에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공론화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목소리가 반영될 때 정책에 대한 신뢰가 높아지고, 사회적 자본의 핵심 요소인 ‘신뢰’가 형성된다.
넷째, 민관 협력 플랫폼 구축과 지표 관리다. 정부와 지자체, 시민사회가 상시 소통하며 지역 특화형 사회 서비스(돌봄·주거 등)를 발굴해야 한다. 또한, 사업 평가 시 경제적 수치뿐만 아니라 주민 간 신뢰도, 공동체 참여율 등 ‘사회적 자본 지표’를 함께 관리하는 체계적인 행정이 뒷받침돼야 한다.
기본소득은 강력한 정책 수단이지만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재정적 지원인 ‘기본소득’과 비재정적 자산인 ‘사회적 자본’이 균형을 이룰 때, 우리는 비로소 불평등을 넘어 연대와 협력의 사회로 나갈 수 있다. 2026년 시범사업이 돈과 신뢰가 조화를 이루는 정책의 하모니를 보여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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