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에는 우연찮게 25권을 읽었다. 목록에는 늘 신간과 구간이 뒤섞여 있다. 소설 중에서는 폴 오스터의 ‘바움가트너’와 클레어 키건의 초기작들이 좋았고, 논픽션 중에서는 비비언 고닉의 ‘상황과 이야기’와 이탈로 칼비노의 ‘왜 고전을 읽는가’, 장강명의 ‘먼저 온 미래’가 좋았다. 장르를 하나로 규정할 수는 없지만 오랜만에 다시 읽은 차학경의 ‘딕테’ 역시 강렬했다. 선후배와 동료 작가들이 건넨 한국 소설들을 읽으면서는 존경과 경탄, 좌절과 질투를 반복해서 경험했다. 누군가 함께 쓰고 있다는 사실은 마치 다 같이 뛰는 마라톤처럼 그 자체로 치유적인 효과가 있다.
마츠모토 타이요의 ‘동경일일’ |
가장 많은 위로와 영감을 받은 책은 의외로 만화책이었다. 몇 년 전에는 후지모토 타츠키의 ‘룩백’이 그랬는데, 올해는 마츠모토 타이요의 ‘동경일일’이었다. 퇴직한 중년 편집자의 분투를 다룬 이 세 권짜리 책에서 나는 이런 대사에 밑줄을 그었다. “처음에는 책을 완성해야만, 그리고 그걸 많은 독자분께 선보이고 감상을 들어야만 비로소 큰 기쁨을 얻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이제야 깨달았습니다. 무언가를 만들어낸다는 고통, 그 여정 속에야말로 진실한 기쁨이 있다는 것을….”
어찌 책 만드는 일만 그럴까. 몇 권의 책을 읽었든 오늘 여기까지 온 우리는 모두 하나의 여정을 훌륭하게 마친 여행자다. 책은 언제나 고요히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2026년에도.
[문지혁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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