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류현상 확인” vs “근거 없는 결론” 공방전
빈센트 반 고흐, 별이 빛나는 밤, 1889, 캔버스에 유채, 73x92cm, MoM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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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빈센트 반 고흐의 가장 유명한 그림으로 꼽히는 ‘별이 빛나는 밤’(1889)을 둘러싼 논쟁이 이례적으로 가열되는 분위기다.
시작은 물리학 현상인 난류(亂流·turbulence)가 ‘별이 빛나는 밤’에 드러나 있다는 논문이었다.
이 논문은 곧 화제몰이에 성공했지만, 곧 강한 어조로 반박하는 논문이 재차 등장하는 등 판이 커지고 있다고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27일(현지시간) 전했다.
‘난류’는 물리학과 기계공학의 유체역학 부문 등에서 나오는 개념이다. 압력과 속도 등이 불규칙적으로 바뀌며 움직이는 기체, 액체 등 유체의 흐름을 의미한다.
지난 2024년 9월, 학술지 ‘유체의 물리학’(Physics of Fluids)에는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에 숨겨진 난류」(Hidden Turbulence in van Gogh‘s The Starry Night)라는 제목의 논문이 올라왔다.
이 논문에서 중국 샤먼대 소속 마인샹, 황용샹 등 연구자들은 ‘별이 빛나는 밤’에서 보여지는 반 고흐의 필치를 분석해보니 난류 현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반 고흐의 필치에 나타나는 패턴이 소련의 수학자 안드레이 콜모고로프가 밝힌 난류 관련 스펙트럼 법칙과 부합한다고도 했다.
WP는 자사를 포함한 많은 언론사가 당시 이 논문을 보도했다고 전했다.
복잡한 대기 현상을 다루는 연구와 대중이 공감할 수 있는 주제가 드물게 교차한 사례였다고도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유체역학 전문가인 미국 워싱턴대 기계공학부의 제임스 라일리 명예교수는 그의 딸이 이 논문에 대한 언론 보도를 문자메시지로 보내 알게 됐다며 “논문을 내려받아 읽어봤다. 말도 안 되는 얘기라는 점을 알게 됐다. 그냥 아예 말도 안 된다”고 했다.
라일리 교수의 대학원 지도교수는 콜모고로프의 난류 스펙트럼 법칙을 확장한 연구에도 임한 유체역학 대가 스탠리 코신 존스홉킨스대 교수였다.
라일리 교수와 버지니아 카먼웰스대 소속 모하메드 가드-엘-하크는 2025년 3월에 「빈센트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에 난류가 숨겨져 있는가?」(Is there hidden turbulence in Vincent van Gogh‘s The Starry Night?)라는 제목의 반박 논문을 학술지 ‘난류 학회지’(Journal of Turbulence)에 게재했다.
두 사람은 마인샹, 황용샹 등이 낸 논문을 놓고 “전혀 근거가 없는 결론”이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그러면서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저자들의 주장은 난류 연구자들에 의해 당장 기각될 것”이라고 못박았다.
라일리 교수는 해당 논문이 철회돼야 마땅하다고 했다.
아울러 샤먼대 연구팀의 잘못된 연구 결과가 유명세를 너무 많이 탄 만큼, 기록을 바로 잡으려는 노력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빈센트 반 고흐, 자화상, 1887, 보드에 유채 등, 42x33.7cm,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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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일리와 가드-엘-하크의 반박 논문 3편 말고도 샤먼대 연구팀의 결론을 반박하는 논문은 다른 곳에서도 나왔다.
난류와 무관한 게 사실상 확실한 에드가 드가의 ‘꽃병 옆에 앉아 있는 여인’(1865)를 놓고도 샤먼대 연구팀과 같은 방식을 적용해 분석했는데 똑같은 수학적 패턴이 나왔다는 지적이 미국기상학회 회보(BAMS)에 지난 8월 게재됐다.
논문 제목은 「만약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이 완벽한 난류를 묘사한다면 드가의 ‘꽃병 옆에 앉아 있는 여인’도 마찬가지라고 해야 한다」였다.
2024년 논문의 교신저자인 황용샹 샤먼대 교수는 입장문을 내고 “주제에 대한 중대한 차이점을 지적해야겠다”며 “꽃은 구름이 아니다. 꽃 그림에서 특정 스펙트럼 결과를 발견하는 건 구름에서 대기의 난류 패턴을 연구하는 일과 무관하다”고 밝혔다.
샤먼대 연구자들의 논문에 공저자로 함께 한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 소속 연구자 프랑수아 슈미트는 라일리 교수 등의 반박을 놓고 “30년간 수많은 논문을 발표했지만 동료들에게 이처럼 적대적 반응을 얻은 적은 없다”며 “이들(라일리 교수 등)이 우리를 이토록 가혹한 어조로 비판한 건 이번이 벌써 세 번째”라고 지적했다.
한편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은 그가 폴 고갱과 다툰 후 자기 귀를 자른 사건 이후 생레미의 요양원에 있을 때 그린 작품이다. 반 고흐의 필치는 이 시기에 이르러 더욱 두꺼워지고, 색감 또한 더욱더 강렬해지고 있었다는 평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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